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돈에 미쳐 사는 세상, 한국형 르네상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침을 열며] 돈에 미쳐 사는 세상, 한국형 르네상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 충청신문 dailycc@dailycc.net
  • 승인 2019.04.14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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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흔히들 유럽의 중세를 일컬어 암흑기라고 지목한다. 세상이 온통 기독교 교리에 빠져 인간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신만 받들고, 모든 가치를 신에게서 찾으려 했다. 신 앞에 인간은 보잘 것 없는 존재에 불과했다. 교회가 모든 권력을 독점했고, 국가의 통치 위에 군림했다. 혹자들은 중세 유럽에 대해 ‘신에 미쳤다’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한다. 모든 인간이 신에 미쳐 어떤 것도 올바르게 판단하거나 합리적으로 사고하지 않았고, 오로지 신의 의지에 부합한지 여부만 생각했다. 그러니 인간은 존엄하지도 않았고, 존재의 가치도 미약했다. 그저 신의 피조물에 불과했다.

인간의 존재가 역사에서 묻힌 채로 수 세기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중 인간들은 인간이 중심이 됐던 과거의 시절을 그리워하기 시작했고, 그때가 옳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래서 14세기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16세기까지 유럽 전역으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학문과 지식과 부흥시켜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이를 일컬어 ‘르네상스’라 했다. ‘르네상스’는 ‘재생’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잃어버린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재생하자는 것이 르네상스 운동의 핵심요체이다. 신 중심의 사회를 인간 중심의 사회로 돌려놓자는 것이 르네상스 운동이다.

르네상스를 통해 중세 유럽은 실제로 인간존엄을 회복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주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신에 미쳐 살던 인간이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이다. 암흑기를 탈출해 광명을 되찾은 것이다. 르네상스 운동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유럽은 여전히 어둠의 시대에서 오직 신만 받들며 신을 위한 세상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뒤늦게라도 인간중심의 사회를 되찾은 것은 다행이다. 암흑기를 탈출해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기에 유럽은 근대 이후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내며 인류 역사의 중심세력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룬 산업과 문화의 발달로 유럽은 근대 인류 역사를 선도했다.

중세 유럽을 생각하며 우리의 현재 모습을 돌아보았다. 중세가 신에 미쳤다면 대체 지금의 우리는 무엇에 미쳐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정답을 의외로 너무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21세기 초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모두가 ‘돈’에 미쳐 ‘돈’에 종속된 노예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중세 유럽인들의 관심이 온통 신이었듯이, 현재 대한민국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돈에 집중돼 있다. 돈과 시장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다. 누구랄 것 없이 시장성을 가지고 있어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것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다. 무엇이든 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평가하려 한다. 자본주의 자체가 돈에 모든 가치를 대입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그가 얼마짜리 차를 몰고 다니고, 얼마짜리 아파트에 거주하며, 얼마나 비싼 옷을 입고 다니며, 월수입은 얼마인지를 가지고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공부를 하는 것도 올바른 인간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직업을 갖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친인척 간의 관계도, 친구간의 관계도 돈으로 형성되고 돈으로 맺어진다. 심지어는 가족이나 연인간의 사랑도 그 뒷 배경에는 돈이 숨어있다. 지구상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서도 없던 해괴한 일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모두가 돈에 미쳐 살아가다보니 그것이 전부인 줄 알고 있다. 감각이 무뎌질 대로 무뎌졌다.

중세 유럽의 암흑기를 벗어던진 르네상스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재현돼야 한다. 중세 유럽인들이 신 중심의 세계관을 극복하고 세상을 인간중심으로 극복했듯이 21세기 대한민국 사회는 돈 중심의 세계관에서 탈피해 인간중심의 세상을 회복해야 한다. 지금은 모두가 돈에 눈이 멀어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아무리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라고 해도 지금 우리의 모습처럼 돈에 미친 사례는 없었다. 돈이 인간성을 앞질러가지는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대단히 비정상적 세상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하지만 허상뿐인 겉보기 인문학이고, 돈을 위한 인문학이다. 진정한 인간존엄의 세상으로 돌아갈 21세기 한국형 르네상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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