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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화폐의 수명

허재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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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10.15 11:12
  • 기자명 By. 충청신문
허재삼 작가

살아 있는 모든 생물(生物)에는 일정한 수명(壽命)이 있다. 엽록체가 있어서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나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치는 동물들이나 마찬가지다. 식물이나 동물이 아닌 돈에도 일정한 수명이 있다. 우리는 흔히 ‘돈’을 ‘지폐’ 또는 ‘화폐’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얼굴’인 지폐에는 역사적인 인물들이 들어있다. 우리나라 지폐 천원 권에는 퇴계 이황, 오천원권 앞면에는 율곡 이이와 오죽헌, 만 원권에는 세종대왕이 자리 잡고 있다. 가장 큰 액수인 오만원권 앞면에는 신사임당이 있다. 경제 활동의 기본은 돈이다. 모든 거래는 돈을 통해 이루어진다.

돈은 부(富의)를 상징이기도 하며 인생 희로애락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설날 차례를 마친 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세배를 올리면, 세배를 받은 사람이 세뱃값으로 빳빳한 새 돈(신권)을 지갑에서 꺼내 덕담과 함께 건네기도 한다.

고사를 지낼 때도 이마나 얼굴에 상처나 흉터가 없는 인상이 좋은 돼지머리를 준비해돼지코나 귀에 절과 함께 돈을 꽃아 놓기도 한다. 돼지머리를 사용하는 이유는 땅에 사는 짐승 중 돼지는 다산(多産)과 다복(多福)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고사 상에 돼지머리가 등장한 건 삼국시대 이전부터라고 한다. 물론 형편에 따라 돼지머리 대신에 돼지고기를 준비하기도 한다. 결혼식장이나 돌잔치에 가면 축하나 격려의 말과 함께 봉투를 내밀기도 하고, 장례식장에 가서는 고인을 추모하며 부조금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돈은 국가가 보증하는 교환수단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든 주화는 고려 성종(재위 981~997년)때 유통되었던 ‘건원중보(乾元重寶)’라는 이름의 주화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돈의 단위는 1000원, 10000원으로 불리는 ‘원(₩)’이다.

둥근 동전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에 ‘둥글다’라는 의미에서 원이라고 부른다. 현재 우리나라는 저 출산 고령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폐도 이와 비슷한 운명을 걷고 있다고 한다. ‘플라스틱 머니’라는 신용카드의 보급과 모바일 결제 등으로 인하여 해가 갈수록 지폐의 쓰임새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등 유럽에서는 아예 현금을 받지 않는 ‘캐시리스(cashless) 상점’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영국 런던의 프랜차이즈 바(bar) ‘크라운앤드앵커’ 매장 곳곳에는 ‘오직 카드만 받습니다. 죄송하지만 디지털 시대입니다’라고 적혀 있는 안내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커피 전문점에 가서 커피 한잔을 마셔도, 편의점에서 간단한 물건을 집어도 대개는 카드나 모바일 앱으로 결제하곤 한다. 편의점 결제의 70%, 커피전문점들 결제의 80%가 카드나 모바일 앱으로 결제된다고 한다.

식당에 가서도 대부분이 신용카드로 결제를 한다. 쓰는 사람은 카드가 편하지만 받는 사람은 현금을 선호한다. 사업장에서 카드로 결제하면 카드 수수료가 나기기도 하지만 매출이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필자도 현금대신 주로 카드 사용이 생활화 되어 있다. 카드를 사용하면 결제의 편리함도 있지만 잔돈이나 동전을 보관하는 불편함도 덜 수 있다.

우리나라 지폐는 경북 경산에 있는 한국조폐공사 화폐 본부에서 발행한다. 한해에 발행되는 지폐의 양은 한국은행이 매년 화폐 발행량, 환수량, 폐기량 등을 고려해 조폐공사에 얼마만큼의 돈을 찍어 달라고 발주를 하면서부터 결정된다. 요즘은 약 22억장 정도를 찍어낸다고 한다. 예전에 비하면 갈수록 양이 줄고 있다고 한다. 업무량이 줄어드니 자연적으로 직원도 감축할 수밖에 없다. 한때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지폐의 수명은 우리가 어떻게 보관하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폐기된 지폐의 손상 사유를 살펴보면 부적절한 보관방법, 불에 탄 경우, 세탁 또는 세단기 투입 등 취급상의 부주의순으로 나타났다. 장판아래 비자금으로 숨겨져 있다가 열과 습기에 눌어붙기도 한다. 수명을 다한 지폐는 전국에 있는 한국은행 본부에서 분쇄한다고 한다. 재활용할 수 없도록 아주 잘게 분쇄를 한다. 잘게 갈린 돈은 주먹만 한 원기둥꼴 블록으로 뭉쳐져 포대에 담아놓고 업체에서 수거해 간다. 수명을 다한 돈은 면 소재라서 방진(防振)·방음(防音) 소재로 유용하게 쓰인다고 한다.

없어도 걱정, 너무 많아도 걱정인 게 돈이다. ‘돈은 돌고 돈다.’라는 말이 있다. 세상 속에서 돌고 돌기 때문에 그 말을 줄여서 ‘돈’이라는 설이 있다. 내 돈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주머니에서 나가게 되어 있고, 또 나간 돈이 내 돈이라면 언젠가 돌아올 것이다. 돈의 노예가 아니라 돈의 주인으로 행동하고, 돈을 인생에서 좋은 친구처럼 다루고 사랑해 준다면 없는 돈도 저절로 굴러 들어오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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