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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안가영 개인전 ‘KIN거운 생활’

나의 ‘반려종’ 허용 범위는?… 존재 그리고 네트워킹에 대한 고찰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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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8.12 16:01
  • 기자명 By. 이하람 기자
안가영 개인전 KIN거운 생활 전시실 모습.(사진=이하람 기자)
안가영 개인전 KIN거운 생활 전시실 모습. (사진=이하람 기자)

[충청신문=대전] 이하람 기자 = 병든 떠돌이개, 특이 바이러스를 지닌 외계인, 원전에서 일하다 방사능 피폭된 불법체류 노동자.

어느날, 이들은 내게 다가와 “반려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어떤 종(種)까지 반려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도나 해러웨이 ‘반려종 선언’을 읽고 감명 받은 안가영 작가의 생각 중 일부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반려종 허용 테스트’ 질문지 작성을 지난해 완료했다.

그리고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을 한 데 모아 함께 생활하게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 생각으로부터 출발한 작품이 바로 이번 ‘KIN거운 생활’ 개인전이다.

12일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1층 전시관.

전시 작품 속 등장하는 존재는 모두 3가지 종. 복제견 메이, 청소로봇 준, 이주노동자 줄라이다. 모두 일반적인 인간들의 사회에서 소외된 존재들이다. 도시로부터 도망친 이들은 소도시 산기슭에 위치한 레지던스에서 6일간 함께 지낸다.

그 속에서 그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타(他) 종에게 다가가기도 하고, 배척하기도 한다.

서로의 마음이 맞으면 ‘KIN(친족)’의 관계가 된다. 그러나 상대가 다가오는 모습을 오해해 ‘즐’(상대방을 야유하는 비판의 언어, 온라인 게임 상 배척의 언어)의 관계가 되기도 한다. 결말을 알 수 없는 네트워킹의 세계다.

안가영 작가는 이런 타 종 간 네트워킹에 초점을 맞춰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장에 배치돼 있던 창문 형태의 작품은 ‘인간의 개입이 그들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길인가?’에 대한 의문을 던지며 만든 것이다. 그는 복제견 메이에게 햇빛이 잘 드는 창문을 만들어 주고, 로봇청소기가 스크린을 통해 바깥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했으며, 피폭된 상처를 안고 있는 이주노동자를 위해 블라인드를 달아줬다.

회화를 전공한 안 작가는 2014년 아트게임으로 전시를 열었고, 2015년 대전시립미술관 아티스트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이후 과학과의 융합, 미디어 등에 관심을 갖게 돼 박사 과정을 영상예술학으로 밟으며 꾸준히 연구 중이다. 현재 게임, 영상,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관계에 대해 표현하는 미디어아트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가 ‘게임이란 무엇인가, 게임과 예술을 접목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을 거치고, ‘존재와 그들 간 네트워킹’에 대한 고찰의 산물인 이번 전시를 열기까지는 3년의 기간이 걸렸다. 다음 게임들은 이를 바탕으로 더 발전된 작품을 보여주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안 작가는 “연구를 지속하다 보니 내가 존재나 환경, 네트워킹에 관심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며 “다음 게임은 시나리오와 상호작용이 더 강화된 형태로 발전시켜 돌아오고 싶다”고 밝혔다.

이전에 창작한 작품들 보다 더 잘 만들고 싶단 욕심도, 로직도 많아지고 있어 작업 시간도 배로 걸린다는 안가영 작가. 대상에 대한 꾸준한 탐구와 고뇌하는 자세가 바로 그의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전시는 오는 18일까지이며,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개방된다.

문의 홈페이지(www.temi.or.kr)·전화(042-253-98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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