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반딧불이
[아침을 열며] 반딧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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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2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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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허영희 대전보건대 간호학과 교수
퇴근 후 서둘러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작은 딸이 반딧불이 축제에 같이 가자고 조른다. 반딧불이가 보고 싶은 것인지 축제가 열리는 무주 리조트에서 쉬고 싶은 것인지 의도가 궁금하였지만 일단 긍정적인 답을 해두었다.

그러고보니 나 어릴 때에는 반딧불이가 집 주변 풀숲으로 참 많이 날아 다녔었다. 석양이 물러난 후 마당이 어둑어둑해질 때면 가끔씩 어머니는 마당 한 가운데 모깃불을 지피셨다. 그리고 아버지는 빈사이다 병이랑 볏짚으로 만든 여치 집에 반딧불이를 잡아다 늦여름 밤의 운치를 연출하시곤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적 나의 눈빛 속에 새겨진 밤하늘의 별빛이랑 땅위의 반딧불이의 빛의 하모니는 지상 최고의 오케스트라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아파트 주위 불빛이랑 네온사인 빛이 너무 화려하여 반딧불이의 빛이 사라졌다고도 한다

반딧불이는 다른 말로 개똥벌레이다. 그리고 배마디 배면 끝에서 2∼3째 마디는 연한 노란색이며 여기에 빛을 내는 기관이 있다고 한다. 애벌레는 다슬기를 먹이로 수중생활을 하면서 15∼20mm까지 자라고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기 위해서는 비가 오는 야간에 땅 위로 올라간다고 한다. 어른벌레는 암컷이 크고 수컷이 조금 작고 수명은 2주 정도로 이슬을 먹고 사는데, 알을 낳고 11∼13일 뒤에는 자연적으로 죽으며 반딧불이는 어른벌레뿐만 아니라 알, 애벌레, 번데기도 빛을 낸다고 한다. 반딧불이의 빛을 내는 원리는 루시페린이 루시페라아제에 의해서 산소와 반응해 일어나는 것이며, 빛은 보통 노란색 또는 황록색이며, 파장은 500∼600nm(나노미터)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환경오염 등으로 반딧불이가 거의 사라져 쉽게 볼 수 없으며 지금은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남대천 일대가 서식지인데 이곳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해마다 이때쯤 축제도 열리고 지역에서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여름의 끝자락, 가을이 기다려질 이때쯤이면 고향집 담벼락 넘어로 반딧불이가 너울될텐데… '개똥불로 별을 대적한다.'는 말은 상대가 어떤지도 모르고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사실 개똥벌레의 바른 우리말 이름은 '반딧불이'이며 한자로는 '형화(螢火)'이다. 옛날 중국 진(晉)나라의 손강과 차윤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손강과 차윤은 원래 매우 가난하여 호롱불을 밝히는 등기름을 살돈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손강은 겨울이면 항상 눈빛에 비추어 책을 읽었고, 차윤은 여름에 낡은 명주주머니에 반딧불이를 많이 잡아넣어 그 빛으로 책을 비추어 낮처럼 공부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사자성어의 '형설지공(螢雪之功)'이 탄생되었고 의미를 살펴보면 반딧불이의 꼬리불빛과 눈(雪)빛으로 학업에 정진하여 입신양명하는 것을 비유한 것으로, 실제적으로 반딧불이 80마리 정도면 큰 글씨의 천자문을 읽을 수 있고, 반딧불이 200마리 정도면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무주군에는 '형설지공 군립도서관'이 있다.

개똥벌레가 어른이 되면 2주간만 사랑을 하고 알을 낳고서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수명이 매우 짧아 친구도 사랑하는 암컷도 없다고 하는데 유행가 가사 중에 이러한 슬프고 외로움의 내용을 품은 신형원이 불러서 히트 친 '개똥벌레'라는 노래가 있다.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 / 노래 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네 / 가지마라 가지마라 가지 말아라 / 나를 위해 한번만 노래를 해주렴 / 나ㅡ나 나나나나 쓰라린 가슴안고 /오늘 밤도 그렇게 울다 잠이 든다

사실 어릴적 나의 생각에는 개똥벌레는 개똥냄새 때문에 친구가 없는게 아닐까!, 개똥벌레의 무덤이 집이니깐 먹이도 개똥이 아닐까 했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 알았다. 반딧불이 유충은 다슬기를 먹고 살며, 어른이 된 반딧불이는 이슬을 먹고 산다는 것을, 그리고 반딧불이의 유충이 개똥벌레라는 진실을…

이번 주말에는 아마도 작은 딸의 바램 덕에 어두운 밤을 비추는 반딧불이의 향연이 머무르는 무주로 향할 것 같다. 생각해보면 반딧불이는 짝을 찾기 위해 배에서 불빛을 내는데 나의 딸들은 아직도 엄마 껌딱지이니 언제즘 나비가 될련지 한숨이 절러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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