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이수진 기자 = "선생님, 다 같이 해요. 그게 더 재밌어요."
지난 13일 초록이 우거진 장태산 밑자락에 자리잡은 대전 기성초등학교가 5학년 학생 8명의 웃음소리로 떠들썩했다.
탁구공을 활용한 놀이통합 수업을 진행하던 김은량 교사(47)는 때로는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때로는 질서유지를 지도하며 아이들과 어우러져 있었다.
스승의 날을 맞아 교편을 잡은지 25년째임에도 "숨은 노력을 하고 계신 열정 있는 선생님들에 비해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라고 겸손히 자신을 소개한 김 교사를 만나 '스승의 은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자리를 가졌다.
김 교사는 교사란 '학생 고유의 모습을 함께 찾아가는 여정의 동반자'라고 했다.
그는 "교사란 판사도, 검사도 아니며 아이들의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단순한 지식전달이 아니라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즐겁게 수업에 참여하고 소통하며 인성과 협업심을 기르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의 교육과 경험은 앞으로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그것이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역량"이라며 "아이들 개개인이 갖고 있는 역량이 고유의 모습으로 발아되도록 함께 하는 것이 우리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을 사회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로 표현했다.
그는 "어수선한 사회 속에서도 아이들에게선 얼마든지 사회가 밝게 나아갈 수 있는 작은 잠재력을 볼 수 있다"며 "학교는 그 숨은 능력이 드러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교육과정은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김 교사가 지난해 진행한 '봄 프로젝트'가 한 예다.
'봄'이라는 큰 주제는 하나지만 그 속에서 아이들은 다양하게 발현한다. 관찰을 좋아하는 친구, 그림을 그리는 친구, 연극을 하는 친구,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 등을 통해 자신을 밖으로 표출하고 소통·격려·자신감을 얻는다.
그는 "교육과정은 끊임없이 재구성된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왔지만 인성·감성·창의적 능력과 같은 인간 고유의 영역을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로부터 어떻게 이끌어낼지 선생님들은 항상 열정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열정적이어도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할 순 없다. 힘들고 외로워도 매일 교실을 찾아가는 원동력을 김 교사는 두 말 할 것 없이 "아이들"이라고 대답했다.
김 교사는 "선생님들의 마음속에는 '마법의 지우개'가 있어 아무리 학생들에게 상처 받아도 '선생님, 고맙습니다', 한 마디 같은 아이들의 작은 행동과 말에 선생님들은 모든 아픔을 잊고 다시 나아가게 된다"라고 말했다.
어른들이 보기엔 아주 작아보이지만 아이들에겐 큰 날갯짓인 그 미세한 변화의 큰 의미를 이해해주며 매년을 맞이하는 것이 학교 현장의 교사라는 것이다.
최근 스승의 날에 대한 의미가 퇴색돼가는 사회현상을 바라보며 그는 "교사 집단도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론 교사들은 빨대처럼 학생들을 향해 기울어져 있다"라며 "더 많은 요소를 갖춰서 학생들과 나아가려는 선생님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교사는 마지막으로 "밖에서 봤을 땐 우리가 미흡해 보일 수 있어도 기본 밑바탕은 학생들에 대한 사랑이기 때문에 아낌없는 신뢰를 지원해줄 수 있는 교육환경과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