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박진형 기자 = "기기변경으로 해도 갤럭시S10(256GB)을 사실상 공짜로 사는 거죠."
8일 대전중앙로지하상가에 위치한 한 대리점에서 '파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월 7만2990원만 내면 최신폰 '갤럭시S10 5G'(이하 같음 256GB) 모델을 내 거로 만들 수 있다는 것. 이 금액에는 단말기 할부금과 한달 데이터 150GB를 쓸 수 있는 7만5000원짜리 요금제(5GX 스탠다드)가 포함됐다.
요금제 7만5000원, 단말기 출고가 139만7000원. 어떻게 매월 7만3990원만 내고 사용이 가능할까. 물론 조건이 붙었다. 롯데카드로 매월 30만원 이상 사용해야 한다. 또 2년이 지난 후 핸드폰을 통신사에 반납해야 한다. 반납 후에도 2년 동안 통신사 요금을 써야 한다.
그런데 해당 대리점이 "반납을 안 해도 혜택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고 솔깃한 제안을 했다. 기기반납이 꺼려졌던 터였는데 반가운 얘기였다. "반납을 안 해도 손해보는 게 정말 없나요"라고 5번이나 재차 물었다. "네 없습니다" 그래도 믿을 수 없었다. 대리점을 나온 뒤 전화로도 다시 한 번 문의했다. "혜택 그대로"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런 꿀정보가 있었다니' 속으로 쾌재 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른바 '호갱'이 됐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주변 대리점 3곳을 찾아 이 얘기를 전해주니 모두 "사기"라고 입을 모았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무조건 반납해야 하고, 반납하더라도 기계가 조금이라도 흠집이 나면 고객이 돈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명 중 1명이 이 상품에 가입할까 말까 하다고. 가입하려는 고객을 보면 "나중에 사기로 큰돈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른바 '반납 상품'의 정확한 명칭은 '5GX클럽'이다. 한 공식 대리점에서 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핸드폰 반납 필수'라고 볼드체로 적혀있다. 그 옆에 기호 '별' 그림도 찍혀 있어 강조까지 됐다. 반납하지 않으면 '단말기 50% 혜택'은 날아간다는 소리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반납할 때가 되는 2년 뒤에 그 대리점(반납 안 해도 된다고 말한)이 그대로 있을 줄 누가 알겠느냐"고 말했다.
8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갤럭시 S10 5G'의 공시지원금은 SKT가 최대 54만6000원, LG유플러스가 47만5000원, KT가 21만5000원이다. 대리점에서 주는 추가 지원금은 통신사 공시지원금의 15%를 넘길 수 없다. 일명 단통법에 따른 것이다.
기자가 이날 기기변경을 조건으로 대리점 여러 곳에 상담을 받아본 결과 대리점 추가 지원금으로 10만원까지 제시받았다. 7만5000원 요금제(5GX 스탠다드)를 쓸 경우 '갤럭시 S10'에 대한 통신사 공시지원금은 42만5000원이다. 대리점은 6만3750원까지 추가 지원금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이보다 56% 많은 10만원을 페이백 해주겠다고 제시했다.
다른 대리점에서는 8만9000원짜리 요금제(5GX 프라임)를 4개월만 사용하는 조건으로 추가 지원금 14만원 정도를 불렀다. 역시 불법 보조금이다. 이 요금제의 경우 공시지원금은 48만원, 대리점 추가 지원금은 7만2000원이다. 내일 다시 오겠다고 명함을 달라고 하니 "불법 영업이라서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통해 핸드폰 기기를 유통하는 일부 대리점에서는 최대 50만원대까지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지원금을 포함하면 사실상 100만원 이상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셈이다. 단통법이 시행된지 4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불법 보조금이 판치고 있다.
2시간 넘게 대전중앙로지하상가를 돌면서 느낀 점은 대리점별로 제시하는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이용자 간 보조금 차별을 해소하겠다고 만들어진 '단통법'이 무색하다고 여겨졌다. 계산기를 두드리며 저마다 기준을 제시하는 데 혼란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