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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가르치는 것

김대열 부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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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7.25 15:02
  • 기자명 By. 황천규 기자
김대열 부여고 교사
김대열 부여고 교사

우리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보잘 것 없는 신체 기능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서 이렇게 잘 자리 잡고 살 수 있는 것은 뭔가 그럴만한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인간의 여러 가지 본능 중에 배우는 것과 가르치는 것에 대해 말해 볼 생각이다. 배우려는 것과 가르치려는 것 중에 무엇이 본능일까? 내 생각에는 배우려는 것 보다 가르치려는 것이 더 본능적인 것 같다. 많이 아는 사람은 물어봐 주는 것을 좋아 한다. 아무도 물어봐 주지 않고 가르칠 기회를 주지 않으면 그건 그에게 고통이다.

어려서부터 말이 어눌한 아이들은 귀를 의심해봐야 한다. 잘 듣지 못해서 말을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들으려고 애쓰지 않지만 엄마는 엄마 목소리를 듣게 하려고 정말 애쓴다. 엄마가 아이에게 “엄마”라는 말을 하게 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매우 지루하고 긴 시간 동안 지속된다. 이런 긴 시간을 지루하게 느끼지 않고 아이가 조금씩 조금씩 변하는 그 모습에 감동 받으며 행복해 하는 상황은 엄마의 사랑과 더불어 가르치려는 본능이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수업 시간을 느리게 진행하는 측에 속한다. 새로운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 때는 뇌에서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리므로 느리게 진행하는 것이 조금 더 기억에 오래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가르치려는 본능을 이용하여 공부를 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관련 문제를 풀어 줄 때 한 번 설명하고 옆 짝꿍들끼리 서로에게 설명해보라고 한다. 그러면 정말 기다렸다는 듯이 잘 설명해주는 아이들이 있다. 듣는 이도 내가 설명할 때보다 잘 이해가 되는 듯 반응이 좋다. 가르쳐 보면 새로운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생활체육2급 골프지도자이고 골프 연습장에서 매일 들러 운동 겸 연습하고 있다. 골프 기술과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평소에도 많은 연구를 한다. 운동하면서 옆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 살짝만 바꿔줘도 바로 잡아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절대로 먼저 가서 지적하는 일은 없다. “묻지 않은 사람에게 가르치지 않는다.”는 생각을 굳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입이 근질근질하고 몸이 몇 번이나 그 사람에게 다가가다가도 참고 또 참는다. 물어오는 사람에게는 정성을 다해서 가르져준다. 이때 행복하고 더구나 좋은 쪽으로 변화가 있을 때 정말 기분이 좋다.

우리 연습장에는 남편이 부인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 부인을 가르치는 남편들의 궁상은 정말 여러 가지이지만 다행인 것은 화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문제는 열심히 가르칠수록 골프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하나의 골프스윙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발목부터 무릎 골반 허리 어깨 팔 손목 머리 등이 동시에 톱니바퀴 돌아가듯 잘 맞물려 돌아가야 하는데 허리에만 집중하게 하거나 팔의 궤도에만 집중하게 하는 방식으로 원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부분적으로 아는 것을 가지고 전체를 그릴 수는 없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배운 지 3개월 된 사람도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려고 한다는 것이다. 연습하러 왔다가 자꾸 가르치려 덤비는 사람들 때문에 그만 둔 사람도 많이 봤다.

가르친다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면서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오류를 가르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기 개발하지 않고, 연구하지 않고, 검증하지 않고, 가르치려는 본능만을 앞세워 덤비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한편,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 중의 하나는 가르치려는 본능과 일이 합해진 교사다. 그런데 교사야 말로 더 배우고 더 연구하고 더 검증해가면서 가르치지 않으면 꼰대 되기 십상이다. 어설프게 아는 것, 검증되지 않은 것, 앞뒤 상황과 맞지 않은 것을 가르치려 덤비면 안 되며, 배우려는 사람과 호흡이 맞지 않을 때는 더욱이 가르치는 것도 겸손해야 한다. 때론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가 더 좋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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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침 #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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