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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에] 100주년 엠티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 건축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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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4.07 16:2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얼마 전 건축학과 전 학년 학생들과 2019 엠티를 다녀왔다. 대학 생활을 앞둔 신입생이 꿈꾸는 수많은 ‘로망’ 중 하나로 엠티를 꼽기도 한다. 

엄격한 감시 속에서 일탈을 꿈꾸는 것이 수학여행의 매력이었다면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 떠나는 대학생의 엠티는 자유분방한 대학 문화의 상징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밀려오는 엠티 일정을 앞두고 ‘놀러간다’는 설렘은 있을지언정 엠티를 대학생의 ‘자치문화’로 받아들이는 신입생이 과연 얼마나 될까 내심 걱정이 없던 것도 아니다. 

엠티에 관해 제기되는 표면적인 문제는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것처럼 해마다 많은 대학생들이 만취한 상태로 크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기도 한다. 대학생 7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어느 포털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희롱·성추행의 44.6%가 ‘엠티나 오리엔테이션’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을 보면 엠티가 내외적으로 개선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알코올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바람직한 엠티 문화가 형성될까? ‘대안 엠티’로 불리는 행사들은 공통의 관심사, 환경, 사람 등 저마다 특색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이런 우려를 어찌 알았는지 올해 학생회 주관으로 매우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개발 100주년에 걸 맞는 일정으로 실행되고 있었다. 그 첫째는 1박 2일로 진행되는 일정에 제일먼저 독립기념관을 탐방하여 참배와 애국의 마음을 되살리고 더글러스 C-47 수송기 탑승, 국가상징물 태극기 바람개비 만들기, 역사인물 뱃지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에 참여하는 일정을 기획한 것이다. 

알고 보니 독립기념관은 2월 28일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3·1운동 100주년 기념 전야제’ 행사를 시작으로 3월 1일부터 3일까지 제100주년 3·1절 전 국민 ‘참여형’ 문화행사를 개최하였다.

엄숙한 마음으로 독립기념관으로 들어서니 국가상징물인 태극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라는 듯 겨레의 큰 마당에 500여기의 태극기를 설치한 ‘3·1 태극기 터널’을 조성하여, 방문한 사람들에게 자랑스러운 대한의 국민이라는 큰 감동을 선사하였다.

함께 참석한 지도교수들도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기에 제자들에게서도 배워야겠다는 작은 깨달음도 일었다. 독립운동가 들의 나라사랑과 굳은 의지를 마음에 새기고, 논산(論山)에 위치한 빌리지 마을로 이동하였다. 숙박시설과 세미나실 대강당이 있어 선후배간 더욱 정을 공고히 하고 하나가 되어보는 다양한 활동이 펼쳐질 것이라 기대된다. 신입생들을 환영하는 듯 산수유 꽃이 노란 얼굴을 내보이며 첫 만남을 응원해준다. 

엠티는 결속력을 다지고 친목도모를 위한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학교 밖의 의미 있는 경험을 선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 둘째는 숙박시설을 잡고 술 마시는 것이 엠티의 전부라는 생각을 100주년 엠티부터는 확 바꾸어보자는 기획을 보여주었다. 음주를 즐기는 학생, 조금 할 수 있는 학생, 전혀 음주를 못하는 학생을 구분하기위해 명찰의 색을 달리하여 서로 소통하며 무엇보다도 술에 대한 두려움을 지닌 신입생들을 배려하려는 따듯함을 가미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참여한 학생들의 표정이 전과 달리 밝고, 고향을 떠나 전국에서 모였기에 서먹한 분위기를 내려놓고 모두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함께하는 명랑 게임’을 열어갔다. 

“명랑게임은 엠티를 질적으로 높이고 학과생간 친목을 도모함은 물론 학생들의 재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교수 인사소개에 격려하였더니 강당이 떠나갈 듯 큰 박수로 화답해 주었다. 

이번 2019 엠티는 독립기념관을 찾아 조국의 소중함을 되새겨보고 더욱이 함께하는 일정 속에서 ‘저 사람이 저런 면도 있었구나’라며 선후배의 숨겨진 모습을 발견하고 하나가 되는 훈훈함을 지켜봤다. 

우리나라가 독립운동으로 세계사에 우뚝 다시 서게 되었고 이제 청년들이 이 나라를 더욱 강하게 이끌고 나가야한다. 엠티에서 새로운 희망을 보여준 학생들이 새삼 기특하고 이 땅의 부모들도 자녀를 믿고 강하게 키워주어야 한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4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안창호 선생은 “오렌지 한 개를 따더라도 정성껏 따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일이다.”라고 강조 했다. 

우리 학생들의 패기와 열정, 작은 것을 소중히 하며 성실하게 창의적으로 펼친 100주년 엠티는 학생들에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오래도록 생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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