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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양신(良臣)과 충신(忠臣)

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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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5.27 16:58
  • 기자명 By. 최영배 기자
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정관 6년 위징이 황제에게 절을 올리며 말했다.
"소신은 나를 위해 목숨 바치며 언제나 바른 것을 행하고자 합니다. 그러니 결코 폐하를 속이거나 배반하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아무쪼록 저를 양신으로 만드시되 충신이 되기를 바라지는 마십시오."
그러자 태종이 물었다.
"양신과 충신은 무엇이 다른가?"
"양신은 후세에 아름다운 이름을 남기고, 군주가 거룩한 천자가 될 수 있도록 도우며, 자손만대까지 복록을 누립니다. 하지만 충신은 자신은 물론 일가족 모두가 몰살당하고, 군주는 폭군이 되며, 국가도 가문도 모두 멸망하여 오로지 자신만 충신의 이름을 후세에 남깁니다."
"모쪼록 그 말을 지키도록 하라. 짐 역시 국가를 바르게 다스릴 계획을 잊지 않을 것이다.“
혼자 충신의 이름을 남기기보다는 군주와, 국가와 함께 번영을 누리고 싶다는 말이겠지요.
–정관정요(貞觀政要)
신하라는 개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온갖 모험을 무릅쓰고 입금의 잘못을 諫하고, 이래서는 안되며 저래서는 옳지 못하다고 주장하고 요구한다는 게 여간 위험스런 일이 아니다.
이런 위기상황이 와서는 신하 노릇하기가 정말 어렵게 된다.
임금의 지시에 순종하고 시키는대로 하기만 해도 만사가 잘 풀린다면 이야말로 良臣이 되는 것이다.
임금이 잘나야 신하도 목숨 떼어놓고 直諫하는 충신 아닌 양신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임금이 일을 잘못하면 신하의 처지가 더욱 어렵게 된다.
임금에게 잘못했다고 바득바득 대든다면 임금 입장도 어렵고 신하의 목숨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忠臣 아닌 良臣이 되겠다는 말은 뒤집어보면 신하가 목숨 걸고 간하는 잘못을 임금 스스로 저지르지 말아 달라는 완곡한 표현이 된다.
어느날 왕이 물었다.
“요즘 어째서 벼슬하는 신하들이 아무도 의견을 말하지 않는가.“
신하가 대답한다.
“아직 충분히 신임을 얻지 못하면서 왕에게 간한다면 듣는 쪽에서는 자신을 헐뜯는 것으로 오해할 것입니다. 또 신임을 받으면서도 간하지 않는다면 이는 國祿을 훔치는 도둑입니다.”

여기에 임금과 신하라는 말을 社長과 部長이라는 말로 한번 바꿔봄직도 하다.
사장이 매사에 능할 수 없으니 직언할 수밖에 없는 게 부장의 도리겠지만 부장이라 해도 아무 때나 함부로 직언할 수도 없다.
일단은 사장의 지시대로 해본 다음 그 부당성을 지적한다거나 또는 회사 내에서 상당한 업적을 쌓은 다음에야 이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해야 부장의 의견도 신용이 가는 법이다.
아무런 업적도 없이 내가 부장이라는 직위만을 내세워 사장의 잘못을 지적하고 고치려 든다면 이 또한 良臣 아닌 忠臣의 길을 자초하는 일이다.
그러나 분명하게도 신하를 良臣 忠臣 奸臣으로 만드는 일은 신하보다는 임금에게, 부장보다는 사장하기에 달려있지 않은가.
새 정부가 들어선지 2년이 지났다.
부디 헛된 명분을 앞세우는 충신이 되지 말고 실질을 추구하는 양신의 자세로 남은 국정을 이끌어 아름다운 이름을 오랫동안 남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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