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충청포럼] 10월 1일을 돌아보다

이재준 건양대학교 겸임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9.10.10 14:41
  • 기자명 By. 충청신문
지금 대한민국은 부정·부패·비리의 아이콘이자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 밝힌 조국사태로 온통 시끄럽다. 두 달여 혼란이 계속되는 사이에 10월 1일 국군의 날이 알게 모르게 지나갔다. 국군의 날은 군(軍)의 위용과 전투력을 국내외에 과시하고 국군장병의 사기를 높이는 날이다. 세계 각국은 국군의 날을 지정해, 평화를 지키는 군인들의 명예를 드높이며 힘을 과시하는 열병식이나 새로운 무기 등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건군 70주년인 작년 국군의 날에는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야간행사로 대체되었다. 군의 전력을 소개하는 순서도 빠졌고, 가수들의 공연으로 채워지는 문화행사처럼 진행되었다. 당시 ‘북한 눈치 보기’라는 비판이 거세기도 했다. 금년은 대구 공군비행장에서 행사를 가졌으나 주목을 받지도 못했으며 오히려 비판이 많은 듯하다.

어떤 면이 그랬는지 살펴보자. 지난 현충일 김원봉을 국군의 뿌리라고 하여 아연실색케 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치사에서, “100여 년 전 신흥무관학교에서 시작한 육군, 대한민국 임시정부 비행학교로부터 시작한 공군, 독립운동가와 민간 상선사관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해군까지 국군의 뿌리는 독립운동과 애국에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실제는 1946년 미군정 법령에 의거 편성된 남조선 경비대가 대한민국 국군의 시작이었다. 남조선 경비대는 백선엽, 이용무, 양국진, 최덕신 등 주로 일본군과 만주군 출신이 주축이었다. 항일독립이 국군의 뿌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문대통령은 “평화는 지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남북 군사합의(9·19)를 이끌어 내고 실천하였기 때문에 비무장지대 내 초소를 철거하고 JSA를 완전한 비무장 구역으로 만들었으며 현직 미국 대통령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을 수 있었다”고 하였다. 결국 평화는 북한과 9·19 군사합의에 의하여 만들어진 것이며, 북한이 만들어 준 것이라고 들린다. 과연 그런가? 9·19 군사합의 이후 북한이 11차례나 미사일 도발을 하여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으나, 정부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심지어는 SLBM에서 미사일을 발사하여 국제사회가 안보리 상임위원회 개최를 요구해 놓고 있는 상황인데도 우리 정부의 대처는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은 평화가 아니라 불안을 느끼고 있다. “평화는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야 하는 것”이라는 팩트(Fact)를 직시해야 한다.

한편 국군의 날 퍼포먼스에는 특이한 사항이 있었다. 임진왜란 당시 열악한 조선 군인들이 조총으로 무장한 왜군들을 용감하게 무찌르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국군의 뿌리가 항일독립군이라고 한 대통령 치사와 퍼포먼스로 연출된 임진왜란 장면은 서로 통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반일감정을 부추기며 지소미아 파기의 정당성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인 지소미아는 한일 간의 문제가 아니다. 한미일 동맹의 문제이다. 북한 중국 등에 위협받는 대한민국의 안위를 위하여 꼭 필요한 동맹의 주요 한 축이다. 국군의 날에 공조를 과시해도 부족할 판에 폄하된 듯한 인상을 주어 안타깝다.

국군은 6·25전쟁의 시련을 겪으면서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거듭 태어났다. 대한민국의 방위보장이 없는 휴전회담을 거부한다며 집요하게 노력한 결과, 1953년 10월 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양국이 상호방위조약에 서명하였다. 이후 미국의 군사 및 경제 원조를 바탕으로 오늘날과 같은 국군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10월 1일은 미국이 상호방위조약에 서명한 날이고, 미군 4만여 명의 주검으로 지킨 나라의 국군의 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매년 주한미군사령관이 참석하였다. 그러나 금년 국군의 날에는 주한미군사령관이 불참했다. 한미일 공조에 중요한 지소미아를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기한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안보의 주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동맹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이와 같은 국군의 날 분위기는 행사장 밖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안보를 위해서는 모든 국민이 한 마음으로 일치단결하여야 한다. 군의 원로나 선배들은 후배들을 성원하고 격려하여야 한다. 그러나 국군의 날 행사장에 초대 받아야 할 예비역 장성들은 10월 1일 검찰에 출두하였다.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 장성단’은 송영무·정경두 전현직 국방부 장관들을 이적죄(利敵罪)로 고발하였고, 이날 서울중앙지검에서 고발인 조사를 받은 것이다. 오죽했으면 군 선배들이 후배들을 이적죄로 고발했을까?

평화는 결코 대화나 협정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공짜로 주어지지도 않는다. 스스로 지켜야 하는 그 자체다. 국군의 날에 국민의 단합된 힘을 과시하고 동맹의 위상을 확인시켜주며 새로운 전력을 선보여 국민을 안심시켜야 했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