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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폭력적 언어습관, 학교만 교육하면 '무슨 소용?'

미디어·교권추락 등 학생 지도 더욱 어려워져… 교육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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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3.31 17:13
  • 기자명 By. 이수진 기자

[충청신문=대전] 이수진 기자 = "학교에서 아무리 교육해도 밖에 한 번 나갔다 오면 '말짱 도루묵'이에요."

올해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을 맡은 백모(48)씨는 요즘 학생들의 언어 습관에 대해 묻자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대전시교육청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고운 말씨 등 인성 교육을 실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학생들의 언어 습관은 학교보다 외부에서 형성되는 것이 큰 만큼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높아지는 미디어의 영향과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 등을 이유로 학생들이 언어폭력에 노출되는 빈도수가 잦은 상황에서 교육의 역할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학생들 사이에서는 욕을 하지 못하면 얕잡아 보는 풍조가 있고 최근에는 욕을 '폭력'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한 추임새 정도로만 생각해 대화중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일이 더욱 잦아지고 있다는 것.

신모씨는 "바른 언어 습관을 위한 끊임없는 지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자극적인 언어에 쉽게 반응하기 때문에 한 반에 욕을 잘하는 아이가 있으면 쉽게 따라하고 점차 폭력적인 언어에 무뎌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많이 접하면서 욕을 배우는 시기가 점점 더 저연령화되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올해 초 교육부에서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경험 비율은 초등학생이 3.6%(중 2.2%, 고 1.3%)로 가장 높았고 피해유형별은 언어폭력(42.5%)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몇년 새 급격하게 추락한 교권으로 인해 학생들 지도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신모(31)씨는 "담임 지도 중에도 읊조리듯 욕을 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며 학생들이 바른 언어를 사용하도록 지도하면 "담임이 대장이냐, 왜 이래라 저래라 XX이냐"라고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교실에서는 서로를 '~씨'라고 부르고 존댓말을 사용하는 등 어떻게든 욕을 줄여보려 하지만 학교 밖에서는 똑같이 나쁜 습관이 이어진다"며 "폭력적인 언어는 주로 상황을 악화시키고 격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꼭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들의 언어 습관 개선의 필요성은 현장에서 깊이 공감하는 바이지만 외부에서 노출되는 것까지 차단할 효율성 있는 방안이 없어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은 마냥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 교육 관계자는 "아이들이 언어를 사용하고 언어 폭력에 노출되는 곳은 학교뿐만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지역사회-가정이 연계돼 하나된 교육공동체라는 생각으로 협력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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