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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육열은 낮추고, 학구열은 높여야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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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6.14 18:30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도운 한국안드라고지연구소장.

한국사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교육열이라고 하겠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교육열은 이미 전 세계에 소문이 났다. 더불어 한국사회가 교육열을 밑거름 삼아 인류역사상 최단 기간에 경제성장과 의식성장을 통해 ‘물질적 충족’과 ‘민주주의 정착’이라는 양자를 동시에 이루어낸 유일한 나라임을 세계인이 알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현직 재임 시에 공개석상에서 한국의 교육열을 본받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기도 했다.

우리는 분명 남다른 교육열을 기반으로 지금의 경제성장을 일으켰고 서구사회가 200년 넘게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이룩한 민주주의란 제도도 반백년 만에 정착시켰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는 교육열에 대해 대단히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교육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열쇠라는 다소 지나친 맹신을 갖게 됐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의 교육열은 국민적 열병이 돼 날로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지나친 교육열로 인해 국민 삶이 피폐해지고 국가경쟁력도 상실될 위기에 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의 지나친 교육열은 우리 삶에서 너무 많은 것을 앗아가고 있다.

적당한 교육열은 긍정적이지만 지나친 교육열은 개인과 가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그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단계이다. 아니 벌써 그 단계를 넘어섰다. 지구상의 국가 중 최저수준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자녀의 출산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도 지나친 교육열과 결코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 공동체가 무너지고, 자살과 이혼 등 사회문제가 심각해지는 것도 지나친 교육열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학자들은 교육열을 ‘보다 나은 사회적 지위 획득을 목적으로 치열한 학력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과도한 자녀 진학열’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정의대로라면 교육열은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길 만큼 그렇게 긍정적인 요소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흔히 부모가 자식들에게 공부의 목적에 대해 설명할 때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상은 ‘높은 학벌을 성취해 남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지위와 물질적 부를 누리며 고생하지 말고 살기를 바라며 마음’이 이면에 깔려 있다.

흔히 교육열과 의미를 구분하지 못하고 혼돈해 사용하는 ‘학구열’이란 용어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자들은 학구열을 ‘학습자가 학습에 대해 갖는 궁극적 태도나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고 원인이나 이유 등을 기어이 알아내고자 하는 공부의 열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교육열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개념이다. 어느 한 구석 부정적 의미가 깔려있지 않고 온전히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교육열은 전반적으로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지만 학구열은 부정적 어감이 전혀 없이 긍정적 의미로 가득하다. 그러니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는 교육열이 아닌 학구열임을 알 수 있다.

학자들이 정의한 교육열은 일종의 열병(fever)이라 할 수 있는 반면 학구열은 열정(passion)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지나친 교육열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지나친 교육열 경쟁으로 인해 아이들의 몸은 망가지고 있고, 부모들의 경제적, 심리적 고통은 심각해지고 있다. 이제는 국가를 비롯한 모든 사회가 나서 망국병으로 치닫고 있는 교육열을 가라앉혀 정상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성인 독서량은 세계 최하위권이면서 자녀교육열만 높은 비정상적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부모는 1년에 책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으면서 한 달에 수십, 수백만 원의 학원비와 과외비를 부담하면 그것으로 부모의 도리를 다 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부모가 솔선해 학구열을 불 태워 공부하고 탐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자녀는 스스로 학구열을 일으킬 자세를 갖게 된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란 말은 백번 옳다. 심각한 지경에 이른 교육열을 낮추고,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가치 있게 만들어 줄 학구열을 좀 더 끌어올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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