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거짓말
[목요세평] 거짓말
  • 충청신문 dailycc@dailycc.net
  • 승인 2019.04.1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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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구 수필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옆집 친구가 아침 일찍 찾아와 “너, 어제 못 들었지? 오늘은 학교 안가도 된대.”하는 말을 던지고 줄행랑을 놓았다. 평소에 정직한 친구이기에 믿고 방안에서 뭉기적 댔다. 한참 후 “너 빨리 학교 안가고 뭐해?”라는 어머니 말씀에 “안가도 된다는데… .”하면서 나오니 “딴 애들은 벌써 학교 갔어. 빨 리가.” 하신다. 얼결에 가방을 들고 학교로 뛰었다. 두 시간이 끝나 후에 교실에 들어가서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다. 귀가 길에 그 친구에게 따졌더니 “야! 오늘이 만우절이야. 거짓말 하는 날인 거 몰라?”하고 되레 큰소리를 친다. 3월 달력을 넘기고 4월 달력을 보면 늘 그 기억이 떠오른다.

요즘은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만우절이라는 외래의 풍습이 우리 생활에 파고들어 경우에 따라서는 큰 화를 자초하기도 한다. 지난 5년간 만우절 허위 신고로 소방차가 출동한 통계를 본 적이 있다. 2013년 31건, 2014년 6건, 2015년 5건, 2016년 9건, 2017년 12건, 2018년 7건이라고 한다. 시민들의 의식이 높아져 줄고는 있지만 인력과 예산의 낭비가 큰 것은 물론 막상 진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를 생각한다면 아찔한 생각이 든다. 더구나 지난겨울부터 계속된 건조기후에 따른 화재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요즘, 모두가 주의해야 할 일이다. 경찰은 112에 장난 전화를 하면 한 건이라도 강력히 처벌한다고 한다.

그래도 만우절은 그나마 씁쓰레한 웃음이라고 웃을 수 있지만, 정작 웃지 못 할, 아니 화가 나는 거짓말들을 많이 본다. 초등학교 다닐 때 배운 ‘양치기 소년’이야기는 살아가면서 교훈을 준다. 과연 내 언행은 어떨까? 주변 사람들은 나를 믿어주고 사는가? 뉴스를 보면서 다시금 양치기 소년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어떤 일이든 본인이 가장 잘 알 터인데, 경찰이나 검찰에 불려가는 사람들이 하는 말들의 공통점은 “나는 결백하다, 나는 00한 적이 없다”라는 말이다.

그런데 그 결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세월이 지나면서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것을 종종 본다.

희망찬 봄소식에 꽃샘추위처럼 다가 온 연예계의 부도덕한 소식을 보며 우울해진다. 연예계는 특히 청소년에게 영향을 많이 주는 영역이다. 화면에 비춰지는 그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가 청소년들의 ‘따라하기’가 된다. tv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수사극의 전형적인 대사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게 되있어”라는 말이 진리처럼 다가온다. “진실을 말할 용기가 부족한 사람은 거짓말을 한다”라는 캘빈 밀러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겠다.그러기에 변명하기 보다는 차라리 처음부터 진실을 이야기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120원을 주워 파출소에 주인을 찾아라주라고 한 어린이들과 그 어린이들에게 풍선껌을 사준 경찰관의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 크건 작건 내 것이 아니기에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어린이들의 마음이 바로 정직이고, 그 정직을 격려해준 경찰관도 또한 정직의 인성 실천이 아닐까? 그런 어린이들과 그런 경찰관이 다수 있기에 우리 사회는 밝고 희망이 있다.

sns의 발달로 기승을 부리는 것이 있다. 전기통신금융사기(voice phishing)가 서민들을 울린다. 관련 전문성이 없는 서민들은 그저 당하기만 한다. 필자도 ‘골프채 00만원 결재 아래 주소로 접속하여 확인 바람’이라는 문자를 몇 번 받았다. 골프도 칠 줄 모르고, 사지도 않았기에 그냥 무시했지만 뭔가 찝찝하다. 거래 하는 은행에서 전화가 와도 답변하기가 꺼려진다. 뿐만 아니다. 요즘은 ‘가짜 뉴스’라는 것도 판을 친다. 며칠 전 지인이 문자를 전송해 왔다. 외국 신문에 게재된 뉴스라고 하고 현 정치 상황을 묘사한 내용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짜뉴스였다.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살 때도 ‘과연 이 물건이 진품인가?’하는 의심이 든다. 낯선 사람이 길을 물으면 친절하게 가르쳐 주라고 어렸을 때 배웠는데, 나는 요즘 손주들에게 “낯선 사람이 길을 물을 때는 대답하지 말고 빨리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라“고 가르치고 있다. 슬픈 현실이다. 속이고 속는 일이 일상화 됐다. 과학과 문명이 발달하면 좀 더 안전하고 깨끗하고 즐거워야 하는데 더 걱정거리가 많아지고, 더 거짓이 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2015년 7월 21일부터 시행된 ‘인성교육진흥법’에 ‘정직’이라는 덕목도 들어가 있다. 법으로 규정하기 이전에 ‘정직’은 우리 삶을 지켜가는 중요한 항목이다. 유치원에서부터 초·중·고·대학의 모든 교육과정 속에 스며있는 것이 정직이다. 거짓을 몰아내고 이 나라의 민주주의 기둥을 세웠던 이 4월이 더는 거짓으로 얼룩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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