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 도입되는 새로운 제도가 불공정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다수의 국민들이 시험을 통해 점수를 매기고 그 점수대로 줄을 세워 실력을 평가하는 방식이 그나마 가장 공정하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 대입제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은 줄 세우기를 통한 서열화와 상이한 능력평가 방식이기 때문이다. 줄 세우기가 아닌 이상 요행이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의 줄 세우기 방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능시험을 통해 대입을 치르는 방식이 과연 다수의 국민들이 맹신하고 있듯이 그렇게 공정한 방식일까. 좀 더 분석적으로 생각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수능시험을 통한 대입제도야 말로 공정성을 저해하는 변수가 너무 많은 불합리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목표를 위해 경쟁하는 사람들을 줄 세우기는 20세기 산업사회에 통용되던 방식이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획일적 방법이라는 데서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언뜻 생각하면 공정하다고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전혀 공정한 방식이 아니다. 그 만큼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수능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이유는 대략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은 난이도에 따라 너무도 큰 변수가 작용한다는 점이다. 문제가 어렵게 출제되는 해는 상위권이 절대 유리할 수 있지만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쉽게 출제되면 변별력이 상실된다. ‘답 찍기’라는 요행을 통해 운명이 갈릴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불과 1-2점으로 당락이 갈리는 대입을 찍기가 좌우한다면 그보다 공정성이 훼손될 수는 없다. 어떤 교사에게 또는 어느 학원 강사에게 배우느냐에 따라 점수차이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점도 수능의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런 요행을 해소하고자 마련된 제도가 학종이다. 문제를 맞히는 실력 외에 체험활동, 독서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등을 다면적으로 평가해 개인이 가진 시험 이외의 능력을 고루 평가하고자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학업능력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다른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진 학생에게도 대입의 기회를 열어주겠다는 것이 학종의 근본 취지이다. 문제 맞히기 외에 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진정한 능력을 가려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학생과 학부모는 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복잡하고 난해한 전형이라는 부정적 시선으로 학종을 바라보고 있다. 조금만 신경 써 제도에 대해서 살펴보면 훨씬 공정한 제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이 방법에 대해 도무지 알려고 하지 않고 20세기에 통용되던 획일적 줄 세우기로 되돌아가자고 주장한다. 하루나 이틀 학교에서 배포하는 전형 안내 자료만 꼼꼼히 살펴도 이해의 폭은 넓어질 수 있는데 그런 노력은 하지 않고 과거로의 회귀만 주장한다.
학종 도입 초기에 특수한 전형을 소수만 이해하고, 정보를 독식하고, 부모가 스펙을 만들어주는 부작용이 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그런 문제점이 많이 해소돼 정착단계로 접어들었는데 아직도 학종에 대해 이해하려고 들지 않고 폐단만 지적하며 수능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이들이 절대 다수이다. 수능으로 회귀하면 저소득층 학생, 지방 학생, 일반고 학생 등의 대입이 더욱 험난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제도를 이해하려 들지 않고, 아이들만 지옥으로 몰고 가려 한다. 학교에서 배포하는 입시자료를 면밀히 분석해보고 다양성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왜 학종이 그나마 더 공정한 지를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의 능력을 줄 세우기로만 평가하려는 것은 구시대적 사고의 산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