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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잉홀의 삼형제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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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8.27 18:23
  • 기자명 By. 충청신문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잉홀은 음성의 옛 지명입니다.

음성의 지형은 고원 분지라고 합니다. 청주에서 오려면 기차도 힘겹게 백마령을 넘어야 하고 충주에서는 수정산과 가섭산의 사이에 있는 잣 고개를 지나야 합니다. 서울에서 내려오려면 금왕을 지나 6·25 동란 최초의 승전지라는 기름터 고개를 넘어야 음성에 올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어느 곳에서도 고개를 넘지 않으면 올 수가 없는 곳인데 고을의 이름이 어찌 물고을인지 궁금했습니다.

수십 년 이곳에서 살면서 수수께끼 같은 잉홀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은 풀렸습니다. 음성에는 벽골제나 의림지 같은 오래되고 자연발생적인 저수지는 없지만 농촌공사에서 관리하는 배를 띄울 수 있는 저수지와 논에 물을 대려고 만들어진 군에서 직접 관리하는 저수지를 합하면 그 수가 무려 50여 개나 된다고 합니다. 이러하여 잉홀 이라는 고을이름을 지었나 싶습니다.

낚시터도 무려 서른 개가 넘는다하니 편안한 고을 음성은 세월을 낚기에도 안성맞춤인 곳 인가봅니다. 어떻게 보면 숲과 호수가 많기로 유명한 핀란드보다도 땅 면적에 비해 물 고인 면적이 넓은 곳이기도 합니다. 음성에 사는 분들도 그냥 지나치다 보니 '그렇게나 많아?' 하기가 일쑤입니다.

어느 곳을 막아도 저수지가 되는 것은 저장된 물이 많다는 것이지요. 태풍도 비켜가는 고장인 잉홀은 물이 많다고 홍수가 자주 나는 곳도 아닙니다. 어쩌면 고원 분지이고 한강과 금강의 분수령이 길게 늘어선 곳이기에 이곳에 홍수가 나면 하류는 전부 물에 잠기겠지요.

그 많은 저수지 중에 백과사전에도 나오는 곳이 있습니다. 네이버 검색창에 '삼형제 저수지'를 치면 음성읍 사정리와 금왕읍 육령리· 백야리에 걸쳐 있는 저수지라고 뜹니다. 음성읍 사정 리에 있는 무극저수지, 금왕읍 백야 리에 조성된 용계저수지, 금왕읍 육령리에 만들어진 금석저수지 이 세 저수지를 이르는 말이지요. 물을 담은 곳과 저수지의 이름이 다른 것은 물을 가둔 제방이 위치한 지명을 따서 이름을 붙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산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도수터널로 세 저수지가 연결되어있어 수면의 높이가 항상 일정하답니다.

친정에 갈 때 지나는 무극저수지(사정저수지)는 야산에 둘러싸여 조용하고 경관이 수려합니다. 굽이굽이 호반으로 이어진 길과 수면에 비친 산 그림자를 보려고 큰길 놔두고 이 길을 택해 친정엘 가지요. 봄에는 산 벚꽃과 어우러져 수채화 같은 풍경에 넋을 잃게 만들고 여름에는 시원스런 물빛에 비친 신록이 아름답습니다. 가을 단풍모습 또한 환상이지요. 겨울에는 어른 꼬마할 것 없이 빙어낚시 하느라 얼음을 지치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지요.

금석저수지(육령)는 사정저수지의 오른쪽에 있고 계곡이 깊어 큰 물고기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랍니다. 근처숲속은 다이아몬드 수형의 은사시나무가 숲을 밝히고 있어 사색하기에는 그만입니다. 예전에 글 선생님들과 함께 반짝거리는 은사시나무에 반해 산책을 가기도 했었지요.

조금 더 내려가다 왼쪽으로 들어가 보면 만날 수 있는 용계저수지(백야지)는 골짜기의 모습이 유려하고 아늑합니다. 백야자연휴양림에서 며칠 묵으며 분홍벚꽃비로 넘실대는 산세에 푹 빠지고 싶은 곳이며 백설이 춤추는 날이면 카메라를 들고 뛰어가고 싶은 곳입니다. 물 고을 이야기가 저수지 자랑이 되었네요.

오늘도 친정집 가느라 사정리 저수지를 지나니 청량한 바람이 추억을 몰고 왔습니다.

찰랑거림이 여전한 삼형제 저수지, 참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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