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박진형 기자 = "여름 휴가비는 나왔는데… 추석 상여금은 없습니다. 중소기업이다 보니 직원 복지가 열악해요. 대기업 다니는 친구를 보면 두둑한 봉투를 받는데 부러울 따름입니다" (대전 중소기업 근로자 A씨)
"작년에도 명절 보너스가 없었고 올해도 아직 정해진 건 없는데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대전 중견기업 근로자 B씨)
"정기상여금으로 기본급의 850% 정도 받아요. 이 중 200%가 명절 보너스로 지급됩니다. 기본급이 얼마냐에 따라서 개인 차가 있지만 추석 때 200~300만원 사이로 받습니다" (대전 대기업 근로자 C씨)
0원에서 300만원. 회사 규모에 따라 추석 상여금은 하늘과 땅 차이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근로의욕까지 떨어졌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경영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이 밀집된 충청권의 경우 재정 규모에 따라서 이런 극단적인 편차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가 최근 회원사 150곳을 대상으로 추석 상여금 지급 여부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보너스를 지급한다고 밝힌 업체는 한 자리 수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 관계자는 "조사가 마무리되는 다음주쯤에 정확한 결과가 나오겠지만 추석 상여금을 주는 업체가 적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작년 한 경제단체의 조사에선 중소기업 10곳 중 3곳이 추석 상여금 지급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가 지역 75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 중소기업 추석자금 수요조사'에 따르면 '추석 상여금 지급계획이 없다'고 밝힌 업체는 32.0%, 결정 못함으로 응답한 업체는 20.0%로 나타났다. 지급계획이 있다고 말한 업체는 48%였다.
명절 보너스를 지급하더라도 회사 규모에 따라 '액수'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최근 기업 907개사를 대상으로 '추석 상여금'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기업 형태별 상여금 지급액은 대기업이 평균 120만원, 중견기업이 102만원, 중소기업이 58만4000원 순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여금 격차가 무려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명절에는 지출하는 경비가 많은 시기다. 부모님에게 용돈을 주거나 선물 구입, 외식, 여가, 명절음식 준비 등 돈 나갈 곳이 수두룩하다. 지갑이 얇아지는 시기지만, 회사의 복지 시스템에 기댈 수도 없는 노릇이라 허리띠를 조일 수밖에 없다. 직장인 추석 경비는 29만~46만원 사이라는 통계가 있다.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이모씨(32)는 "작년에 비해 연휴도 짧고 그때 움직이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부모님께 용돈만 보내드리려고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