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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단기입주예술가 김명주 개인전

'플레잉 블라인드'… 그리움, 꿈과 현실의 경계선 그 어딘가를 아련히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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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6.03 15:02
  • 기자명 By. 이하람 기자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김명주 작가 개인전 플레잉 블라인드. 김명주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이하람 기자)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김명주 작가 개인전 플레잉 블라인드. 김명주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이하람 기자)

[충청신문=대전] 이하람 기자 = “나는 항상 두렵다. 작품에, 내 삶이 노출돼 있기에.”

작가 김명주는 말한다. “작품에는 내 불안한 삶과 불완전한 내면이 반영돼 적나라한 나를 보여주는 듯 조심스럽고, 무섭다”고.

특히 이번 전시는 본인의 인생과 진심을 녹인 작업들로, 작품을 완성했을 때 마치 출산하듯 모든 에너지가 소진돼버렸다는 그다.

3일 대전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1층, 김명주 작가의 전시장을 들어서자 느껴지는 공기는, 공간 곳곳에 깃든 아련함이었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꿈과 환상의 경계’ 등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담았다.

중년의 작가는 오랜 시간 타지와 타국에 머물다 30여년 뒤 다시 고향집을 찾았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그 대문 앞에서 낯설고도 그리웠던 자신의 어릴 적을 마주했다. 집 곁에 피어있던 채송화, 하얀 강아지 메리와 놀고 있는 어린 작가, 젊음을 간직한 어머니. 

그 속에서 숨바꼭질을 즐겨 했던 작가는 이번 작품 곳곳에 ‘숨기 장난’과 그리움을 버무려 묘사했다. 모두 자신이 그리워했던, 그러나 되돌릴 수 없는 유년 시절 풍경들이다.

자신의 작품 ‘산, 그리움’을 통해 젊었던 어머니를 추억한 그는, 어느덧 팔순이 넘은 부모님을 바라보는 안타까움과 삶에 대한 애절함, 그리움을 내포한 산을 일직선상에 놓았다. 

김명주 작가는 “수십 년 간 ‘채송화’라는 이름을 잊고 살았었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장미, 백합, 해바라기와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며 “그런데 어릴 적 동영상을 보다 집 마당에 만개한 채송화, 메리, 아기였던 내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내가 잊고 지냈던 시절이 생각나, 그 때를 생각하며 작업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꿈인지 실제인지 기억나지 않는, 실제와 환상의 불분명하고 흐릿한 경계에서 꿈을 꾸곤 했다.

그리고 그 경계선을 조금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지금. 어른의 시선으로 그 시절을 그려냈다. 작품 ‘악몽에서 깨어나는 순간’은 어릴 적 꿈과 현실 사이 어딘가에 있었던 작가의 세계를 나타낸 것이다.

그는 “철없디 철없는 생각으로 현실과 환상의 경계선에 있는 것은 꽤 다이내믹한 상황이고, 난 그걸 좋아한다. 그러나 어릴 땐 마냥 환상으로 받아들였다면, 어른인 지금은 그 경계선이 확실히 보이게 마련”이라며 “불안했던 옛날의 꿈,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존재에 대해 자각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가오는 삶에 대한 환희를 더 소중히 하려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플레잉 블라인드(Playing blind)’로 꼽았다.

그는 “언뜻 고깃덩어리 같기도 하고, 시든 식물이 축 쳐져 있는 것 같기도 한 이 작품은 감상평이 꽤 다양하다”며 “두 사람이 무릎 꿇고 앉아 서로를 보는 듯, 안 보는 듯, 외면하는 듯하며 놀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품 전반에 어릴 적 그리움, 환상과의 경계 등을 추상적인 느낌으로 표현하려 했다”며 “관객 또한 내 작품에 대해 단정 짓지 말고, 작품 속에 반영된 의미를 각자가 원하는 대로 감상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명주의 작품들이 나지막이 말을 건넨다. 

“우리 모두는 여전히, 불안함과 불완전함을 품고 살아간다”고.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는 단기 입주예술가 김명주, 최현석 작가 개인전을 오는 10일까지 연다. 전시기간 중 휴관일은 없으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관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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