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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학폭'만 문제가 아니다… 알바생 언어폭력, 직장 갑질문화 '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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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5.29 17:54
  • 기자명 By. 박진형 기자

[충청신문=대전] 박진형 기자 = 연예계에 부는 '학폭미투'가 화두다. 최근 유명세를 탄 밴드 잔나비의 멤버 유형연, 가수 효린 등 학교 폭력 논란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옷과 현금을 뺏고 노래방 마이크로 머리를 가격했다는 등 듣기만 해도 '아찔한' 얘기들이 민심을 들끊게 하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폭력은 비단 연예계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있는 고질적인 문제다. <편집자 주>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청년 종업원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대전의 한 유통업체 타워주차장에서 근무하는 A씨(32)는 고객으로부터 무시당하는 일에 익숙해 이제는 너그럽게 넘길 정도가 됐다. 한번은 주말에 주차 차량이 밀려서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한 손님이 인상을 쓰며 "XX 도대체 언제 나오냐"며 육두문자를 날렸다.

이런 일도 있었다. 고객에게 타워주차장이 만차여서 다른 주차장을 안내했더니 도끼눈을 뜨고 "여기 자리 있는 거 아니에요"라며 쏘아 붙였다. 타워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이 빠져나가는 공간이라고 친절한 설명에도 알바생을 잡아먹을 듯한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그럼 일방통행 도로에서 역주행해서 다시 돌아갈테니 주차통제를 해달라며 하인 다루듯이 대했다. A씨는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정말 일하기가 싫어진다"고 토로했다.

B(28)씨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카톡'으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미술시간에 쓰는 작은 크기의 붓을 주더니 매장 매대 곳곳을 청소하라고 지시했지만 이를 완벽하게 끝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B씨는 "손님을 응대하면서 진열대에 올려진 상품을 옮기고 붓으로 청소하려면 근무시간 안에 끝내지 못할 수도 있는데,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C(25)씨는 대전 서구에 위치한 한 PC방에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갔다. 일요일 오전 10시까지 찾아간다고 미리 약속하고 그날에 맞춰서 방문했다. 도착해서 전화하니 "이미 근무자 뽑았는데, 미안해요"라고 답변을 받았다. 소득 '1도' 없이 교통비랑 시간만 허비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C씨는 "알바생과 약속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저런 점주 밑에서 일하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고 짐작했다.

카셰어링 업계에서 인바운드 상담사로 2년가까이 근무한 한 20대 여성은 '클레임'을 거는 고객 때문에 눈물을 훔쳤다. 고객이 시동을 끈 상태에서 실내등을 켜놨기 때문에 배터리 방전이 됐는데 막무가내로 '무상수리'를 요구했다. 그는 "30분 넘게 통화를 하면서 온갖 욕설을 다 들었다"며 "전화가 끝나고 옥상에 올라가 서러워서 눈물을 쏟아냈다"고 털어놨다.

직장 내 갑질 문화도 여전하다.

직장갑질119는 28일 공식블로그에 '2019년 상사 막말 40선'(보도자료 19일자)을 공개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4월30일까지 4개월 동안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중에서 막말과 모욕 갑질 사례를 추렸다. 여성에 대한 혐오와 학력비하, 장애인 모욕 등 다양하다.

"야. 니가 인간이냐. 노동청 찾아가지 왜 여기 왔냐. 씨X놈아. 니가 한 행동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냐? 나잇살 처먹어서? 전화해서 밤 11시에 문자로. 니가 한 번 얘기해봐. 정당하다고 생각하냐. 그만두면 노동법에 뭐라고 나와 있는지 너네 아니? 사직을 할 경우 30일 전에 통보하게 돼 있어. 너네 같은 새X들 때문에. 야 그러니까 나이 삼십 다 처먹어서 그렇게 사는 거야. 야 꺼져. 신고해"

학력에 대한 비하와 모욕도 직장인들을 괴롭힌다. 한 직장 상사는 "너한테 뭘 바라냐, 실험하면서 조는 게 말이 되냐, 고졸이랑 다를 바가 없다"며 한 자리에서 병X이라는 욕을 5번이나 퍼부었다. 한 센터장은 "그 직원은 어느 대학을 나왔냐? 선생님들이 업무를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지방대를 졸업했기 때문이다"라며 학력비하 발언을 했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마우스 패드를 집어던지고, 업무수첩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내 말이 개가 짖는 것처럼 들리느냐"고 소리쳤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오픈카톡, 이메일, 밴드를 통해 들어온 제보는 총 2만2810건으로 하루 평균 6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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