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신문=대전] 최홍석 기자 = "돼지고기를 자주 먹었는데 열병이 해결되기 전까지 당분간은 먹기 어려울 것 같아요"
18일 오전 대전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는 포장된 돼지고기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그녀는 "돼지열병이 아무리 사람한테 영향이 없다고 해도 아이들 입에 들어가는 건데 조심스럽다"면서 "뉴스에서 당분간은 돼지고기 가격도 오른다고 해서 미리 잔뜩 장을 봐두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18일 파주에 이어 연천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
세계를 강타한 치명적인 돼지 전염병인 ASF가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돼지농장에 이어 연천의 농장에서도 발견된 것이다.
ASF 청정지역이던 국내에도 질병이 발병하면서 돼지고기 가격에 변동이 생겼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운영하는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7일 전국의 14개 주요 축산물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돼지고기 평균 경매가가 ㎏당 5975원으로 전날인 4588원 보다 31.1%나 폭등했다.
이는 지난해 말 ㎏당 3745원에 그쳤던 가격과 비교하면 59.5%나 오른 것이다.
일반적으로 도매시장을 거친 돼지고기는 중간도매상을 거쳐 이틀정도면 소매점으로 유통되기 시작한다.
빠르면 다음주부터 돼지고기 가격 상승분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경우 재고물량을 구비하고 있는 상태지만 일반 소규모의 마트나 정육점에서는 곧바로 소매가격에 도매가격 상승분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ASF가 먼저 휩쓴 중국의 상황을 보면 이해가 빠르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4월 ASF가 생긴 이후 100만마리에 가까운 돼지를 살처분했다.
이 여파로 중국은 돼지고기 가격이 40% 가까이 올랐을 뿐 아니라 당시 국내서도 돼지고기 가격이 10%이상 급등하며 영향을 받은바 있다.
세계 돼지고기 시장을 주름잡는 중국의 생산량이 줄면서 국제 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는데 이번 확진으로 인해 국내의 돼지고기 값도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7일 열린 브리핑에서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돼지고기 가격 상승에 대한 질문에 "돼지고기 가격상승 여부는 ASF의 확산을 어떻게 막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한편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기도 하는 ASF는 사람에게는 전염되지 않지만 돼지는 폐사율이 최대 100%에 이를 정도로 무서운 질병이다.
ASF는 지난해부터 중국과 베트남, 미얀마 등 아시아 주변국에서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마땅한 백신이나 치료 약이 개발되지 않았기에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5월 북한에서 ASF가 발병한 후 방역에 만전을 기했지만 결국 ASF 발병을 피하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