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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소통의 축제

한기연 시인·평생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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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5.13 23:20
  • 기자명 By. 충청신문
한기연 시인·평생교육강사
한기연 시인·평생교육강사

실과 바늘을 들고 문우들이 둘러앉았다. 헌 옷을 책상위에 쌓아 두고 천 조각을 붙이면서 옷을 만든다. 노년의 B선생님과 P회장님도 쉰 넘은 젊은 문우가 바늘에 꿰어 준 실을 들고 손을 보탠다. 축제를 앞두고 예총 산하 협회별로 당번을 정해 축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금요일은 문인협회가 모여 품바옷을 만들게 되었다. 나는 오랜만에 문우들 앞에서 반짝이 의상을 걸치고 거리퍼레이드에 입을 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거리퍼레이드는 축제의 꽃이라고 생각될 만큼 많은 기관과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각 읍·면에서는 퍼레이드를 위해 일찍부터 주제를 정하고 의상을 준비하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모인다. 농사일이 바쁜 시골마을도 예외 없이 시간을 쪼개 축제를 준비하면서 흥겨운 시간을 보낸다. 축제기간동안 각 마을별로 움막도 지어놓고 그 안에서 거리낌없이 막걸리잔을 기울인다. 지난 번 한 마을 면장님은 우스꽝스런 분장을 하고 모형엉덩이까지 꿰 차고 움막앞에서 막춤을 선보이며 마을 사람들과 어울렸다.

신명난 가락과 유쾌한 웃음으로 사랑을 나누어 주던 ‘품바’가 스무살 생일을 맞이했다. 올해는 ‘20살 품바! 사랑과 나눔 愛 빠지다’라는 주제로 5월 22일부터 열린다. 자신도 남은 음식을 구걸하며 음성 무극다리에서 생활하면서도 동냥조차 어려운 거지들을 위해 기꺼이 음식을 나누며 그들을 보살폈던 故 최귀동 할아버지의 사랑과 나눔, 평화와 봉사정신을 이어받아 2000년 시작된 음성 품바 축제가 어느덧 20회를 맞았다.

축제 첫 회부터 참여해 왔기에 감회가 새롭다. ‘거지축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사랑과 나눔의 축제’로 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발로 뛰었다. 축제의 시작과 중심에는 예총회원들이 있었다. 품바축제는 그 시작이 관주도가 아닌 민간주도의 축제였다. 나 또한 어린 아들들과 분칠을 하고 패션쇼 무대에 올라 끼를 발산하기도 했다. 그 때는 예산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여건도 열악했다. 함께 모여 밤늦도록 행사 준비를 하고 너나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힘들었지만 재밌었고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때 느꼈던 정으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 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20주년을 맞아 특별 기획으로 사랑 나눔 릴레이도 진행되고 있다. 사랑 나눔 릴레이는 아이스버킷 챌린지 형태로 미션 수행 후 다음 기부자를 지명하는 형식이다. 방법은 포토프레임 앞에서 품바의상을 입고 음성품바축제를 홍보하거나 품바타령을 30초 정도 부르기, 또는 품바댄스 추기 중에서 한 가지를 택해서 수행한다. 48시간 이내에 미션을 수행하고 다음 참가자를 지명한 뒤 후원금을 내고 영상 촬영하여 본인 SNS계정에 올리거나 음성품바축제 페이스북 에 올리는 방식이다. 지난 1월 1일부터 시작된 사랑의 릴레이가 문인협회로 이어졌다. 문우들의 지명을 받아 나도 릴레이에 참여한 후 후원금을 계좌이체했다. 사랑 나눔 릴레이 이벤트 후원금은 제20회 음성품바축제 열림식에서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지역아동에게 기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1회부터 20회까지의 축제 흔적을 되짚어 보고 기록을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엮으려는 품바백서도 발간 될 예정이다. 성년의 나이 스무살, 지금까지 꿈을 위한 탐색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무한한 성장의 가능성과 실천이 남아 있다. 축제의 본질적인 의미를 잃지 않고 지역 주민들의 화합을 이끌어내어 ‘사랑과 나눔’의 소통공간이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풍자와 해학이 깃든 품바가락이 5월의 하늘에 울려 퍼져 온 마을이 덩실덩실 춤추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맥주 한 잔 기울이며 옷을 깁는 문우의 정이 더욱 깊어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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