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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재활용 물건 고쳐서 사용하는 삶의 지혜

최은숙 동곡요양원 생활재활교사·반포면주민자치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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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7.01 22:46
  • 기자명 By. 충청신문
최은숙 동곡요양원 생활재활교사·반포면주민자치회 위원
최은숙 동곡요양원 생활재활교사·반포면주민자치회 위원

이따금 아파트나 동네 쓰레기장에는 가구·책·옷가지 등이 버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사를 가거나 올 때 사람들이 버린 세간살이들이다. 개중에는 멀쩡해 보이는 것들도 더러 있다. 

식탁·의자·책장·장롱 등 별의별 것들이 다 나와 있다.한번은 지나가다 말고 책 무더기가 버려져 있기에 눈길을 주었더니 내가 읽고 싶었던 책도 있었다.

어떤 사람에게 더 이상 필요성이 없는 물건이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요긴하게 필요한 것일 수가 있다.저런 식으로 몽땅 버릴 것이 아니라 가령 한 달에 한번 꼴로 일종의 개미시장이나 이동하며 다니는 가라지 세일처럼 주민들이 필요 없는 물건들을 서로 들고 나와 무료로 교환한다면 좋을 것 같다.

만일 그런 생활방식을 채택해서 전 가구가 참여한다면 물건의 재활용을 통해서 자원낭비를 막고 주민들끼리 소통하는 자리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번에 근 12년 만에 이사를 하면서 물건들을 버리는 문제로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남편은 내가 볼 때는 아직 쓸 만한 것도 버리자고 해서 내 고집만 피울 수 없어 버리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도 있다. 

하지만 고장 난 타원형 선풍기 같은 것은 기어이 이삿짐 속에 포함시켰다. 

내 직감에 이 물건은 기기 속 어디서 연결부위가 어긋나 작동되지 않을 거라는 막연함 속에 고쳐 써야지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 이사를 와서 맨 먼저 한 일이 그 고장 난 선풍기 고치기였다. 

나는 전기부문에는 문외한이라서 엄두가 안 났지만 너트를 풀고 이리저리 들여다보았는데 도무지 어디가 고장 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손으로 몇 번 두드려 주고 다시 너트를 조였다.그리고 콘서트에 꽂았더니 이게 어찌된 일인지 기기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바람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너무나 기뻐서 남편을 불렀다. 

무슨 큰 선물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순간 행복하기까지 했다. 

저절로 고쳐진 타원형 선풍기의 멋진 위용을 보여주고 내가 가져온 것이 얼마나 잘 된 것인지 자랑을 했다.

사실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돌아가는 전기 기기들이 오래됐다는 이유로 디자인이 구식이라는 이유로 종종 버려진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사소한 고장이 나도 고쳐 쓰기보다는 그냥 내버리고 새것을 산다. 

많은 사람들이 새 집 새 아파트에는 헌 가구를 가지고 가면 누가 벌금을 물리기라도 하는 듯 온 가구를 새 집에 맞추어 번쩍하게 빛이 나는 것으로 장만한 사람들도 꽤 있다. 

일본은 고쳐 쓰기가 그들의 유전자에 각인된 사람들이다. 

명품 도자기가 깨뜨려졌다면 그것을 일일이 맞추어 강력 풀로 붙여서 새로운 예술품으로 만들어낸다.조각으로 깨진 것을 맞추어 색을 입혀서 새로 탄생시킨 재활용? 도자기가 비싸게 거래되기도 한다. 

우리로서는 도무지 공감이 안가는 대목이다. 

그런 쪽에서 보면 우리는 자원이 없는 나라에서 자원낭비가 심한 편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영화‘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인공 여자가 돈도 떨어지고 궁핍해지자 저택의 커튼을 뜯어내 드레스로 만들어 입는 장면이 아직도 내 뇌리에 남아 있다. 

내가 이렇게 고쳐 쓰기에 습관이 된 것은 어쩌면 친정 부모님으로부터 유전 받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친정어머니는 딸에게 항상 버려진 물건의 재활용을 강조하셨다. 

그리고, 나 에겐 너무나 오래되어 녹슨 재봉틀을 한 대 물려주셨다. 

골동품으로 간직하고 있으라는 뜻이 아니라 고쳐 쓰며 살라는 깊은 뜻을 전해주고 싶어서였다고 나는 믿는다.

사람도 몸이 아프면 약을 복용하고 병원치료를 받아가며 살아가듯 물건도 고쳐가면서 사는 것은 절약이나 자원 재활용 차원을 넘는 삶의 방식이다. 이것을 지혜라고까지 할 수는 있을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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