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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소확행, 소독행!

이남희 대전대 평생교육원 미라클독서아카데미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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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5.09 16:41
  • 기자명 By. 충청신문
“욜로대신 소확행!”이란 말이 있다. 욜로란, 하나 뿐인 인생 즐기며 살아가자라는 뜻인데, 그렇게 살다보니 카드빚이 늘어간다는 웃지못할 이야기가 생겨났다. 그래서 다시 나온 말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이다. 필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소확행, 소독행!”을 말하고 싶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작지만 꾸준한 독서의 행복을 말이다. 어쩌면 이것은 독서와 삶이 하나가 된 필자에겐 생존을 위한 행복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얼마 전에 읽은 서은국교수의「행복의 기원」이란 책에서 생각의 역발상을 경험했다. “생존과 번식, 행복은 진화의 산물이다.”라는 말이 사고의 실마리가 되었는데, 행복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며 행복감(쾌감)은 생존하려고 뇌가 만드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여전히 100% 동물이다. 인간의 마음 또한 진화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긴 ‘도구’일 뿐이라는 밀러의 말에도 공감이 갔다. 공작새 꼬리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인데, 공작새는 꼬리를, 인간은 마음의 능력을 펼치지만, 궁극적 목적은 동일하며, 결국 유전자를 남기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러분께 질문을 하나 던져보겠다. “행복감을 왜 느낄까?”온갖 종류의 답변이 가능하겠지만, 저자인 서은국 교수는 “생존, 그리고 번식”이라는 진화심리학 기반의 명쾌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생존”이라는 말이 “자아실현”이란 말보다 왠지 저차원적인 어휘라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다소 생소하고 충격적인 답일 수도 있다. 뇌 속의 탐지기에서 신호가 울리는 순간, 인간은 쾌감을 느낀다.(주로 시상하부의 기능) 행복은 사회적 동물에게 꼭 필요한 생존 장치라는 점이다. 뇌는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조상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생존 지침서’인 셈이다. 생존 팁들을 USB로 주지 않고 유전적 정보로 저장해 우리 뇌에 심어놓았다고나 할까.

요즘 필자는 아침, 저녁으로 30분씩 산책을 하고 있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호흡하고 걷는 단순한 행위지만, 초록이 짙어가는 나무들과 꽃들과 새소리를 들으며 생명력을 충전하는 기분좋은 시간이다. 산책을 마치고나서 초록의 에너지로 아침독서를 시작한다. 맑고 편안한 뇌세포들과 대화할 준비를 끝낸 글씨들이 살아서 필자의 핏속을 흐르며 필요한 공명을 일으킨다. 행복은 행복의 주소에서, 소망은 소망의 부위에서, 감사는 감사의 느낌으로 자신의 의미에 맞게 공명을 일으킨다. 이렇듯 독서와 삶이 하나가 되어 공명통을 다스려 가고 앎의 쿠션을 키워나가는 소독행의 시간에 감사한다. 하루에 한권씩 책밥을 먹을 수 있어서, 사는 날까지 맘껏 좋은 책들을 실컷 읽을 수 있어서 참으로 감사하다.

우리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는 저마다 여러 가지가 있다. 행복한 생존을 위해 여러분은 오늘, 삶에 무엇을 인풋하고 있는가? 행복은 구체적인 경험이며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것을 꼭 기억하자. 행복의 핵심을 구체적인 한 장의 그림에 담는다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모습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좋아하는 사람과 향기로운 커피향을 음미하며 책을 읽는 아름다운 장면은 어떠한가? 작지만 맛있는 독서행복 “소독행”을 삶에 추가하시길 권해드린다.

다음은 마무리 하면서 필자가 공명을 일으킨,「책에 미친 바보」에 나오는 간서치 이덕무 선생님이 책을 읽는 이유의 내용이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슬픔이 밀려와
사방을 둘러봐도 막막하기만 할 때에는
그저 땅을 뚫고 들어가고 싶을 뿐,
살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내게는 두 눈이 있고
글자를 알기에 한 권의 책을 들고 마음을 위로하면
잠시 뒤에는 억눌리고 무너졌던 마음이 진정된다.

필자는 기꺼이“간서치, 이남희.”라고 불리길 희망한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웅녀가 쑥과 마늘을 먹으며 사람이 되고 싶었듯, 필자 또한 매일 책밥을 먹으며 조금씩 조금식 “사람”이 되어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 앞으로도 쭈욱 여러분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기원드리며, 일년동안 부족한 칼럼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린다. 끝으로 한번 더, “소확행, 소독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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