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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아름다움을 찾아서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 건축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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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7.07 17:4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학교는 어떤 모습인가? 생각이 깊어질수록 아름다움이 무엇인가 설렘이 인다. 시대와 요구에 따라 다양한 의미가 존재하고 또한 변화하는 속성에 아름다움의 생명이 있기에 접근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하드웨어적으로 학생들이 공부하고 인성을 배워가기 위한 교육시설과 환경이 편안하고 아름답게 갖추어진 학교를 연상한다. 요즘엔 학생들의 인성이 자라고 창의가 살아 숨 쉬는 학교로서의 이중적 필수요소를 생각하게 된다. 거기에 가르침과 배움이 있는 학교인 동시에 학생, 선생님, 학부모 등 여러 교육공동체가 서로 화합하고 변화하는 학교로서의 실체를 떠올리게 한다.

프랑스의 화가 슈네이델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현존하는 그 자체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끌린다’고 하였다. 그렇듯 우리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서 삶 중에 안식처로서의 아름다운 학교를 만드는 것이 아름다운학교운동의 꿈이자 이상이다.

이에 아름다운 학교는 교육환경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생태환경, 교수학습, 교육공동체가 조화되어 나눔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학교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학교운동충북본부에서는 2019 선진학교 벤치마킹 및 문화탐방을 군산 아리울초등학교와 고군산군도를 탐방키로 했다.

지역선량이 선뜻 관광버스를 지원해 준 깊은 마음이 아름답다. 감사한 마음으로 저마다 배우겠다는 임원들의 꿈과 의지를 싣고 군산을 향해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차창가로 펼쳐지는 산과들은 어느 새 초록으로 성장하고 보리가 익어가고 있는 모습이 싱그럽다. 논에는 벼들이 땅내를 맡고 꼿꼿이 7월의 햇빛을 즐기고 있었다.

아리울초등학교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아리는 물을 뜻하는 순수 우리말로 물로 둘러싸인 군산의 앞서가는 학교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학교 이름부터 설렘을 준다.

이윽고 당도한 아리울초등학교! 학교장을 비롯하여 교직원들이 하나같이 정성껏 우리를 맞는다. 아파트 숲 속에 지어진 학교는 주변과 어울리도록 교사 한 면은 원형으로 설계한 것이 편안한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현관에 들어서니 기존의 틀을 벗어나 공간을 광장처럼 넓게 설계되어 가슴이 확 트이게 하였다. 이색적으로 지어진 교사(校舍)와 운동장의 잔디가 함께 자라고 그 한켠에는 연못을 마련해 연꽃이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생태적 환경이 마음을 끈다.

시청각실에서 연구담당선생님이 학교의 교육활동을 자세히 설명해줘 깊은 내면에 학교구성원들의 정성과 교육철학이 한껏 묻어난다.

『세계화·정보화 시대를 주도할 글로벌 인재 육성』을 지향하면서 ‘꿈과 끼를 키우는 감성교육 프로젝트’를 통해 학력과 인성을 갖춘 전인교육을 위해 다각도에서 최선을 다하는 학교모습이 교육현장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더 나아가 세계를 품고 일할 수 있는 글로벌 리더로 아리울초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학력신장과 바른 인성 함양에 노력하여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 따뜻한 아름다운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학교장의 의지가 돋보인다.

학생들이 가고 싶은 즐거운 학교, 교직원들이 머물고 싶고, 교육 수요자가 만족하는 행복한 학교가 되도록 사랑과 섬김의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발휘하겠다는 자세에 머리가 숙여진다.

학생들이 꿈꾸는 아름다운 학교는 과연 어떤 학교일까? 어른들이 아름답다고 만들어 놓은 학교가 아니라 아이들이 생각할 때 아름다운 학교는 과연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단순하게 생각하면 공부하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배우는 전당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학문적 기초를 닦고, 그를 토대로 열심히 공부하여 성취 하도록 돕는 일, 또 인생을 바르게 살도록 가르치는 곳이 학교다.

학교는 기능적인 공간으로 꿈과 사랑이 충만하여 아이들이 행복해야 한다.

현직에서 교육시설을 담당했던 사람으로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학교를 지을 것인가? 그때가 언제가 될까를 생각하며 40여년을 보내 왔다. 현재도 아름다운학교운동에 몸담으며 그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학교는 모든 학생들이 ‘우주보다 귀한 존재’로 떠받들어지는 학교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정규모의 공간으로 구성 되어져야 함은 기본일 것이다. 그곳에서 진정한 의미의 삶의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다. 단 한사람이라도 소외되는 아이들 없이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꿈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우수한 학교를 벤치마킹하게 되는데,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 위치한 유명 건축가 앨런 던롭이 지은 학교가 눈길을 끌고있다. 2세부터 18세까지의 몸이 불편한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이다. 코르크길을 만들어 눈이 보이지 않는 학생들이 길을 찾기 쉽도록 했다. 나가는 길 주변에는 벽에 타일을 붙여 소재를 다르게 하는 등 눈이 보이지 않거나 귀가 들리지 않는 학생,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움직일 수 있는 아이, 자폐증이 있는 학생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불편함이 없이 생활하도록 배려한 건축설계가 아름다움 그 자체를 이루고 있다.

멜버른 호주에 위치한 한 학교는 직선의 딱딱함을 벗어 던지고 곡선의 유려함을 특징으로 하는 건축물을 지니고 있다. 이 건축물의 내부는 문을 거의 달지 않고 커튼으로 공간성을 확보하여 좀 더 창의적이고 유연한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였다. 이 독창성을 인정받아 많은 건축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구미에서는 학생 수가 600명이 넘으면 분리를 한다. 학교도 여백이 있어야 된다. 교실도 여백이 존재해야 하고, 교무실도 여백이 있어야 창조적인 사고가 나오고 여유로워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것이다. 여백 없이 떠밀려가는 그런 학교를 경쟁력이 있다고 초등학교부터 고집하는 우리 학부모들은 다시 한 번 재고해볼 일이다.

가까운 바다에서 생산되는 해산물로 우리일행이 함께 오찬을 나누니 즐겁다. 오후에 새로운 다리건축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고군산군도 일대 탐방에 일행들 표정이 더욱 밝아진다.

고군산군도는 10개의 유인도와 47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섬의 군락이자 자연이 창조해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해상관광공원이다. 군산에서 선유도까지 가려면 비응항이나 야미도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1시간 넘게 걸렸던 게 섬을 이어주는 도로와 다리가 개통되어 이제는 차로 새만금방조제를 통해서 20분정도면 갈 수 있다고 버스기사님의 친절한 안내방송을 듣고 보니 차창 밖 바다가 더욱 가깝다. 새만금방조제를 지나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네 개의 섬을 이어주는 왕복 2차선 총 8.8km 도로를 달려보며 우리나라 도로와 다리 건축의 우수성에 박수를 보내기도 하였다. 그 날 문화탐방의 백미는 세계 최장 1주탑 현수교를 지나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맨발로 체험하며 모래알을 촉감으로 느끼며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본 일이다.

아쉬움을 안고 귀가하면서 버스 내에서 문화탐방, 교육담론이 이어졌다.

그들의 화두는 단연 아름다운 학교의 모습에 대해 격의 없는 의견을 내놓는다. 서울, 제천, 부천에서 달려와 함께한 임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아름다움을 위한 각자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는 감동이 이어졌다. 학교의 모습이 다르듯 지역의 특성과 환경이 다르다. 아름다운학교는 아름다운 곳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학교가 진정 아름다운학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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