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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1등공신 가짜뉴스와 처벌대상 가짜뉴스

이재준 건양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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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9.05 18:5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재준 건양대학교 겸임교수
이재준 건양대학교 겸임교수

“초등학교 동창 몇 명이 벌써 유명을 달리했다고 들었는데?”하고 묻자 동창회장을 맡고 있는 친구가 곧바로 “그거 가짜뉴스여!”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동창회장의 말은 떠도는 풍문이 사실이 아님을 신뢰하기에 충분했다. “가짜뉴스”라는 한마디는 모든 것을 덮기에 충분하였다. 그러고 보니 곳곳에 가짜뉴스가 널린 모양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대표적인 가짜뉴스는 2008년 MBC ‘PD 수첩’의 광우병 관련 보도다. 그러나 10년이 넘었어도 미국산 소고기를 먹고 죽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외에도 “천안함 폭침은 북한소행이 아니다” “한미 FTA로 미국의 노예가 된다” “한일 군사협정은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는다” “세월호는 미국 잠수함하고 충돌한 것이다” “세월호 사건 당시 대통령이 마약을 했다, 성형을 했다, 굿판을 벌였다, 호텔에서 통정했다” “정유라는 대통령 딸이다” “최순실의 재산이 300조다, 400조다” 등 이루 다 열거할 수도 없다. 결국 가짜뉴스는 촛불을 이끌어 냈고 새로운 정권을 탄생시켰다. 가짜뉴스야말로 정권의 1등공신이 되었다.

그런데 요즘 가짜뉴스가 정부의 골칫거리가 된 듯하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8월 12일 가짜뉴스를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민주당은 8월 26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채널 11곳의 영상 198건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대학 교정에는 7월 1일부터 9월 20일까지 실시하는 팩트체킹 공모전 포스터가 붙어있다. NEWSTOF(뉴스톱)이 주관하고 방송기자협회가 주최하고 있으며, 방송통신위원회·교육부·서울특별시교육청·KBS·MBC·SBS·YTN이 후원하는 공모전이다. 총 상금만도 3500만원에 해당하는 거대한 공모전이다. 이제는 한 몸이 된 공영방송사와 함께 범 정부차원에서 가짜뉴스 퇴치와 처벌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가짜뉴스라고 하는 대부분은 유튜브 방송을 말하고 있다. 그 가짜뉴스들은 진위여부를 떠나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라는 씨앗이 유튜브를 통해 태어났으나 그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다. 역적이 되었다. 그런데 똑같은 표현의 자유라는 씨앗이 공영방송 등을 통해 태어난 진짜 가짜뉴스는 이번 정권창출의 1등공신이 되었다. 진짜 가짜뉴스와 가짜 진짜뉴스가 이와 같이 엄청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정부의 대응자세가 너무 다르다. 지난 정부들은 가짜뉴스에 우왕좌왕 했지만 지금 정부는 대단히 공격적이다. 공격적인 정부는 가짜를 전하면서도 조금이라도 자신들에게 흠집이 날법한 내용이나 정부를 비판하고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가짜뉴스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이러한 성향은 정권쟁취를 위해서 줄기차게 투쟁해온 그들의 과거 행적과도 무관하지 않다.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투철한 전사들임에 틀림없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청와대는 지소미아 연장종료를 미국에 전달하였고 미국이 이해한다고 했으며, 이로 인한 한미동맹에는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였다. 이 뉴스들은 대부분 공영방송을 통해 전파되었으며, 일부 패널들은 당연한 일인 양 논평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미국은 하루도 안 되어 이는 사실이 아님을 분명히 하였다. 그렇게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공영방송들이 팩트체크 방송을 하고 있다. 누가 누구의 팩트를 체킹 한다는 것인지 적반하장이 도를 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의 의혹에 대하여 가짜뉴스라고 항변하였다. 그러나 청문회가 무산되고 일부 기자들만 참석시킨 기자 간담회에서는 의혹에 대한 질문에 57번이나 모르겠다고 일관된 답변을 하였다. 왜 처음처럼 가짜뉴스라고 하지 않고 자신은 잘 모른다고 답변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가짜라고 했던 뉴스가 갑자기 진짜로 변한 것일까? 그러면서 자기가 법무장관이 되면 가짜뉴스에 대하여 처벌할 것이라는 의사는 분명히 하였다. 9월 6일 다시 청문회가 열린다 해도 다를 게 없을 것이다.

가짜뉴스의 기준은 무엇일까? 나를 비판하면 가짜뉴스다. 권력과 돈과 조직이 없어 힘업는 국민들이 떠들어 대는 것이 가짜뉴스다. 그래도 이들을 단순히 가짜뉴스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존중되어야 하는 면도 있다. 조국후보가 법무부 장관으로 부적절 하다고 생각하는 많은 국민들은 가짜뉴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무시하고 가짜뉴스를 처벌 한다면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촛불  보다도 더 큰 횃불을 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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