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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최은숙 반포동곡요양원 생활재활교사·반포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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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9.03 10:5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최은숙 반포동곡요양원 생활재활교사·반포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최은숙 반포동곡요양원 생활재활교사·반포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추석명절이 다가오건만 친정엄마를 찾아뵙지 못한 미안함과 보고픈 마음에 전화기를 들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의 기력 넘치는 목소리에 다소 마음은 놓였다.

얼마 전 엄마를 요양병원으로 모셨다는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달려가니 횡설수설 목소리와 더욱 쇠약해진 모습에 나는 눈물이 났다.

그렇게 정갈하시고 꼼꼼하시던 엄마가 환자복을 입고 수척한 모습에 마음이 아파 병원을 나오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차를 탔는데 한참을 가다보니 낯선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잘못 탄 버스에서 내려 되돌아오던 때가 벌써 4년째 접어든다.

행주치마에 손 닦으며 달려와 딸의 친정방문을 반기던 어머니!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서 일찍 남편을 떠나보내고 질곡 같은 생을 살아오면서 어려운 시기에 홀로 5남매를 키우며 깔끔하고 곧은 성품은 자식들에게 넓은 지붕과 울타리가 되었다.

또 나이든 자식들 간에 언쟁과 토닥거림이 있을때마다 엄마는 늘 검사이고 변호사이며 때로는 재판관이었다.

가난의 탄식조차 하지 못했던 그때의 힘든 생을 다 풀어내려면 2박 3일도 모자란다며 못난 딸에게 끊임없이 기억의 창고를 비우고 추억의 우물을 퍼냈는데도 창고는 늘 차 있고 우물은 줄지 않았다.

삶의 원칙은 흐트러지지 않았지만, 드문드문 설익은 머리카락에 씨줄 걸어 재빠른 손놀림으로 북을 움직여 삼베를 짜다보니 뭉툭하게 굵어진 손가락에 손등은 굵은 핏줄이 선명하다.

자식이 아프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와서 간호해줬던 울 엄마!

그러나 정작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있으니 단 하룻밤도 같이 하지 못한 내자신이 자식으로서 한없이 죄송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병원 문을 나와 길 건너고 건물 모퉁이 돌아 나와 뒤돌아보면 그때까지 외손자 저녁밥 늦을세라 빨리 집에 가라고 손 흔들며 오래오래 불효 딸을 배웅해줬던 나의 어머니!

당신이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내어 자식들을 출가시켜 놓고 오직 잘 살기만을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빈 고등껍데기가 되어 냇물에 둥둥 떠내려가는 듯하다.

하루빨리 완쾌되어 병실을 나와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는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다음 주엔 엄마를 찾아보련다.

엄마 죄송합니다! 저희 5남매는 엄마에게 너무 잘못을 많이 했습니다. 용서하세요. 엄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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