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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되는 청소년 性… 수학·영어가 더 중요?

수업시간 확보 어려움… 年 3시간 의무교육도 형식적인 내용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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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4.23 17:07
  • 기자명 By. 이수진 기자
최근 성 인지 감수성에 대한 교육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는 수업 시수 확보 문제·성교육 자료 부족 문제로 여전히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어 우려와 답답함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대전의 한 대형 서점에 구비돼있는 성교육 관련 서적.(사진=이수진 기자)
최근 성 인지 감수성에 대한 교육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는 수업 시수 확보 문제·성교육 자료 부족 문제로 여전히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어 우려와 답답함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대전의 한 대형 서점에 구비돼있는 성교육 관련 서적. (사진=이수진 기자)

[충청신문=대전] 이수진 기자 = 최근 성평등 인식 부재로 인한 혐오발언·불법 게시물 공유 등이 학생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가운데, 이를 개선할 성교육이 주요 과목에 밀려 학교 현장에서는 '곁두리'에 그치고 있다.

교육부는 초·중·고교 각 학년에서 연간 15시간 성교육을 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정규 혹은 선택 과목이 아닌 이상 수업 시간 확보가 어려워 입시가 가까워지는 학년에 올라갈수록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성교육은 '먼 나라 이야기'가 돼가는 실정이다.

성교육을 진행할 수업 시간 미확보, 성교육 자료 부족 등의 문제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15시간을 준수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는 있지만 수업시간 확보는 학교 재량이어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체육, 생물 등 관련 교과 시간을 활용해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장시간 외에도 성폭력 예방교육 3시간이 의무화돼있기는 하지만 극히 한정된 시간 탓에 학생들의 인식 개선은 언감생심이고 그마저도 형식적이거나 왜곡된 내용으로 진행돼 효율적인 성교육 체제 마련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수업시간 확보 문제를 차치해도 제대로 된 성교육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남는다.

대전을 비롯해 전국에서 활용하고 있는 교육부 제작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은 지난해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등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성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여 교육부가 재검토 및 개편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 1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청소년 성교육 수요조사에서 중학생 406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48.9%가 "성에 대한 지식·정보를 학교 성교육을 통해 얻는다"라고 답해 학교 성교육이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성교육의 필요성·중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얼마나 자세히 설명을 해줘야하는지 기준이 모호해 곤란해하는 눈치다.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중인 A교사는 "표준안 외에도 여러 사이트에서 자료를 받아 성교육을 진행하려 했지만 아무래도 학부모들의 민원이 신경쓰여 형식적인 내용으로만 끝낼 때가 있었다"라며 "좀 더 구체적으로 서로의 성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수업을 꾸미고 싶어도 '순진한 우리 아이한테 이상한 걸 가르쳤다'라는 민원을 받았다는 옆 동료의 이야기에 자세히 알려주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해 스쿨미투를 시작으로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성 인지 감수성 함양 등을 목표로 한 여러 가지 정책이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인식 개선에 기반을 둔 구체적인 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어서 씁쓸함을 남긴다.

이와 관련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성 가치관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하고 있는 요즘, 과거와 비교해 최근에는 학생들이 사소한 것들에도 참지 않고 신고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어 성교육의 강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올해는 '찾아가는 컨설팅'이나 위탁기관 추가 선정 등 학교 현장과 행정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성폭력 예방에 최대한의 노력을 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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