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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_'사이배슬론' 시연식]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 로봇 입고 '우뚝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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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6.24 17:58
  • 기자명 By. 박진형 기자
21일 카이스트 기계공학동에 마련된 사이배슬론 시연회 장소에서 김병욱(45) 선수가 '워크온슈트'를 착용하고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박진형 기자)
21일 카이스트 기계공학동에 마련된 사이배슬론 시연회 장소에서 김병욱(45) 선수가 '워크온슈트'를 착용하고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박진형 기자)

[충청신문=대전] 박진형 기자 =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를 가진 김병욱(45)씨가 25kg에 육박하는 로봇을 착용한 채 의자에 앉아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양 손에 들고 있는 목발에서 '일어서기' 모드 버튼을 누른 후 온전히 두발을 땅에 딛었다.

김 씨는 취재진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으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천천히 움직일 때마다 로봇 다리에선 '윙윙' 소리가 들렸다. 21일 카이스트 기계공학동에 마련된 사이배슬론 시연회 장소에서다.

20년 가까이 휠체어에 의지했던 김 씨는 "로봇을 입고 두 다리로 처음 섰던 날은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며 "그날 밤 잠자리를 누웠을 때 아내 몰래 눈물을 흘렸다"고 회상했다. 이제는 로봇만 있으면 더욱 고난이도의 동작도 수행할 수 있다. 20도의 경사로를 올라가거나 징검다리 구조물을 건너는 것도 가능하다. 그는 "장애인들 마음 속에 두려움이 있어서 결코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김 씨는 98년도에 뺑소니 사고로 하반신 전체가 마비되는 장애를 얻어 오랜 세월 휠체어에 의지했다. 그러던 중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재활의료진의 소개로 사이보그 올림픽이라 불리는 '사이배슬론' 국제대회에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5개월간의 고된 훈련 끝에 얻은 결실이었다.

이날 시연회에서 김 선수가 착용한 로봇은 '워크온슈트'로 지난 제1회 사이배슬론' 대회에서 선보였던 모델이다. 제2회 사이배슬론에서 선보일 로봇 스펙은 철저히 비밀로 붙이기로 했다.

향후 공개될 '워크온슈트4.0'는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기술이 접목된다. 기존에는 일어서거나 내리막길을 걸을 때 일일이 '행동모드'를 선택해야 했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새 모델을 착용하게 되면 기계가 먼저 '모드 선택'을 제안한다. 좀 더 빠르게 동작을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공경철 교수는 "가만히 서 있는 상태에서 양손도 자유로워서 마트에서 과자를 카트에 담는 그런 일생상활의 동작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엉덩이와 무릎, 발목 관절까지 보조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돼 구동력만 보면 기존 모델에 비해 100% 이상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공경철 교수 팀이 개발한 '워크온슈트'는 하반신 완전마비 장애인을 위해 개발된 보행보조 로봇으로 사람의 다리 근육 구조를 모방해 설계됐다. 지난 대회에서 이 로봇을 착용한 선수가 앉고 서기, 지그재그 걷기, 경사로를 걸어 올라 닫힌 문을 열고 통과해 내려오기, 징검다리 걷기, 측면 경사로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등 총 6개의 코스 중 5개를 252초의 기록으로 통과했다.

카이스트 공경철 교수팀은 '사이배슬론 2020 국제대회'에 도전하기 위해 시연식에 이어 출정식을 24일 진행했다.

세브란스 재활병원·재활공학연구소·국립교통재활병원에서 각각 선발한 총 7명의 선수 후보가 내년 대회를 준비한다. 모든 선수에게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된 워크온슈트4.0을 지급해 보행 훈련을 진행한 뒤, 올해 11월에 대회에 출전할 선수 1명과 보궐 선수 1명을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2016년 열린 1회 대회에서 착용형 외골격로봇(웨어러블 로봇) 종목 3위에 오른 공경철 교수 팀은 내년 5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2회 대회에 연속으로 출전해 세계 1위에 도전한다.

2회 대회는 그동안 발전한 기술 수준을 반영해 코스의 난이도가 높아졌다. 공 교수는 이를 위해 대형 컨소시엄을 구성해 하지마비 장애인이 사용할 외골격로봇 개발과 대회 준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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