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충청포럼] 변화(變化)와 변절(變節)

김대열 부여고 교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9.09.26 15:21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대열 부여고 교사
김대열 부여고 교사

우주에서 가장 자연스런 상태는 방향도 빠르기도 변하지 않는 등속도 운동이다. 정지해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여기에 주변에 있는 별들의 중력이 작용하면 등속도 운동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중력에 이끌려 가속도 운동 상태로 바뀌게 된다. 우주에는 중력이 여기저기서 서로에게 작용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우주에는 온통 가속도 운동 뿐이다. 가속도의 가(加)는 더할 가이다. 속도를 더하면 빨라진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가는 방향으로 더해주면 빨라지고, 반대 방향으로 더해주면 느려지고, 옆에서 더해주면 방향이 바뀐다. 즉 상태가 변하는 모든 운동을 물리학에서는 가속도 운동이라 한다.

가속도 운동을 일상용어로 바꾸면 변화이다. 우주의 모든 운동이 가속도 운동인 것처럼 사람도 늘 변한다. 키가 변하고, 몸무게가 변하고, 세포가 변하고, 생각이 변한다. 그러면 변하는 것은 좋은 것인가? 한마디로 자연의 변화는 좋은 것 나쁜 것이 따로 없다. 좋고 나쁨은 그것를 바라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의미를 부여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사람의 변화에서는 법과 상식 사회규범 도덕과 윤리에서 제시하는 좋은 변화의 기준이 있다. 그 기준을 잘 알고 잘 따르도록 가르치는 것이 학교 교육이다.

오늘은 학생들에게 “옆 친구들에게 잘 해줘라” 하면서 한마디 했다. “왜 그래야 해요?”라고 묻길래 “지금 여러분들은 변화의 가능성을 보고 공부를 하는 것이다. 변화의 가능성이 없다면 공부할 필요 없다. 옆 친구가 10년 20년 30년 후에 어떻게 변해 있을지 모르니 잘해줘야 한다”고 했더니 옆 친구들의 얼굴을 보면서 서로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서로 격려하기도 한다. 교육은 변화의 가능성을 보고 가르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학생들을 칭찬하거나 꾸중할 때도 확정적 용어보다 변화 가능성의 용어를 사용해야한다. “나쁜놈아!” 보다는 “다음에 또 그러면 나쁜놈이라는 소릴 들을 수 있어!” 등으로.

한마디 더 했다. 그런데 친구의 변화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내가 변해야 한다. 무능에서 능력자로, 무지에서 지식인으로,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던 상태에서 배려 할 줄 알고 더불어 사는 사람으로 내가 변해서 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 그게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는 이유 중에 하나다.

변화와 변절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상식과 윤리에 맞게 변하면 변화했다 하고 절개나 지조를 지키지 않고 배반하면 변절했다 한다. 변절한 자들은 아마도 자기는 변절이 아니라 올바르게 변화했다고 주장할 것이다. 시대의 상식과 윤리에 어긋난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힘만 쫒는 사람, 자기 이익만 노리는 사람, 증오로 가득 차 있는 사람, 욕심이 지나치게 많은 사람, 지나치게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 감출 것이 많은 사람. 이런 사람들은 조심해야 한다. 과거에 좋은 생각으로 좋은 일을 많이 했다 하더라도 증오심 이익추구와 욕심을 갖게 된 순간부터는 상식보다 자기가 바라는 대로 논리를 만들고 변절하기 쉽기 때문이다.

독립 운동했다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변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려내지 못하는 이유는 해방 후 대한민국을 그런 변절자들과 친일했던 자들이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독립된 조국에 돌아와서 대접받지 못하고 희생당하거나 고난의 삶을 살아가고, 독립 운동가의 탈을 쓴 변절자들이 오히려 독립운동가 행세를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요즘 일본의 경제침략에 맞추어 본성을 숨기지 못하고 심지어“친일이 애국이다”면서 나서는 이들도 있다. 언 듯 보면 소신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이들은 시대에 맞지 않은 상식과 윤리의식을 가지고 있다. 자기 입맛에 맞는 사례들만 모아서 마치 모든 면에서 그런 것처럼 논리를 펴고 있기 때문에 전혀 합당하지 않다. 이들이 “나도 한때는 ∼” 하면서 말한다면 변절자요, 원래부터 그랬다면 이들은 토착왜구일 수 있다.

자연도 변하고 사람도 변한다. 자연은 스스로 그렇게 변하지만 사람은 변화의 방향을 자기가 정할 수 있다. 상식에 맞고 도덕과 윤리에 맞는 변화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