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주차는 배려다
[목요세평] 주차는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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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2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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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백제문화원장

국민 2명당 자동차 1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통계다. 국민 절반이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부와 성공의 상징, “자가용 타고 친정가세” 하는 새마을 노래가 옛날 추억이 되었다. 교통 혼잡, 그만큼 주차문제도 심각하다. 주차전쟁이다. 지하 5층, 지상 8층 주차장이 빼곡하다. 음식점, 예식장, 공연장, 백화점, 공항 등등 사람이 모이는 곳은 예외가 없다.

사람은 움직이는 생명체다. 그러나 활동하는 시간보다 쉬는 시간, 잠자는 시간이 더 많다. 차도 그렇다. 차는 달리기 위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멈춰 있는 시간, 주차해 있는 시간이 더 많다. 관공서나 회사 주차장을 보면, 하루 종일 꽉 차 있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가 4월 17일부터 시행되었다. 현장단속 없이 과태료를 부과한다. 4대 절대 주·정차 금지구역이 있다. 소화전 5m 이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정류소 10m 이내, 횡단보도 위가 그것이다. 그 중 횡단보도 위나 정지선 침범 주·정차가 가장 많다고 한다.

차를 여러 대 보유한 집도 많지만, 차를 가지지 못한 이들도 많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보행자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보행을 방해하는 행동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제천 화재참사에서 보듯 소방차량 통행을 막는 것은 대형 인명 손상을 야기한다.

거주자 우선 주차장이 있다. 부정주차 시비가 끊이질 않는다. 집 앞, 대문 앞, 창고 앞, 가게 앞 도로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방문객은 방문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면, 빨간 줄이 그어진 경고장이 유리창에 붙는다. 칼로 긁어도 떨어지지 않는 강력 스티커다. 무단주차의 대가는 혹독하다.

불법주차, 부정주차, 무단주차의 이유는 다양하다. 주차장 부족이 가장 크다. 주변에 주차장이 없으니, 유료주차장은 아까워서 기피한다. 잠시 용무 보러 왔다고 무료주차장, 공영주차장만 찾을 게 아니다. 주차는 비용을 지불해야 마땅하다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불법주차로 피해를 본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다. 시야를 가려 교통사고가 난다. 반대로 불법주차를 해 본 경험도 누구나 갖고 있다. 양면성이다. 다른 사람의 불법 주차에는 예민하지만, 정작 나의 불법 주차에는 관대하다.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를 반복한다.

잘못된 주차는 운전자 탓이다. 차를 나무라는 게 아니라, 운전자를 욕한다. 주차방법은 민주적이어야 한다. 독립적이지만 질서가 있어야 한다. 독재적인 주차는 반칙이다. 초보운전자는 주행보다 주차가 더 스트레스다. 바퀴를 반듯하게, 간격을 일정하게, 전진, 후진을 거듭하며 핸들을 꺾지만 각도가 안 나온다. 옆 차도 긁고, 앞 차도 들이박고 벽도 쾅! 주차 결벽증에 시달린다. 전면주차, 후면주차, 사선주차 모두 공식이 있어 연습을 한다. 주차는 평행과 간격이다. 전후좌우 공간을 안배한다. 좁은 공간에서는 후진의 경우 전진보다 회전반경이 작기 때문에 쉽게 주차할 수 있다. 자동차 머리부터 열심히 들이대다가는 날이 새도 주차하지 못한다. 전면주차는 후진으로 나와야하기 때문에 뒤처리가 쉽지 않다. 주차에 왕도는 없다. 실력은 초보운전이지만 마음만큼은 베스트 드라이버다. 베스트 드라이버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주차장 접촉 사고, 이중주차, 통행 방해 시비는 날마다 벌어진다. 질서 있게 반듯하게 정렬해 있는 주차장 풍경은 아름답다.

운전자를 잘 만난 차는 차고에서 잔다. 셔터를 내리고 숙면을 취한다. 회사에서도 고위급 간부 차량은 주차구역에 차량번호를 표시한다. 거기는 다른 번호는 넘보지 아니 한다. 일반인 차는 야외에서 쉰다. 눈, 비 다 맞는다. 겨울날 눈에 파묻혀 얼어붙은 차 유리를 털어내는 진풍경, 홍수에 하상주차장 차들이 물에 잠긴 정경은 슬프다.

주차장 확보에 대한 정부정책은 시원치가 않다. 무단주차는 관습화되었다. 소유자나 관리자의 동의 없이 주차해도, 처벌이나 제재는 거의 없다. 골목길 주차 행렬, 양쪽에 차를 대어 사람들이 가운데로 요리조리 피해 다닌다. ‘차고지 증명제’는 오래 전부터 검토하고 있는데, 지금도 검토 중이다. 주차공간이 없는 자에게는 차를 팔지 마라. 건축법도 개선되었지만 주차 공간 확보는 턱없이 부족하다. 도로에 선 그어놓고 유료화한 발상은 가히 수준급이다. 누가 도로를 주차장으로 설계했는가? 점심시간 대에는 불법 주·정차 단속을 유예한 지방자치단체가 많다. 상권 살리기 차원이란다. 임기응변이다. 이런 상태로는 주차장이 완비된, 주차 선진국은 요원하다.

주차문화는 많이 좋아지고 있기는 하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비워둔다. 경차 주차장에 중형차량이 두 칸을 점거하는 꼴불견도 줄어들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 서 있던 화물차 모습도 사라졌다. 주차는 배려다. 타인에 대한 베풀음이다.

우리 동네 큰 교회에서 평일에 주차장을 개방하더니 폐쇄했다. 호평을 받았는데 도저히 관리가 안 된다고 한다. 주차는 매너다. 쓰레기도 쌓이고 심지어는 담배공초도 바닥에 버려진다. 화단에 후면주차를 해서 나무와 꽃이 망가진다. 통로를 막는다. 장기주차,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언제 옮길지 알 수 없다. 연락처도 없다. 편의가 지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 신도들의 항의를 탓할 수가 없다. 그동안 요긴하게 교회 주차장을 이용해 왔는데 이제는 그러지 못하게 되었다. 고정된 차고를 가지지 못한 나는, 그때그때 일정한 장소 없이 담벼락 빈자리에 차를 세운다. 운전자는 차에서 떠난다. 밤새 누가 발로 차지는 않았는지, 백미러를 깨지는 않았는지, 늘 걱정이다. 바퀴에 송곳 구멍이 나도 하소연할 처지가 아니다. 차 바보다.

주차는 땅 바닥에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마음에 하는 것이다. 자기 양심에 하는 것이다. 교회 담벼락에 차를 세우며 생각한다. 날마다 무단주차를 하는 나는 어떤 차주인가. 미안함, 고마움이 어우러진다.

차와 사람은 하나가 되었다. 차 없이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어디에 주차해야 하나? “차 좀 빼주세요!” 문자 메시지에 가슴이 콩콩 뛴다. “죄송합니다.” 봄비 그치고 나면 송홧가루, 꽃비가 야속하게 흐드러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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