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백발의 노신사가 유성경찰서 민원봉사실을 방문했다. 그는 자신 소유의 토지에 대해 해당 관청이 토지 형질변경을 이유로 한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가 부당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담당 공무원들과 대화가 되지 않는다며 답답한 마음에 경찰서를 찾아왔다고 했다. 노신사의 이야기를 듣고 서류를 검토하면서 관련 법령을 천천히 설명해주자 그는 그제야 분을 가라앉히고 이해가 됐다며 고맙다는 말과 함께 경찰서를 나섰다.
일주일 뒤 노신사가 다시 경찰서를 방문했다. 이번엔 계약해지에 따른 계약금을 반환받지 못하고 있으며 자신이 누군가를 고소한 사건이 불기소 처분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상담을 요청했다. 민·형사 사안이 혼재돼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관련 서류를 검토하며 차근차근 설명하자 노신사는 수긍하며 다음에 또 오겠다는 말과 함께 흡족해하는 모습으로 떠나갔다.
올해 초부터 유성서에서 시행하고 있는 인권보호관 제도는 형사사건뿐만 아니라 민사·행정과 관련된 일이라도 경찰관이 민원인의 관점에서 돕는 방안을 함께 고민하며 그들의 고충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니 시민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호평도 이어졌다. 경찰이 피해자의 실질적인 피해 회복과 치유에 중점을 둔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또한 이달부터 민원인의 인권을 보호하고 양질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수사민원 상담센터'를 개소했다. 사무공간을 확보하고 인원을 늘려 기존의 인권보호관 제도를 확대 시행하게 된 것이다. 인권보호관을 센터장으로 임명하고 광역수사대와 경제범죄수사팀 등을 두루 거친 베테랑 여성 수사관을 상담관으로 임명해 수사·형사·여성 대상 범죄 등 수사민원을 종합적·전문적·선제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취지다. 그뿐만 아니라 변호사를 위촉해 시민들에게 무료로 법률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으로 '수사민원 상담센터'는 민·형사 법률 자문의 종합선물세트가 될 전망이다.
일선 수사관들도 상담 업무에서 벗어나 담당 사건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며 반기고 있으며 이는 곧 직무만족도 제고와 수사역량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유성서가 '수사민원 상담센터'의 운영으로 범죄 피해자의 피해 회복과 치유를 내용으로 하는 '회복적 정의'를 적극적으로 실현하고 국민의 인권보호에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