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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극서(克暑)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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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7.17 18:36
  • 기자명 By. 충청신문
올해는 5월 중순이 지나면서부터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발령이 됐다. 지난해에 이어 이른 여름 날씨가 계속됐다. 기상이변이라고 하니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지만, 더위를 이기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는 옆집에 선풍기를 사왔다고 하여 구경을 간 적도 있었다. 요즘은 에어컨이 집집마다 설치되 있어 더위를 피하고, 지난 해 여름에는 전기세 인하가 사회문제로 등장하기도 했다. 올 여름도 작년 보다는 좀 덜하다는 예보는 있지만 여전히 덥다.

여름이면 피서간다고 한다. 피서(避暑)-더위를 피하기만 하면 될까?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더위를 이기는 극서(克暑)의 생활 자세를 갖추면 어떨까? 질병에 걸렸을 때나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데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실 생활에서 보면 말만 되뇌이는 경우가 많음을 자주 본다. 조금의 더위나 추위를 참지 못하고, 버스 정류장에서 10분을 기다리지 못해 조바심하고, 컴퓨터 웹사이트가 늦게 열린다고 짜증을 내고…. 내게 닥친 상황을 이기려는, 극복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교양 강좌에 가면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해보자”등의 구호를 자주 듣는다. 그런데 나 자신도 그 자리에서는 할 수 있는 것 같았는데, 막상 며칠 지나면 소극적인 생활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스라엘 민족이 모세의 인도로 출애급하는 과정에서 갈렙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이스라엘 민족은 아니지만 합류한 사람으로 유다 지파에 속하게 됐다. 가나안 땅을 앞에 두고 모세는 12명의 정탐꾼을 파견한다. 40여일 정탐 후 돌아와 보고를 한다. 10명의 정탐꾼들은 원주민들의 키가 장대하고 강한 민족이라 이길 수 없다고 한다. 이 때 갈렙과 여호수아는 “그들은 우리의 밥이라 그들의 보호자는 그들에게서 떠났고 여호와는 우리와 함께 하시느니라 그들을 두려워 말라 (민수기14:9)"라며 할 수 있다는 신념과 용기를 보인다. 그는 또한 모세 사후 여호수아에게 "오늘 내가 팔십오 세로되 ~ 여전히 내가 강건하니 이 산지를 지금 내게 주소서 그 성읍들이 크고 견고할지라도 여호와께서 나와 함께 하시면~ 그들을 쫓아내리이다" (여호수아 14장 10절~12절)하며 헤브론 산지를 점령하여 자기 부족의 기업으로 줄 것을 요구한다. 결국 그는 헤브론 산지를 기업으로 차지한다.

모두가 피하기에 급급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때, 강한 용기와 신념으로 전쟁에서 승리하고, 나이가 많음에도 꺾이지 않는 진취력을 가진 갈렙이기에 모세와 여호수아 다음으로 훌륭한 지도자가 됐다.

이제 초복이 지났다. 더위의 시작이다. 피서 보다는 극서를 했으면 좋겠다. 더워지면서 서민들은 전기세 걱정을 한다. 올해도 여름철 전기세를 인하한다고는 하나 서민들에게는 그 혜택이 월평균 만원 정도라니 여전히 에어컨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지난 6월 16일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결승전에서 준우승한 태극 전사들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멋지게 놀고 나온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우승의 부담감 보다는 즐기는 축구, 놀이를 하고 온 선수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어려운 일도 즐겁게 하면 마음의 부담도 즐어든다.

올해 더위, 피하고 짜증내기 보다는 이기고 즐기면서 여름을 났으면 좋겠다. 노자도 도덕경에서 ‘大小多少 ~ 圖難於其易 爲大於其細(큰 것은 작게, 많은 것은 적게 생각하고 ~ 어려운 일은 쉬울 때, 큰 일은 작을 때 한다)’라는 말을 했다. 여름엔 겨울을 겨울엔 여름을 생각해보라는 말로 빗대어 보면 좀 더 슬기롭게 더위를 이기는 생활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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