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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행복한 커피마니아(Ⅰ)

허영희 대전보건대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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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6.02 17:46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영희 대전보건대간호학과 교수

아침부터 봄 아닌 여름 같은 바깥 날씨 탓에 때 이른 냉커피를 벌컥벌컥 마신다. 아파트 넓은 잔디밭에는 알록달록 작은 꽃망물이 이쁘고 긴 담장 벽을 따라 붉은 넝쿨 장미는 요묘하기 그지없는 자태를 품어낸다. 계절의 여왕다운 5월은 이리도 거룩하고 아름다운데 나라 안팎으로는 사람들의 욕심 탓에 코를 후벼 파는 역겨운 냄새에 마음이 어지럽다.

자타가 공인하는 나는 커피 마니아이다. 그리고 누구든 내방을 두들릴 때는 늘 한손에 커피 한잔을 들고서 문 안으로 고개 내민다. 그 광경에 어느새 나의 입꼬리는 광대뼈를 중천케하고 목소리는 은쟁반을 휘젓는다. 내 제자 중에는 여행마니아가 있는데 대단한 것은 어느 나라를 여행하고 올 때는 꼭 그 나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즐기는 커피를 챙겨서 나한테로 향한다. 그리고 나는 행복해진다. 마주하는 내 제자 입에서 끊임없는 여행 에피소드가 쏟아지면서 경험하지 않은 커피향기는 분위기를 무르익게 하니 시간이 성숙해지고 추억이 리듬을 탄다.

커피탄생은 이러하다. 에티오피아에 칼디라는 염소지기는 염소들의 먹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높은 지대에 있는 산으로 올라가 늘 그의 염소들을 풀어 놓는다. 그런데 염소들이 배를 채우고 나면 원래 돌아오는데 염소들이 그날에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염소지기 칼디는 염소들을 찾으러 갔는데, 어느 나무에서 빨간 베리를 따먹고 활기차게 뛰는 모습의 염소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베리를 먹은 염소들은 집으로 돌아온 그날 밤에 계속적인 활동로 인하여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칼디는 이 베리들의 효능을 보기 위해 직접 베리들을 먹게 되었으며 칼디 또한 같은 효능을 경험하게 되었다. 칼디는 이 베리를 '천국에서 온 베리들'이라고 생각하였고 곧장 자기 구역의 수도원장에게 이 베리들을 소개하였다. 허지만 칼디의 급하게 변한 성격으로 인하여 담당 수도원장은 그 베리들은 '신의 저주'라고 판단하게 되었고 화로불에 태워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불에 타고 있었던 그 베리들은 커피콩으로 구워지면서 특유의 커피향 냄새로 온 수도원으로 퍼졌고, 수도원에 있던 사람들은 커피콩에서 품어져 나오는 카페인의 효력으로 활달해지는 칼디와 같은 효능을 느꼈다고 한다. 며칠 후, 한 수도자는 칼디가 경험한 커피 베리가 본인의 수도원 생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여기고 그 화로불에 남아있었던 커피콩들을 끄집어 내어 물이랑 섞어 마셨는데 칼디가 경험한 같은 활발해짐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후 수도자들도 피곤함을 해결하고자 직접 빨간 커피베리들을 경작하게 되었고 커피콩에다 물을 섞어 마시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대부분 커피마니아들은 커피의 향을 따지기도하지만 어느 장소에서 누구와 함께 마시는가에 무게를 둔다. 개인적으로는 브랜드 있는 커피 하우스 보다는 적성에 맞는 음악과 한적한 장소에 풍경이 있는 이름 없는 커피하우스를 선호한다. 이참에 커피하우스의 태동을 우리의 친구 터키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예로부터 터키에서도 커피가 서민부터 귀족층까지 고루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터키의 귀족들은 커피를 위해 집안에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전용 방을 따로 두었고 서민들은 '카베 컨즈(Kaveh Kanes)' 혹은 '카베 카네(Qahveh Khaneh)'라는 전통 커피하우스를 만들어 그곳에서 커피를 즐겼다고 한다. 터키 최초의 커피하우스는 타타칼리 거리 (Tahtakale)에서 '키바 한 (Kiva Han)'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였고 이곳에서 터키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체스를 하거나 새로운 이야기를 나누거나, 음악연주회, 연극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특히 커피와 커피하우스는 터키사람들에게는 인기가 매우 높았으며, 일상적인 생활에 너무나 중요한 장소가 되어, '위대한 자의 학교'라는 명칭까지 붙어졌다고 한다. 우스게 소리로 터키의 법에서는 남편을 위해 커피를 안 끓어 주는 부인을 이혼시키는 것이 합법화되어 있다고 한다.

요사이 마트에 가면 바쁜 현대인의 식사 패턴에 맞춰 갖가지 먹기 쉽고 영양가 높은 에너지바가 많이 있다. 기록에 보면 커피도 고대의 시대에서는 전쟁에 참여했던 군인들에게는 에너지바로써 음식으로 공급되었다고 한다. 분쇄된 원두를 동물의 기름과 섞어 공 모양으로 빚는데 이때 커피의 성분 속에 있는 지방, 단백질, 카페인이 지친 군인들에게 힘과 집중력을 높여져 사기를 높였다고 한다.
아침을 거르고 9시부터 첫 강의를 시작하였는데 왠지 허기도 들고 집중이 잘 안된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커피라떼가 그립다. 연구실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이 바빠지는 오늘도 나는 한잔의 커피의 유혹으로부터 행복해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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