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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세상에

이혜숙 음성수필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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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5.06 15:2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죽을 때까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일까. 사람들이 더 무서워지는 것 같다. 요즘 들어 겁난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이런 세상에 나는 어떤 사람일까.
얼마 전 강원도 산불로 많은 이들이 이재민이 되었다. 하루아침에 집과 세간을 잃은 이들은 얼마나 가슴이 찢어질까. 생활터전은 물론 모든 재산을 한꺼번에 잃고 슬퍼하는 모습이 티브이에 비춰질 때 어떻게 도와야할 지 고민했다.
내가 아는 목회자 부인이 집에 있는 옷을 보낼 거라며 주소를 올렸다. 모두 불타버렸으니 입을 옷이나 남아있겠나 하는 마음으로 부지런을 떨었다. 아끼던 옷이라도 어서 보내 그들에게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장롱을 열고 깨끗하게 빨아서 넣어둔 옷을 꺼내 한 박스를 만들어 택배로 보냈다.
며칠 후 목회자 부인이 전화가 와서 “언니 미안해요 그곳 자원봉사센터에서는 옷을 받지 않는다는데 어떻게 하나요?” 했다. 이미 주어버렸는데 뭘 어쩌겠나. 누군가 필요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잊으라고 했다. 거듭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에 꼭 필요해서 그랬을 거라고 역으로 위로해야 했다.
사회에서 이름난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들의 성금이 줄을 잇는다. 누구는 결혼 비용 중 일부를 보내기도 하고 누구는 거금을 흔쾌히 투척한다. 그들의 그런 따뜻한 마음에 코끝이 찡한 감동이 사라지지도 않았는데 이런 일을 당하고 후회를 해 본다. 직접 가서 살펴보고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보지 않는 자신을 책망해본다.
내가 울산 살 때다. 그때는 강원도에 물난리가 나서 이불을 사서 찾아갔었다. 아는 사람이 있어서 이리저리 나눠주고 왔었다. 혼자 힘으로 많은 위로를 할 수는 없지만 조금이나마 그들의 아픔을 같이 하고 싶었다. 이번에도 그런 마음으로 보낸 것인데.
큰일을 당해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이용하는 사람 마음은 어떤 것일까. 도대체 이해 할 수 없는 그 사람들은 어떤 얼굴로 사는 사람일까. 포항 살 때 안강 들판이 물에 잠겼었다. 집은 물로 온 들판이 물바다라서 사람조차 다닐 수 없었다.
사람들이 모두 집을 비우고 피란 간 사이 배를 타고 다니면서 가정집을 뒤져서 도둑질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흙으로 진창이 된 집에서 귀중품을 찾아다닌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그리 잔인한 마음을 가질 수가 있을까. 남의 아픔을 외면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금수만도 못한 행위를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이없어 허탈했던 기억이 난다.
도움의 손길도 돌다리 두들기듯이 확인해야 하는가. 물론 그들 나름의 고충이 있을 거라고 위로해보지만 씁쓸함은 감출 수 없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라지만 지옥 같은 현실에 눈물마저 말라버린 사람을 이용하다니.
내가 사는 고장에서도 결연 맺은 동해시에 구호물품을 보냈다고 한다. 전국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것을 보는 마음이 뿌듯하다. 아픔도 슬픔도 같이하는 아름다운 민족. 그 중에 조금 나쁜 사람도 섞여 사는 것뿐이라고 위로하며 그래도 믿고 살아야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끼던 옷까지 보냈다. 살이 쪄서 살 빠지면 입을 거라며 고이 모셔주었던 것도 보냈다. 서슴없이 떠나보내고 아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또 뭘까. 아깝다는 생각도 들지만 떠나보낸 옷들은 나하고 인연이 다한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마음을 돌려 잊어버리려다가 지인에게 옷 보낸 이야기를 했더니 가짜뉴스였다고 하면서 보낸 옷 처리하기에 무척 힘들다고 했다는 것이다. 누군가 필요해서 한 거라고 자위했던 마음에 오물을 뒤집어 쓴 것 같다. 티브이에서 모금하는 소식을 들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마음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섣불리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할 것 같다.
까맣게 변해버린 곳에서 밭을 갈고 곡식을 심는 그들을 본다. 집이 사라졌어도 파종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일하는 그 모습이 숭고해 보인다. 눈물을 삼키고 다시금 일어나 재기하려 열심히 일하는 그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끈을 놓지 않는 우리 민족의 끈기는 어느 누구도 따라가지 못하리라. 또한 무언의 용기를 보내주는 국민의 힘이 그들에게 더 큰 희망이 되리라. 불발로 끝나버린 나의 마음도 그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라 생각하고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어렵고 힘들지만 오뚝이처럼 일어날 것이다. 그들에게 무한한 축복과 행복이 함께하길 기원한다. 작은 성의라도 아무런 의심 없이 보낼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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