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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가을들꽃과 이야기해요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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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9.24 14:24
  • 기자명 By. 충청신문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변정순 음성수필문학회 회장
길가 은행나무 열매는 가을빛을 담아 노릇노릇 익어가고 뚝갈과 등골나물의 흰 꽃은 메밀밭을 연상케 합니다. 큰 솔나리도 첫 번째 피우는 꽃에게 한껏 정열을 담아 렌즈에 담아내기 어려운 붉은 꽃을 피웠습니다.

남아있는 늦더위에는 붉은 꽃이 도는 석산이 피고 철 이른 가을에는 누린내 풀같은보랏빛 꽃들이 섞어가며 피고 환절기에는 노란 꽃들도 따라서 피지요.

벌써 솔체꽃은 가을이 스며든 듯 하늘보랏빛 얼굴을 내밀었고 산들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짙은 보라색을 가진 용담의 시절이 시작됩니다.

용담은 들꽃 중에서는 아주 드물게 진한 보라색으로 피어나고 색감이 어찌나 고상한지 바라보고 있으면 눈이 시리지요.

벌새처럼 날아와 길쭉한 빨대를 용담 속으로 들이밀고 순간순간 공중에 정지하는 박각시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을이 금새 지나갑니다.

이처럼 다양한 색깔의 꽃이 어울려 피는 것은 환절기이기 때문입니다.

흰 꽃은 봄, 여름 가을 피는데 같은 흰색의 꽃이라도 여름과 가을의 느낌이 다릅니다. 여름에 피는 흰색은 부담 없이 바라볼 수 있지만 가을에 흰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슬픔이 느껴지지요. 왠지 서러움이 북받쳐 올라오는 그런 처연한 색감입니다. 사람의 감정에 따라 다른 걸까요. 좀 있으면 피어날 물매화의 아름다운 흰 꽃에는 숨이 멎을 것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시기에는 복수초의 노란 꽃이 잔설 속에서 피어나고 가는 여름의 자락에도 마타리의 노란 꽃들이 피어납니다.

가을이 지나는 겨울의 길목에도 다시 노란 꽃들이 핍니다. 음성에는 산국이 피고 남녘에는 감국의 꽃들로 언덕과 산기슭을 노랗게 물들이지요. 이렇듯 계절과 계절 사이에는 중간색의 꽃들이 피어납니다. 계절은 다른 계절이 올 수 있도록 사이를 비워두지요.

그 비워진 자리에 노란 꽃 들이 자리하는 것이지요.

들꽃은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끊임없이 피고 집니다. 꽃을 보면 그냥 기분이 좋습니다. 이 많은 꽃들의 향기를 맡으면 마음도 안정을 얻습니다. 감정을 순화시키고 스트레스 해소 하는 데는 꽃을 보는 것처럼 좋은 것이 없을 것 같네요. 꽃을 가까이하니 눈이 즐겁고 당연히 마음도 즐겁습니다. 마음이 즐거우니 표정도 밝아지구요.

얼른 거울을 들여다보고 웃어보았습니다. 왜 그런지 웃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매일 꽃을 보는 것은 그냥 바라만 보았을 뿐 꽃들과 눈 맞추며 이야기 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이 꽃들은 나에게 뭘 원하지도 않는데 그저 주기만 하는데 인색한 내 표정을 보면서 반성하게 되네요.

가을이 가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코스모스 한 송이에게라도 눈 마주치며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어둡고 무거운 표정보다 미소 짓는 모습이 훨씬 아름다울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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