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이하람 기자 = “당시 김재현 기관사는 근무조가 아니었어요. 원래 다른 사람이 가야했지만 목숨이 걸린 위험한 일이라 김 기관사가 자원한 거예요.” (6·25 참전기관사 영상 中)
1950년 6월 25일 전쟁 발발 3일 만에 한강 방어선이 무너졌다. 중부전선을 사수하기 위해 UN군 산하 딘 소장이 이끄는 제24사단이 우리나라에 도착, 치열한 저지 작전을 펼쳤지만 북한국은 금세 대전을 포위했다. 딘 소장은 영동으로 후퇴하는 과정에서 행방불명 됐다.
7월 19일, ‘딘 소장 구출 작전’에 대전기관차사무소 소속 김재현 기관사, 황남호·현재영 보조기관사가 자원해 이원역을 발차, 대전역으로 향했다. 이 미카3-129 증기기관차에는 미군 특공대 30명을 포함, 총 33명이 탑승했다. 생존자는 미군 1명과 현재영·황남호 부기관사 3명 뿐이었다.
대전역에 도착해 1시간가량 수색작업을 펼쳤지만 딘 소장은 찾지 못했고, 옥천역으로 기관차를 돌려 후퇴하던 중 김재현 기관사는 북한군 총에 가슴관통상을 입고 순직했다. 현재영 보조기관사도 오른팔 관통상과 척추 파편상으로 쓰러졌으며, 혼자 남은 황남호 보조기관사가 필사적으로 운전해 옥천역에 정차했다.
대전 동구는 지난 19일 호국철도광장(대전역 동광장)에서 6·25전쟁 당시 희생한 철도유공자 287명의 제69주기 추모제를 거행했다.
행사는 유족 및 대전기관차 승무사업소장, 한국철도공사부사장, 보훈단체 회원, 미8군 행정부사령관 등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식전행사로 뮤젯트리오의 아코디언 연주와 6·25 참전 기관사 영상을 상영한 뒤 개식선언과 국민의례, 전투약사보고, 헌화 및 분향, 주요 내빈들의 추모사와 추념사 순으로 진행됐다.
뒤이어 유족대표로 고(故) 김재현 기관사의 아들 김제근씨가 추모의 글을 낭독했으며 극단 떼아뜨르 고도의 공연이 이어졌다. 특히 계룡대 공군 의장대와 군악대가 이날 적극 지원에 나서 철도유공자 추모를 위한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다니엘 크리스티안 미8군 행정부사령관은 추념사에서 “6·25전쟁 당시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걸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신 철도유공자분들께 깊은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황인호 구청장은 추모사에서 “철도인들의 희생과 헌신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들었으며 287위의 숭고한 넋이 헛되지 않도록, 후손들에게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고 물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 김재현 기관사는 민간인 신분으로 군사작전에 자원, 공을 세운 것을 인정받아 미국 국방부로부터 특별민간봉사상과 훈장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