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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옷

이종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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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8.21 17:05
  • 기자명 By. 충청신문

처서가 내일인데도 더위가 계속된다. 그래도 아침, 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 다행이다.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옷맵시만 봐도 계속되는. 더위를 실감한다. 더우니 반팔 옷에 반바지를 입는 것은 당연하다. 전남교육청은 올해 학생들의 활동성을 높인 ‘편한 교복’을 권장하여 학생들의 호응이 좋다고 한다. 여름철에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밝다.

일부 관공서는 무더위 속에 근무 능률을 향상사키기 위해 반바지 착용을 권장히기도 했다. 반바지를 입고 근무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는 것 같지만, 왠지 낯설은 모습이다. 그러나 실내 온도 28°C를 지키는 관공서 사무실은 각종 사무기기에서 내뿜는 열에 견디기 어려운 곳이 됐다. 수원시에서는 지난 7월 반바지 차림의 근무를 위해 “반바지 패션쇼” 열고 적극 권장했으며 몇 몇 시·도에서도 권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온난화로 자꾸 더워지는 요즘 능률을 올리기 위한 옷차림의 변화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야 할 것 같다. 이른바 ‘쿨비즈 룩(Cool Biz look)'이라하여 냉방비 절감에 도움을 주는 일종의 친환경 패션이 자리 잡고 패션계에서도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성경 창세기에는 아담과 이브가 범죄하고 부끄러워 무화과 나뭇잎으로 치마를 만들어 입었다고 한다. 인류 최초의 옷이다. 부끄러움을 가리기 위한 기능의 옷이었다. 그 후 하나님이 그들에게 가죽 옷을 지어 입혔다고 한다. 에덴동산에서 추방됐으므로 아마도 보호 기능의 옷이 된 것 같다.

옷의 역할은 우선 체온보존이다. 그리고 외부로 부터의 신체 보호, 장식과 가림, 또한 품위 유지 등이다. 그러나 문화가 발달하면서 옷의 체온보존 기능 보다는 신체 보호와 품위 유지 쪽으로 옷이 발달하는 것 같다. 일찍이 신라는 골품제도라 하여 신분에 다른 계급을 규정하고 입는 옷의 모양과 색을 규정했다. 신라뿐만 아니라 봉건 사회에서는 옷의 모양과 색이 신분을 나타내는 중요한 표시이기도 했다. 

직업이 분화되고 과학 문명이 발전하면서 옷의 기능은 다양해져 왔다. 소방관들의 방열복, 해저 작업을 위한 잠수복, 군인들의 방탄복, 의사들이 수술시 입는 옷, 운동선수들의 옷, 환자들의 입원복 등은 그 하는 일에 따른 보호와 기능을 높이기 위한 옷이다. 옷은 하는 일을 나타내기도 한다. 교복, 군복, 또한 직장의 특성에 다른 근무복 등은 기능을 떠나 단정해 보이고 통일감과 신뢰감을 준다. 가끔 아프리카나 중동의 반란군들이 뉴스에 나오는 것을 보면 평상복에 총만 들어서인지 군대 같아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외신에서 보니 몸에 뿌리는 옷도 나왔다고 한다. wearable라 하여 착용 컴퓨터는 물론 smart clothes라는 옷도 등장하고 1회용 옷도 등장했다. 천연섬유보다 합성섬유로 된 옷이 일반화 되고 보편화 됐다. 그러다 보니 이젠 합성섬유의 피부 부작용이 밝혀지고 천연섬유를 찾는 시대가 됐다. 어느 때 부터인가 “자연산”이라는 말이 붙으면 믿을 만하고 값이 비싸도 구입하는 생활이 됐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옷차림의 모양이 변화하지만. 그래도 긴 세월 추위와 더위를 이겨온 조상들의 지혜를 되돌아보는 것도 어쩌면 현재와 과거의 장점을 살펴 삶을 윤택하게 하는 방안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대전시립박물관은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우리 옷:검이불루(儉而不陋)-전통복식전(展)’을 7월 10일 개막식을 갖고 내년 6월 14일까지 3층 전시실에서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전시관에는 무덤에서 출토된 충주 박씨, 용인 이씨, 안정 나씨, 여산 송씨 등 대전 지역에서 오랫동안 세거해온 성씨들의 전통복식 유물을 볼 수 있다. 전시된 복식은 조선전기부터 후기까지 조선시대 다양한 복식문화를 보여줄 뿐 아니라, 무명·명주·모시·교직 등 다양한 직물로 제작된 우리복식의 소박함과 화려함, 정교한 제직기술을 보여주는 학술 및 심미적 가치가 뛰어난 유물들을 볼 수 있다. 또한 조선시대 대표적 농서(農書)인 ‘농사직설(農事直說)’,‘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등 우리나라 전통직물의 역사와 중요성을 보여주는 문헌도 전시되어 전통복식 재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명, 명주, 모시의 제작과정과 도구들을 직조순서대로 전시해 직물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한눈에 알 수 있다.

늦더위가 계속되는 요즘 잠시 짬을 내어 조상들의 옷 제작에 관한 슬기를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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