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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문화원, 300년 전 거슬러 ‘호연재’ 담아내다

‘당당한 그녀, 김호연재 시와 삶을 그리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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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09.25 17:22
  • 기자명 By. 이하람 기자
대덕문화원, 당당한 그녀 김호연재 시와 삶을 그리다 전시장.(사진=이하람 기자)
대덕문화원, 당당한 그녀 김호연재 시와 삶을 그리다 전시장.(사진=이하람 기자)
[충청신문=대전] 이하람 기자 = 당당하다. 호연하다. 300년 전 그녀는 스스로를 그리 일컬었다.

이는 이름 없이 ‘김 씨’라는 성 정도만 알려졌던 그녀가 훗날 ‘호연재’라 이름 붙여지는 계기가 됐다.

호연이란 넓고 크다는 의미를 품고 있으며, 호연재는 각자의 뜻을 지킨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여성이지만 군자의 기질로 오로지 본분을 다 하고 뜻을 지키고자 했다. 아내이자 며느리, 어머니 등 역할에 충실할 때 비로소 군자의 길을 가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

그리고 가족과 떨어진 외로움과 속세를 잊는 방편으로 시와 술과 담배를 택했다. 호연재는 조선시대 당시 남성의 전유물쯤으로 여겨졌던 것들을 과감하게 누리고, 그 안에서 위안 받곤 했다.

자신의 아들 송익흠에게 보내는 편지에 ‘덕을 높이고 배우기에 항상 노력하고 힘쓰라’고 언급한 대목은 삶에 대한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게 한다.

25일 대덕문화원 3층 전시실에서는 김호연재의 이런 초월적이고 성숙한 성정이 드러나는 듯 했고, 그와 대비되는 현실 또한 느껴져 당시 시대상을 가늠케 했다.

작가 박석신이 호연재를 담담하고 투명하게 그려낸 작품 ‘오두리에서 법천으로’는 광목천에 스민 그녀의 뜨겁던 가슴과 사무쳤을 마음이 번지듯 우러나오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박 작가는 “작품을 깨끗하고 맑게 표현하기 위해 유리알처럼 도포해 마무리 했다”고 말했다.

임진성 작가의 작품 ‘생생’은 호연재를 ‘달빛에 가만히 자신을 드러내는 대나무’에 비유했다. 동이 틀 무렵, 대나무의 본질이 여명에 비치는 것처럼 호연재의 본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여명의 순간, 짙푸른 청빛은 매우 냉철하며 날카로움마저 담아내는 ‘이성’을 나타낸다.

지요상 작가는 “호연재의 외면과 내면적 모습을 다르게 표현했다. 외면적으로는 호연재의 순정, 그녀가 늘 그리워했던 오두리 마을의 소녀시절을 상상했다”고 작품 ‘적요’를 설명했다. 이어 “물이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 가서야만 비로소 안정적으로 고이고 멈추는 것처럼, 호연재가 가장 낮고 편안한 곳에 있었던 그 시절 스스로의 육체와 감성, 생각이 모두 일치되는 시기에 ‘나비’를 꿈처럼 봤던 인생. 자신의 생각대로 꿈 꿀 수 있었던 당시를 내면적으로 다뤘다”고 말했다.

지 작가의 ‘념’은 머리카락에 상징성을 두고, 호연재를 ‘머리카락이 굉장히 많은 사람’으로 나타냈다. 그는 “불교에서는 머리카락을 ‘번뇌’로 본다”며 “호연재의 시를 보면 유교사회 성리학적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감이 드러난다. 호연재는 이에 대해 상당한 고민과 갈등을 겪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상황을 탓하지 않고 사색과 작품을 빚어내며 세파를 헤쳐나간 김호연재의 빛나는 일생이 어느새 ‘송준길의 증손주며느리’ 꼬리표를 떼어 내고 있다.

잠시 번뇌를 멈추자. 지요상 작가의 ‘적요’ 앞에서 한 숨 고르고 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자.

전시는 내달 4일까지. 무료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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