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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황제 강연’ 논란

허재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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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6.17 14:58
  • 기자명 By. 임규모 기자
허재삼 작가.

전국 대학교에는 약 7만6000여명(2017년 기준)의 시간 강사가 있다. 이들 강사들은 대학 측에서 정한 일정한 규정에 따라 시간강사로 위촉돼 강의를 진행한다. 이들의 강의료는 원천 징수되는 세금을 빼면 시간당 약 10만 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베스트셀러 작가 등 이른바 A급으로 분류된 강사들은 한 회당 500~600만 원쯤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그맨 김제동이 15일 대전 한남대에서 청소년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1시간 30분 강연에 1550만원을 받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대덕구가 ‘대덕구와 김제동이 함께하는 청소년 아카데미’라는 주제로 강연을 계획한 것이라고 한다. 시급을 기준으로 올해 최저임금(8350원)과 김 씨의 강연료(1030만 원)는 무려 1230배가 넘는 격차를 보인다. 1550만원이면 결식아동 약 4000명에게 한 끼 급식을 먹일 수 있는 돈이라고 한다.

박정현 대덕구청장(더불어 민주당 소속)은 ‘구비도 아니고 전액 국비인데 무엇이 문제냐’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에서 받은 국비로 강연료를 지출한다는 것이다. 구비든 국비든 이는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혈세다. 특히 대덕구는 자립도 16%의 열악한 재정으로 직원 월급도 간신히 주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박 구청장은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을 지낸 환경운동가 출신이다. 김씨 강연과 관련, 당초 대덕구는 대덕구가 실시한 청년아카데미 명사초정 설문조사 결과에서 ‘김제동씨가 선호도 1순위’라고 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에는 김제동이 “편의점 알바에게 물어보니 시급 1만원 받으면 행복할 것 같대요. 그런 애들 행복하게 못 해 줍니까”라며 거의 울먹이는 영상이 있다. 강연 한 시간에 1000만원 넘게 받는 사람은 시급 1만원 주는 게 왜 그렇게 힘든 일인지 피를 토하는 심정의 자영업자들은 안중에도 없을 것이다. 김씨는 KBS 시사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을 진행하면서 연봉 6억 원 가량을 받는다고 한다. 그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2% 안팎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그 프로그램에서 북한 김정은을 찬양하는 방송을 해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강원도에 큰 산불이 났을 때 ‘국민의 방송’이라고 자처하는 KBS는 재난 방송을 포기하면서 까지 ‘오늘밤 김제동’ 방송을 강행하는 용감함을 보여줬다. 이러니 공영방송인 KBS의 ‘TV 수신료’ 거부운동이 국민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TV 수신료’는 전기요금 고지서에 전기요금과 함께 부과되기 때문에 국민들은 준조세처럼 억지춘향으로 매월 꼬박꼬박 납부하고 있다.

김 씨의 강연 영상을 보면 현 정권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영상이 차고 넘친다. 그는 최저 임금을 올리면 그 돈이 모두 경제 활동에 쓰이고, 그게 바로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소득주도성장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그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쌍용차 사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행사에 참석해 토크 콘서트 등을 하면서 청년들에게 ‘불평등에 무관심하지 말고 저항하라’는 선동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판사와 목수의 망치가 동등하게 대접받는 평등세상’을 꿈꾼다고 그는 말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을 일반 대중들에게 부추기면서 그가 말하는 ‘평등’과 ‘정의’란 과연 무엇인가?

몇 년 전에는 JTBC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 말아요 그대’에 출연해 군 시절 겪은 어이없는 사연을 이야기하며 군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화제를 만들기도 했다. 자신이 일병 때 ‘별(장성급)들이 모인 행사’에서 사회 진행을 맡았는데 군사령관의 사모님을 ‘아주머니’라 불렀다가 무려 13일 동안 영창에 수감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수감자는 출소 전 자신의 죄를 3회 복창하고 나가는데 ‘다시는 아줌마라 부르지 않겠습니다’라고 외치고 겨우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김 씨의 일화는 사회적 이슈가 되고 불합리한 군대 문화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며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그런데 이 방송을 보고 마음의 상처를 받은 많은 현역 군인들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실제 그러한 일이 있었는지 조사해달라고 민원을 넣었다.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사실은 전혀 달랐다.

김 씨의 방위병 복무 당시 기록을 확인했으나 영창을 간 적이 없었던 것이다. 방송에서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나자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결국 말로는 정의, 진실, 인간애를 부르짖던 김 씨의 어이없는 한 마디. “웃자고 한 얘기 죽자고 달려들면 답 없다.” 북한의 남침을 막기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 국군 장병들의 사기는 북돋지 못할망정 기를 꺾는 이런 행동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재정자립도 16%인 대덕구가 김 씨의 강연을 여는 이유는 역경을 견디고 성공한 인사의 경험담을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성공 비결은 강연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어떤 강연을 벌였을지 안 봐도 비디오라는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을 부추기면서 평등과 정의를 말하는 그의 이중성이 가증스럽다. 고액 강연료와 편향된 이념 공방이 확산되자 예정됐던 강연은 결국 취소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김씨는 2014년(강연료 1000만원)과 2017년(강연료 1620만원)에도 충남 논산시에서 고액 강연을 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이번 논란을 지켜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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