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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신참들 ‘을질'에 속앓이하는 상사들

‘일, 조직보다 사생활 중시’ 문화 확대… 퇴근 후 업무지시 금지 등 매뉴얼 제작, 교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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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5.28 16:53
  • 기자명 By. 황천규 기자

[충청신문=대전] 황천규 기자 = “업무를 가르치려 해도 간섭하지 말라는 거예요. 알아서 한다면서요. 처음에는 어떻게든 설득해 부서 일을 빨리 습득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종용했지만 이제는 급한 일이 있으면 제가 하고 맙니다.”

대전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김모 과장은 최근 입사한 ‘젊은 후배’들에 대한 기대를 내려놨다고 했다.

그는 “상사의 갑질이요. 옛날 말입니다. 요즘은 신입들의 ‘을질’에 답답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개인주의와 사생활을 중시하는 신세대들의 자기 주장에 뾰족이 대처할 방법이 없다는 게 김 과장의 하소연이다.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윽박이라도 지르면 ‘을’들은 SNS를 통해 이를 실어 나르거나 감사실로 달려간다는 것.

실제 근무시간 준수 등을 요구하면 어쩔 수 없다는 것.

퇴근시간은 오후 6시인데 불가피하게 7시에 행사가 있어 대기라도 하게되면 1시간 수당을 달라고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간호사들의 엄격한 선후배 관계도 무너져간다고 했다.

“고참 간호사가 되면 주야간 3교대에서 야간근무를 안하는 경우가 있는데 신참들이 공평하게 일을 해야 한다며 진정서를 넣어 지금은 다같이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김 과장은 그러면서도 신입들의 미래를 걱정했다.

“나중에 본인이 고참이 되면 어떻게 부서를 이끌고 갈지 걱정이예요. 후배들을 통솔하려면 업무를 장악해야 하고 그러려면 확실하게 일을 알고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업무 전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요”

그는 출퇴근 시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아무리 일이 밀려 있어도 ‘칼퇴근’이라고 했다. 물론 출근도 정확한 시간에 ‘칼’이다.

정 급하면 자신이 남아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박모 과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저희 세대들이 낀 세대죠. 이전에는 선배들이 지시하면 사생활을 뒤로 제쳐두었죠. 모든 게 일 중심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달라요. 개인이 있고 다음이 조직이고 일이예요. 이해못하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너무한다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같은 을질이 아직 대세는 아니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여전히 상사들의 갑질이 이뤄지고 있고 ‘업무 우선주의’ 문화가 저변에 폭넓게 깔려있다는 것이다.

신입직원들도 나름 할 말이 있다. 이 모씨는 "업무는 차질없이 해내고 있다. 일 만능주의 관례가 아직도 뿌리깊게 남아있어 그런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서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 선배들이 옛날과 자꾸 비교하면서 나무란다"고 항변했다.

이같은 직장문화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매뉴얼을 만들어 교육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대전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퇴근 후 업무지시 금지, 회식은 오후 9시까지 등등, 구체적인 조항을 담은 매뉴얼을 만들어 조직문화를 바꾸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도한 업무 우선주의와 신세대들의 개인주의가 절충을 이뤄가는 과도기인 것 같다. 그동안 너무 일에 눌려 살아왔던 시절을 생각하면 바람직한 면도 있다”면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직장문화가 새로이 자리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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