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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보 전진한 대전시립극단 설립 공청회… 성숙한 의식은 숙제로 남아

제3의 안, 대전출신배우 70명에게 매월 70만원 지급 의견… 장·단점 고려해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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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8.18 18:09
  • 기자명 By. 이하람 기자
16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대전시립극단 설립 필요성과 운영에 대한 토론광장이 열렸다. 왼쪽부터 조강숙, 류용태, 유치벽, 강신구, 김상열, 선욱현, 백훈기, 윤진영, 이상호.(사진=이하람 기자)
16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대전시립극단 설립 필요성과 운영에 대한 토론광장이 열렸다. 왼쪽부터 조강숙, 류용태, 유치벽, 강신구, 김상열, 선욱현, 백훈기, 윤진영, 이상호.(사진=이하람 기자)

[충청신문=대전] 이하람 기자 = 대전시립극단 설립이 한 발짝 가까워진 모양새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설립 타당성이 대부분 인정되고, 세 가지 운영방안으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등 그 논의 과정이 지난 공청회보다 한 단계 진보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16일 복영한 대전연극협회장에 따르면 당초 이번이 마지막 시 공청회가 될 예정이었지만, 시립극단설립 운영위 등을 꾸려 다시 의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1시 대전예술의전당 컨벤션홀에서 대전시 주최 및 한국연극협회대전시지회와 대전민예총 협력으로 ‘대전시립극단 설립 필요성과 운영에 대한 토론광장’이 열렸다. 지난 3월과 5월에 이은 세 번째 공청회다.

참석자는 선욱현 전 강원도립극단 예술감독, 백훈기 목원대 교수, 강신구 한국국·공립극단협의회 사무국장, 윤진영 연극협회 회원, 유치벽 전 대전연극협회장, 이상호 민예총 회원, 류용태 대전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조강숙 대전시 소셜미디어기자단이다. 개회 및 내빈소개 진행은 주황룡 대전시 문화예술정책과 공연예술팀장이, 토론 진행은 김상열 대전대 교수가 맡았다.

공청회 1부는 강원도립극단과 서울시 극단 운영 사례와 시립극단설립 타당성 등을 듣고 질답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시립극단설립 타당성은 대부분이 인정했다. 운영방안은 ▲작품 중심제 ▲단원 중심제 ▲‘제3의 안’이 나왔으며, 각기 다른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토론의 열기를 더해갔다.

작품 중심제는 연극의 특성상 작품마다 그에 어울리는 배우가 달라지므로 작품에 따른 배우 오디션을 진행하자는 것이다. 즉, 배우 비상임제다. 장점은 시립극단 외 지역 소극단과의 상생발전 등이 가능하다. 문제점은 시립극단 행정직원은 정규직이면서 정작 배우는 왜 비정규직이냐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해 한 문화예술계 인사는 “필요에 따라 정규직, 비정규직을 정하는 것이지 배우라고 정규직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이익을 따지려고 하면 시민들이 모를 것 같냐”며 “행정직원을 정규직으로 해야 할지는 고민해봐야겠지만, 행정직은 업무연차가 쌓일수록 일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배우는 작품에 따라 바뀌어야하는 등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못 박아 놓기가 힘들다는 의견이다.

단원 중심제는 시립극단 단원인 ‘배우’에 중점을 둔다. 배우를 상임제로 하자는 것이다. 이는 정년보장으로 배우가 안정적인 수입을 얻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배우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연기연습 등을 게을리 할 수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시립극단 전체의 ‘질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지역 민간극단과의 상생이 어렵다.

그러나 배우가 안정적이어야 대전지역에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타지로 새어나가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제3의 안은 대전출신 배우만 시립극단 단원 신청이 가능하며, 대전 지역 배우 약 100여명 중 70명 정도를 시립극단 비상임단원으로 임명하고, 매월 70만원씩 지급하자는 의견이다.

그런데 정작 이들이 시립극단 공연을 맡아 하는 기간은 1년 중 3개월에 불과하다.

70명을 3~4개 팀으로 나누면 한 팀당 20명 내외가 되는데, 순환 등을 위해 팀마다 하나의 계절(봄, 여름, 가을, 겨울)을 선택해 그 때만 공연을 하기 때문이다.

제3의 안은 말 그대로 새로운 의견이라 이 자리에서 장·단점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다만 1년에 3개월 활동하고, 70만원을 매달 시민 세금으로 받는 것이 혈세낭비라는 의견이 있다.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거다.

또한 이 의견은 애초에 ‘투잡’을 뛰는 연극인의 어려운 현실을 얘기하며, 그들의 기본급을 보장해주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그런데 70만원을 보장 받는다고 과연 투잡을 뛰지 않을지 의문이다.

대전시 배우 100명 중 70명이면 거의 대부분인데, 이들 모두가 능력을 인정받을 만한 배우냐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오디션으로 6~7명 남짓 뽑는 것과 차이도 크다.

2부에서는 조강숙 시민기자와 류용태 대전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이 시립극단 설립에 대해 시민으로서의 목소리를 높였다.

류 처장은 “대전시립극단 설립이 가시화 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며 “그러나 운영방안은 모든 연극인들이 함께 열띤 토론을 한 후 가장 문제점이 적은 형태로 의견이 일치되고 모였으면 좋겠다”고 연극계 단합에 대한 바람을 나타냈다.

조강숙 시민기자는 시립극단에 바라는 점으로 민간 극단이 할 수 없었던 큰 규모의 실험적인 연극 작품 시도와 시민의 비판적인 의견에도 겸허히 수렴하는 자세 등을 꼽았다.

그는 “자녀와 대전지역 연극을 몇 번 보러갔는데 좋은 점도 있었지만, 스토리 자체가 재미없는 등 서울과 수준 차이가 나긴 했다”며 “작품 중심제 형태의 시립극단 운영으로 더 노력하는 배우들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자연스러운 경쟁으로 작품의 질이 향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은 1, 2차 공청회 때보다 훨씬 적은 연극인들의 참여로 그들의 ‘무관심한 태도’가 여전히 도마 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이 자리에서 한 연극인은 “단원중심제 등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자신들의 의견이 수렴될 것 같지 않아 시립극단 설립에 관심이 없고, 공청회도 참석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참석자는 “반대 의견이 있으면 그 의견을 개진하러 나와야지, 지레 포기하면 어떡하냐”며 “내가 뽑을 사람이 당선될 확률이 낮다고 아예 선거 참여를 안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토론에 앞서 예술인의 성숙한 의식이 먼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프랑스 정치학자 ‘알렉시스 토크빌’의 말을 빌렸다.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대전시립극단의 향후 설립 모습과 그 과정에 시민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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