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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속으로] 버려진 것의 가능성

한기연 시인·평생교육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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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6.10 13:09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저녁 나절, 쓰레기를 버리려고 나왔다가 분리가 안 된 쓰레기 몇 개를 나누어 버리면서 매의 눈으로 쓰레기장을 둘러보았다. 내 기준에서 ‘무엇이 쓸 만한 것인가?’를 탐색중이다.

문득 몇 년 전 TV 프로그램 ‘환경 스페셜’에서 쓰레기에서 금맥을 찾듯 자원으로 재탄생되는 과정을 본 것이 떠올랐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이 국내에서 유일한 어린이 환경 전시관인 ‘캐니 빌리지’였다. 캔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볼 수 있는 ‘캐니 빌리지’는 어린이들이 금속캔을 쉽게 부를 수 있도록 ‘캐니’로 칭하고 어린이들이 캔의 사용방법과 재활용방법을 몸으로 체험하게 함으로써 환경에 대한 의식을 일깨우고 지구환경에 대한 정보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알루미늄캔과 철 캔을 구별하는 방법을 익히고 어린 시절부터 재활용 습관을 키우는 것은 자원순환스타일을 만드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며 환경을 지키는 일의 시작이라고 한다. 작년에 ‘캐니 빌리지’는 이름을 ‘순환자원홍보관 다시 쓰는 세상’으로 바꾸고 새 단장을 했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누구에게는 쓰레기인 것이 누군가에게는 훌륭한 자원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평소에 재활용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무궁무진한 재활용의 세계가 있음을 알고 놀랐다. 물론 지역축제에서 난타공연을 통해 드럼통, 빨래판, 방망이 등이 다양한 소리와 어울려져 멋진 연주로 탄생하는 것을 본 적은 있다. 하지만 버려지는 파이프로 악기를 만들고 공사장에서 나오는 폐기물 통을 이용하여 지붕을 만드는 재활용 건축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또한 남이 입던 옷을 모아 놓은 벼룩시장은 많이 봤는데 버려진 옷으로 가방을 만들고 가죽소파로 지갑을 만드는 등 새롭게 리메이크되어 파는 옷가게는 신선했다. 그것을 보면서 남이 입던 것은 기분이 개운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시 새로운 것으로 탄생된다면 구입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활용으로 멋진 예술작품을 만들어 내는 ‘정크아트’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 지역에서도 그것을 볼 수 있는데, 이번 품바축제장에서도 고무타이어와 숟가락, 버려지는 폐기물을 이용한 작품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또한 제주도 바다쓰레기문제를 예술로 해결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만든 기업인 <재주도 좋아>는 각자가 가진 재주로 ‘비치코밍’이라는 개념을 통해 제주도 바다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고 한다. ‘비치코밍(beachcombing)’이란 바다 위를 떠다니다가 해변에 표류하게 된 물건들을 줍는 행위를 뜻한다. 이들은 버려진 것들 속에서 가능성을 찾아서 쓰레기를 활용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일반인들이 협업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이들이 만든 것은 새 것처럼 빛을 발한다.

이처럼 쓰레기는 광부가 금맥을 찾아 헤매듯 우리가 찾아내고 사용하면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할 수 있는 훌륭한 자원이다. 그러나 쓰레기를 올바르게 분리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도 간혹 있다. 나도 집에서 분리를 하다보면 가끔 분리가 애매한 경우가 있다. 일상생활 속 쓰레기를 잘 분리하고 재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1회용 플라스틱 투명컵 사용 규제와 비닐봉투 사용 금지로 시장바구니는 잊지 않고 챙긴다. 텀블러도 가지고 다니려고 애를 쓰는데 잊어버리기가 쉽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생활 속 습관을 조금씩 바꾸려고 노력중이다. 또한 하찮은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더해진다면 쓰레기도 다시 빛이 날것이다. 예쁜 수납함을 만들 요량으로 상자 하나를 손에 들고 쓰레기장을 기분 좋게 빠져 나온다. 소소한 행동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건강해 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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