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중독은 질병이다
[목요세평] 중독은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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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2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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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백제문화원장

우리 사회는 중독(中毒)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거대한 중독 집단 같다. 중독은 독에 의한 이상 증상이다. 독성을 가진 물질이 허용량을 넘어 체내에 들어가면 정상적인 기능은 저하된다. 마약/알코올/담배/도박/게임 등 중독은 천태만상이다.

단순한 중독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으로 인해 신체에 이상이 생기거나 목숨이 위태롭게 되는 일이다. 독버섯을 먹고 죽었다, 독이 든 복어를 먹고 죽었다, 식물과 동물을 먹고 죽었다. 잠자다가 연탄가스 중독으로 죽었다, 농약이나 수은에 중독되어 죽었다. 가난하고 무지해서, 애처롭고 억울한 환경의 희생물이었다.

아편쟁이라는 금기어는 통증을 견디기 위한 방편이었다. 아편을 지속적으로 복용하여 그것이 없이는 생활이나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요즘 마약사용은 쾌락추구에서 비롯된다. 심각한 피해가 예상됨에도 물구하고 그 경험을 반복적으로 추구한다. 물뽕을 투여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시끄럽다.

손을 떠는 알코올 중독자도 많았다. 술에 의한 폭력과 사고는 단골메뉴였다. 만취한 상태에서 술기운에 저지른 행위는 감형이 되기도 했다. 어느 시인은 “낮술” 이라는 시에서 “이러면 안 되는데” 하고 한 줄로 통찰했다. 요즘은 알코올 중독보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계가 더 크다. 음주는 범죄가 아니지만, 음주운전은 범죄다. 내기는 불법이 아니지만, 도박은 불법이다. 사행성 사설 도박이나, 스포츠 도박 승패 조작은 파장이 크다. 약물중독이나 알코올 중독, 니코틴 중독, 도박중독은 불안감 해소로 이해되는 않는다. 엄연한 질병이다.

버스나 전철을 타면, 사람들이 휴대폰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 누가 타 건 내리 건 관심이 없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진풍경, 휴대폰 중독이다. 틈만 나면 휴대폰을 꺼낸다. 예전에는 신문을 읽느라 그랬다. 남의 신문을 옆에서 같이 곁눈질하며 읽기도 했다.

게임에 빠진 젊은 부부가 갓난아이가 운다고 자식을 창밖으로 집어던진 사건에 경악했다. 게임중독은 충동조절장애를 일으킨다. 중독에 대한 개념은 변화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공식 인정했다. 도박에 이어 행위중독을 질병으로 인정한 것이다. 게임충동에 대한 조절불능, 다른 흥미나 일상생활에서 게임이 우선순위를 가질 경우, 문제가 나타남에도 12개월 이상 지속적인 게임 이용을 하는 증상과 함께 심각한 기능장애가 나타나야만 게임장애로 진단하도록 제시했다. 중독은 스스로 통제하기 힘들다. 중독은 마음만 먹으면 극복 가능한 증상이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일은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 사회적 치유비용이 엄청나게 소요된다. “못 말리겠네. 저거 큰일이네.” 하면 정신질환이다. 본인 스스로는 인정하지 않는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보아야 한다.

권력과 명예, 돈과 향락, 폭력과 섹스는 중독성이 강하다. 유혹에서 발을 빼기가 쉽지 않다. 삐뚤어진 욕망에서 중독은 시작된다.

소위 정신병 환자가 많다고 걱정한다.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사람이나 밖에서 걸어 다니는 사람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개탄한다. 중독성 성도착증 정신질환이 만연하고 있다. 섹스중독, 중독성 관음증이 횡행하고 있다. 반인륜적, 패륜적 언행에 중독된 집단이 늘어난다. 어떤 때는 댓글을 보기조차 민망하다.

중독은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다.

이념중독이 심해진다. 막말중독이 갈수록 험하다. 자칭 보수 자칭 진보, 극우 극좌로 대한민국이 갈라지고 있다. 증오와 광기에 중독되고 있다. 난폭하고 조금만 상처받아도 쉽게 짜증을 낸다. 종교 섬김도 신앙중독에 가깝다.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다. 대인관계 단절, 자아파괴, 가정파탄, 사회 붕괴로 이어진다. 건강하다는 것은 보통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모든 면에서 정상상태를 의미할 것이다. 특정한 것만을 반복적으로 탐닉하다보면 중독이 된다.

만화 중독이 골칫거리였다. 만화책에 빠져 밤을 새우거나, 수업시간에도 책상 밑에 숨겨두고 읽었다. 품에 안고 다니며, 돌려 읽었다. TV 중독은 가정교육의 타깃이었다. 아이들 방에서 TV를 치운 부모 세대다. 컴퓨터를 끄는 게 최상이라고 믿었다.

대상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만화 중독, 인터넷 중독, 컴퓨터 중독을 조심해야 하는 것이지 만화, 인터넷, 컴퓨터 자체를 없애버려야 한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발상이다. 게임중독이 질병이라고, 게임을 없앨 수는 없다.

책벌레, 공부벌레가 있었다. 일벌레가 있었다. 그러한 벌레들이 보기 드물다. 요즘 유행하는 마니아(Mania)라는 호칭은 뉘앙스가 다르다. 애호가들은 특정한 스포츠, 연예인, 음악, 배우, 영화 등에 열광하면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소비한다. 그러나 진정 없이 사치에 쇠뇌 당한 삶은 가여운 집착이다. 남들이 뭐라하든 자기 철학으로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

음식중독이 도마에 오른다. 라면중독, 야식중독이다. 운동중독이 힘을 모은다. 골프광, 테니스광, 낚시광, 마라톤 동호회, 산악회, 조기축구회다. 여행중독이 물결을 이룬다. 한 끼라도 거르면 안절부절못한다. ~광(狂)을 넘어 일가를 이룬 문화예술 중독자들도 많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해소되는 것도 많다.

커피에 중독되었다고 광고한다. 사랑에 중독되었다고 노래한다. 중독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것인가? 세상에는 중독성 아닌 것이 없다. 중독되어 본 적이 있는가? 무엇에 중독되어 가는지도 모르고, 무엇에 중독된 채인지도 모르고, 어설픈 삶에 함몰되어 마감하는 게 인간인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존재가 바로 “나”다. 함부로 이물질에 물들이지 말 일이다. 물들었으면 빠르게 세척해야 한다.

중독은 혐오하고 방치하면 아니 된다. 인정하고, 공동체 구성원 함께 치유하려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오늘 우리 사회가 모두 나서서 풀어야 할 큰 과제다. 모든 중독 증상이 다 질병은 아니다. 더욱이 질병이 곧 범죄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인정되었다고 해서 놀랄 일도 아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우리는 대부분 중독 경계선을 넘나들며 살고 있다. 중독은 황홀하지만 비극으로 끝난다. 건강한 자존심을 어떻게 치켜세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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