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산 산 자락에 깃을 내리고, 튼튼히 자리잡자, 우리의 동산~.(후략)"
기자가 졸업한 초등학교 교가는 이렇게 시작한다.
조회시간마다 부르던 그 노래를 지금도 가끔씩 흥얼거린다.
그만큼 아련한 추억으로 자리잡은 게 보문산이다.
소풍 때마다 타던 케이블카도 그렇고 야외음악당 계단에서 어머님과 찍은 빛바랜 사진도 그렇다.
70, 80년대 보문산은 대전시민의 ‘보물같은 휴식처’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둔산 등 신도심이 개발되면서 옛 영화를 뒤로하고 조용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던 이 산이 요즘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전시가 보문산관광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다.
170m 타워를 세우고 새로 지을 야구장인 베이스볼드림파크와 오월드를 오갈 곤돌라를 운행한다고 나섰다.
2024년까지 1000여억원을 들여 관광단지를 조성해 원도심 활성화 거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바로 환경단체가 발끈했다. 사업성도 여의치 않거니와 환경 파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차라리 생태보존지역으로 조용한 도심속 힐링공간을 조성하자는 얘기다.
사업성도 없어 적자를 면치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개발과 보전의 접점 찾기가 쉬워보이지 않는다.
대전시도 최대한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멈칫거리는 눈치다.
사업이 시가 의도한대로 맞아 떨어져 원도심 활성화 기폭제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화려했던 시절의 보문산이 그립다. 애잔하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세월도 그만큼 흘렀고 라이프스타일도 광속으로 변하는 추세다.
허태정 시장의 공약이라고 해서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반드시 밀어붙일 일도 아니다.
세태가 변하면 공약도 탄력적으로 이를 반영해야 한다. 그게 바로 ‘시민과 함께하는 대전’의 모습이다.
시민 의중을 제대로 읽고 철저한 사업성 분석을 통해 보문산 관광개발 여부를 결정해야 할 대전시의 현명한 묘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