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황천규 기자 = 1950년 6·25가 발발한 지 69년이 지났다. 어지간한 상흔은 아물고도 남을 시간이다. 하지만 전쟁당시 7000여명으로 추정되는 주검들이 묻힌 대전 낭월동 산내 골령골은 아직도 신음하고 있다. 발굴되지 못한 영령들이 이승에 하직을 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6·25 발발 나흘째인 28일부터 7월 중순까지 자행된 만행은 처참했다.
대전교도소 재소자, 보도연맹원들, 제주 4·3사태로 수감된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학살됐다.
보도연맹은 좌익인사들을 교화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전향을 하면 용서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7일, 통한의 현장 골령골에서 이들을 위한 '제69주기 20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위령제는 이들의 혼을 위로하는 진혼무로 시작으로 헌작 등이 이어졌다.
추모식에서 문양자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회장은 유족대표로 인사했다.
그는 “올해도 어김없이 산내학살사건 희생자 위령제에 함께 해줘서 고맙다”며 “유족들을 대표해 오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모든 분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어둡고 차가운 골령골에 부모의 유골을 묻어두고 있다. 유골 한 조각이라도 가슴에 모셔놓고 죽는 게 우리 유족의 바람”이라며 “국회에서 잠들어 있는 과거사법 개정을 통해 유해 발굴과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황인호 동구청장은 추도사에서 “먼저 깊은 애도의 마음으로 명복을 빈다”며 “이 곳을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역사적 상징을 아우를 수 있는 복합기능의 추모공원으로 조성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모공원이 억울한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가족의 상처를 치유하고 국민적 화해와 상생의 장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구청장으로서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295억원을 투입해 추모·교육·전시 공간 등을 갖춘 '산내평화공원' 조성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