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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대전예술의전당서 열린 창작뮤지컬 ‘단재 신채호’

일제 간담 서늘하게 한 꽂꽂한 기개, 독립의 불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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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6.17 14:17
  • 기자명 By. 이하람 기자
단재 책자에 실린 제작 스케치. 신채호 역을 맡은 배우가 손톱이 뽑히는 고문을 받는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한빛사랑예술원 제공)
단재 책자에 실린 제작 스케치. 신채호 역을 맡은 배우가 손톱이 뽑히는 고문을 받는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한빛사랑예술원 제공)

[충청신문=대전] 이하람 기자 = “전하, 부디 을사늑약 체결을 처단하여 주시옵소서!”

조선의 아까운 목숨들이 속절없이 스러져갔다.

백성들은 고종황제에게 을사늑약 체결 처단을 외치며 자결했다. 을사늑약을 체결한 이토 히로부미는 조선을 완전히 장악할 야욕에 사로잡혀 이완용에게 고종 설득을 명하고, 축배를 들었다.

지난 14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열린 한빛사랑예술원 주최 창작뮤지컬 ‘단재 신채호’의 서막이다. 

막이 오르며 집중해야 할 오프닝 무대의 음향 조절이 아쉬웠다. 이토와 이완용 등이 축배를 들며 조선 강탈을 꾀하는 장면은 앞좌석임에도 불구하고 대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일제는 조선의 외교권을 강제로 빼앗고, 탄압은 점점 심해졌다. 독립군들을 잡으려 혈안이 돼 있는 일제는 감시를 더욱 강화했다.

이에 신채호는 중국 망명을 결심하고 동료들과 이별한다.

“영토를 잃은 민족은 다시 일어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다시 일어날 수 없다”며.

헤어짐은 쓸쓸함을 자아낸다.

그것이 기약 없는 여행길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게 그들은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길을 떠나고, 중국에서 조국의 3·1운동 소식을 접한 신채호는 ‘무력’으로 나라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무렵 같은 뜻을 지닌 김원봉이 무력투쟁의 정당성을 확신케 하는 글을 부탁하면서 유명한 ‘조선혁명선언’이 탄생한다. 의열단의 독립운동이념과 방향을 제시한 조선혁명선언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폭력은 우리 혁명의 유일한 무기다. 강도일본의 통치를 타도하고 우리생활의 불합리한 일체 제도를 개선하며 인류로서 인류를 압박치 못하며 사회로써 사회를 수탈하지 못하는 이상적 조선을 세워야한다.’ 

의열단은 폭탄을 제조해 일제의 경찰서 등 주요 기관을 파괴하려했지만, 자금 유출로 폭탄도 거의 바닥난 상황이었다. 이 때 신채호의 아내 박자혜는 자금유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홀로 갓난아기를 안고 감시가 삼엄한 조선으로의 귀국을 자처한다. 두 번째 생이별이다. 생사의 기로에 놓일 수도 있는 순간이지만, 부부는 각자의 임무를 위해 이별을 택했다.

사랑하는 이와 어쩌면 생애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헤어짐을 우리는 감당할 수 있을까. 독립에의 강렬한 열망을 이 대목은 주저 없이 보여주고 있다.

젊은 자혜는 갓난아이를 안고 조국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어떤 다짐을 했을까. 그녀는 분명 심지 강인한 ‘여성독립군’이었다.

자혜의 귀국에도 불구하고 자금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신채호 역시 귀국하지만 가상인물 김미경의 밀고로 결국 체포되고 만다. 등장인물 중 실존인물은 6명, 가상인물은 7명이다.

김미경에게는 일본 경찰에게 잡혀 생사를 알 수 없었던 남동생이 한 명 있다. 목에 칼이 들어온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스스로의 목숨과 가족을 지키는 것을 우리는 마냥 비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더욱 빛난다. 이념의 옳고 그름을 떠난 문제다. 일제에 굽히지 않기 위해 서서 세수했던 신채호. 그리고 이름 모를 많은 독립군들. 그 대단한 기개는 우리로 하여금 절로 고개 숙여지게 한다. 

무대의 마지막은 신채호가 우리 모두와 헤어짐을 고하는 세 번째 이별로 마무리된다. 먼저는 자혜와 아들 신채호, 그 다음은 의열단 동료와 관객들이었다. 단재 신채호는 그렇게 중국 뤼순감옥에서 쓸쓸한 생의 마침표를 찍었다.

우리는 그에게 이야기한다.

조선의 독립 운동가이자 역사학자인 단재 신채호 선생. 당신이 던진 뜨거운 불씨로 조선에 해방이 찾아왔다고. 당신의 쓸쓸한 마지막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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