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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삶이 아프다고 말할 때, 토닥토닥 독서치유

이남희 대전대 평생교육원 미라클독서아카데미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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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4.15 13:10
  • 기자명 By. 충청신문
나는 너를 토닥거리고
너는 나를 토닥거린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하고
너는 자꾸 괜찮다고 말한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혼자 있어도 괜찮다.
너는 자꾸 토닥거린다.
나도 자꾸 토닥거린다.
다 지나간다고 다 지나갈 거라고
토닥거리다가 잠든다.

‘삶이 자꾸 아프다고 말할 때’에 수록된 김재진님의“토닥토닥”이란 시다. 내 안의 진짜 내가 아프다고 말할 때,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는가? 삶이 내가 아프다고 호소할 때 무어라고 대답했었는지, 괜찮다고 모른 체 외면하거나 서둘러 반창고를 붙여버려 “소화되지 않은 감정”으로 만들어 쌓아두진 않았는지…. 또는 누군가가 아프다고 말할 때 괜찮다며 섣부른 위로를 쏟아내지는 않았는가? 괜찮다고 말하는 순간은, 타인으로부터 선택되어지는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다. 세상에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밖에 없으며 그 때도 나만이 알 수 있다.

필자는 올해 오십대가 되면서 삶을 대하는 느낌이 사뭇 달라졌다. 독서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색깔, 노래, 시, 영화, 새싹, 봄꽃들, 하늘과 햇살, 바람느낌까지 모든 것이 재조직되고 재통합된다고 할까…. 필자는 매일매일 독서와 사색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노력, ‘마음 공부’를 이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과정에서 ‘독서치유’라는 또 하나의 점을 연결하게 되었다. 독서치유는 책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그림, 모래, 음악 등을 매개로 하여 아픈 영혼을 치유하고 不安을 安으로 바꿔가는 과정이다. 심리학자 보웬의 말처럼 건강한 사람은 자기분화가 잘 이루어지는 사람이다. 정신내적으로 감정과정과 사고과정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고, 대인관계적으로 자신과 타인을 분리하는 능력이 생긴다. 필자는 이것을 CCTV 훈련기법이라고 표현한다. 갈등이 되는 사람과 상황을 마치 CCTV가 지켜보듯이 객관적으로 보는 훈련을 말한다. 그렇게 객관적으로 분리해서 보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에 ‘훈련’이라고 표현한다. 힘들어도 훈련이라 생각하면 ‘훈련’을 감내할 수가 있는데, 지나고 보면 한결 수월해졌음을 알 수 있다. 몇 번의 자기분화를 경험해 가면서 자기자신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나 또는 그 사람이 그때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면 한결 견뎌낼 힘도 생기게 된다. 결국 ‘나 세우기’가 가능해진다.

책을 읽다보면, 아니 영화나 노래, 스쳐지나가는 광고의 문구를 보다가 갑자기 울컥하거나 공감이 갈 때가 있다. 어떤 상황 또는 인물과 동일시가 이루어진 것이다. 독서치유는 동일시, 카타르시스, 해석 및 통찰, 적용 및 행동의 단계를 거친다. 동일시란 자신의 감정을 저도 모르게 다시 그 대상과 인간에게 옮겨 넣고 마치 자신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이 느끼는 감정 이입, 또는 공감(동류의식)을 말한다. 공감이 없으면 작품을 읽기가 어려운데 공감 또는 반감을 통해 독서의 질을 결정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동일시를 결험한 사람은 거의 즉시 카타르시스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화 또는 배설을 의미한다. 내면에 쌓여 있는 욕구 불만이나 심리적 갈등을 언어나 행동으로 표출시켜 발산시키는 것을 말한다. 여러분 대부분이 동일시와 카타르시스까지 경험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통찰이란, 재조직화를 의미한다. 새로운 관계를 깨닫는 것이고 축적된 경험을 통합하는 자기 재정향을 의미한다. 내가 왜 그 상황에 공감했고 그 사람에게 동일시했는가를 깨닫는 “아하!”경험 같은 지각과정이다. 끝으로 적용 및 행동과정인데 여기에서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과정을 통해 방향을 바꾸는 용기있는 실행이 요구된다. 지금까지 간단히 소개한 내용들이 독서치유의 과정인데 비교적 짧은 기간(6개월 정도)에 좋은 작품을 읽으며 자발적인 치유가 일어난다.

베어진 풀에서도 향기가 난다는 말이 있다. 알고 보면 향기는 풀의 상처라는 김재진 시인의 어마무시한 통찰이다. 베이는 순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는데 풀들은 향기를 지른다는 것이다. 들판을 물들이는 초록의 상처와 초록의 향기, 상처도 저토록 아름다운 것이 있다는 표현 뒤에는, 그 상처를 잘 토닥여 곱게 딱지를 떨궈낸 대견함이 느껴진다. 여러분은 어떤 빛깔의 상처와 어떤 향기를 지니고 사는가? 과연 필자의 상처는 어떤 색일까, 어떤 향기일까 잠시 묵상해보는 아침이다.

마무리 하면서, 떠오르는 글이 있다. “삶을 지속해야할 이유를 찾는다면 언제나 희망은 있다.”('그만 아프기로 했다'중에서) “나를 사랑해야할 이유를 찾는다면 언제나 치유는 있다.”(필자의 패러디) 다양한 매개의 독서치유를 통해 자기분화를 이루고, 지금-여기에서 스스로를 토닥이는 행복한 여러분이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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