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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이혜숙 음성수필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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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6.03 14:21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혜숙 음성수필문학회장
이혜숙 음성수필문학회장
넓은 잔디 밭, 확 트인 전경. 맑고 깨끗한 하늘과 바다가 시원스레 보이는 그곳에 작은 공원이 하나 있다. 오클랜드 최고의 바닷가 미션베이로 가는 중간쯤에 있는 길 언덕에 있는 마이클 조셉 새비지 기념공원(michael joseph savage memorial park)이다.

이곳은 그가 살던 집이었는데 죽어서도 이곳에 묻혀단다. 황금의 땅 같은 이곳을 나라에 내주고 언제든지 국민들이 와서 쉬고 가라고 했단다. 그가 뉴질랜드를 지금의 복지국가로 만들기 위해 초석을 다진 마이클 조셉 새비지(michael joseph savage) 총리란다.

영국에서 기반을 잃은 부모들과 새 삶을 찾아 호주로 왔지만 어릴 때 어머니를 잃고 열네 살부터 다양한 일을 하면서 생활했다고 한다. 일을 해야 살 수 있는 형편이었기에 정식교육을 받은 것은 5년이 전부란다.

그는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와서도 다양한 일을 하면서 호주에서 배운 노동법을 이용하여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노동당에 입당한 그는 두 번의 낙선 끝에 국회의원에 당선되었고 노동총수의 부재로 그 자리를 이어받아 총리가 될 수 있었다.

그가 총리가 되고 한 일은 복지국가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연금제도, 무료의료혜택무주택자를 위한 정부 주택 공급하는 것이었다. 뉴질랜드 국민은 세계에서 제일 멋진 복지 정책으로 국민들은 아무 걱정 없이 일하고 욕심 없이 산다고 한다.

뉴질랜드로 와서 복지국가의 초석을 다진 사람으로. 뉴질랜드를 복지국가로 만든 건축가로 묘사되고 있는 그는 일만하다가 1940년 세상을 떴다고 한다.

역대 가장 뛰어나 총리로 기록하고 있으며 정치의 성인 또는 순교자로 추앙받고 있다고 하니 존경심이 절로 우러난다.

죽어서도 기억되는 사람. 죽어서도 뉴질랜드를 지켜보는 사람으로 국민들에게 비치고 있다. 많이 배워서, 뛰어난 업적을 남겨서가 아니라 국민에게는 항상 다정한 친구였다니 더욱 부러울 뿐이다.

그의 기념탑에 새겨진 글을 적어 왔다.
“this monument is erected by 이 기념물은
the new zealand labour party 뉴질랜드 노동당
in memory of… 을 기억하여
michael joseph savage 마이클 조셉 새비지
first labour prime minister 제1 노동 총리
" there is no fame to rise above the crowning honour of a people love"
"사람들이 사랑하는 영광을 넘어서는 명성은 없다.”

잘 나가던 존 키 총리가 갑자기 사임을 발표했단다. 지난 10년간 나라를 위해 일했으니 그동안 많은 외로운 밤(many lonely night)을 견뎌야 했던 사랑하는 부인과 저녁도 함께 보내고, 어느새 청년들이 된 가족들과 시간을 더 보내고 싶다는 것이 주된 이유란다. 한국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싶다.

키 총리는 스스로 한 번도 직업 정치인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나는 지금까지 내가 가진 것을 모두 쏟아 부었다. 이제 탱크에 남아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총리로 8년, 국민당 대표로 10년을 보낸 키 총리는 가장 가까운 가족들은 희생을 치르지 않으면 안 됐다”며 조용한 생활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나라가 전쟁후의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자 고 박정희 대통령이 뉴질랜드에 왔었단다. 보잘 것 없는 작은 나라 대통령이라고 무시하고 장관을 보냈다고 한다. 넓은 초원에 소와 양들에 자유로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본 박대통령이 눈물을 흘렸단다. 그 보고를 받은 뉴질랜드 총리가 그제야 우리나라 대통령을 총리실로 불렀단다. 그리고 왜 소와 양들을 보고 눈물을 흘렸냐고 물었단다. 박대통령은 이 나라는 가축들도 배불리 먹는데 우리나라 아기들은 우유가 없어 굶주려서 눈물을 흘렸다고 하니까 감복을 받은 총리가 젖소를 주었단다.

그렇게 나라와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물러날 때를 지나쳐 비운의 대통령이 된 것이 이 나라 총리들과 비교되면서 가슴이 아파왔다.

한 나라의 책임자는 오로지 나라와 국민만을 생각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위한다면 한시라도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국민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마이클 총리, 물러날 때를 아는 멋진 키 총리.

내려올 때를 지나쳐 비운을 맞고 나라와 국민을 사랑하지 못해 영어의 몸이 되는 우리나라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뉴질랜드 수상처럼 국민을 사랑하다 자리에서 물러나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려는 그런 멋진 대통령을 기대해본다.

물러날 때는 아는 아름다운 사람. 그것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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