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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한글 예찬

이노신 호서대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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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10.17 15:05
  • 기자명 By. 충청신문
이노신 호서대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이노신 호서대 경영대학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필자는 영한 또는 한영 번역을 자주 하는 편이다. 이때마다 느끼는 것은 영어 알파벳보다 더 탁월한 한글의 경제성과 실용성이다. 100쪽 분량의 한글문서를 영어로 옮기면 분량이 약 10쪽 더 늘어나 110쪽 안팎에 이르게 된다. 10쪽 분량을 더 잡아먹는 것이다. 그 반대로, 100쪽 짜리 영어문서를 한글로 고치면 90쪽 안팎까지 줄어든다. 10쪽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

이것은 쓰기 방법의 차이 때문이다. 한글은 모아쓰기이며, 영어는 풀어쓰기이다. 한글은 1개의 발음을 적을 때, 2~4개의 자음과 모음을 상하좌우로 모아서 정사각형의 압축된 형태를 갖춘다. 예를 들어 ‘가’ ‘각’ ‘값’ 등이 그것이다. 한글은 이처럼 모아쓴다. 대신 영어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풀어쓴다. 그래서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 ‘각’을 영어단어 ‘Angle’로 번역하여 적으면 공간을 약 다섯 배 더 차지한다. 풀어쓰기 때문이다. ‘값’도 ‘Price’로 번역했을 때 옆으로 길게 늘여 쓰는 바람에 다섯 배정도의 공간이 더 필요하다.

영어보다 한글을 사용하면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정보를 입력할 수 있다. 그만큼 한글은 영어에 비해 더 실용적이며 경제적이다. 이것은 자음과 모음을 모아쓰는 한글의 특성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한글은 또한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배울 수 있는 문자이다. 약 20분정도면 외국 대학생들이 배울 수 있다. 발음이 너무 쉽기에 한글 단어의 뜻은 몰라도 정확히 읽을 수 있다. 인류가 만든 문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종류의 다양한 발음을 쓸 수 있다.

필자는 미국에서 유학 중 한국어를 대학생들에게 가르쳤다. 필자가 유학했던 대학의 정식과목으로 Korean 1, Korean 2를 개설하여 8학기동안 2과목 6학점 강의를 하였다. 그때 느낀 것은 미국 대학생들이 한글을 상당히 빨리 배운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글자모를 처음 배운지 20분이면 한글 단어와 문장을 읽기 시작한다. 한글 조성원리가 인종과 문화의 차이를 초월하여 매우 간결하고 쉽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쉽고 단순한 것은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한글은 모든 문자가운데 가장 쉽고 단순하며 따라서 가장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것은 세련되고 과학적이며 논리적이다. 따라서 한글은 모든 문자 가운데 가장 세련되고 과학적이며 논리적이다. 이것은 많은 세계의 석학들이 인정하는 내용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제작시기이다. 세계의 주요 문자들 가운데 제작자와 제작 동기, 원리를 분명히 알 수 있는 문자는 한글밖에 없다. 1446년 9월 세종대왕께서 백성들을 편안케 하시고자 인체 구강의 발음원리를 이용하여 훈민정음을 제작 반포하셨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100여종의 알파벳 문자가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기원으로 분류하면 9개로 축약되는데, 한글, 라틴, 그리스, 히브리, 키릴, 아랍, 아르메니아, 브레일, 그루지아 알파벳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크게 2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바로 한글과 페니키아 알파벳이다. 한글을 제외한 나머지 8가지 알파벳은 모두 고대 페니키아의 알파벳에서 기원하였다. 영어이든 아랍어이든 그리스어이든 러시아어이든 모든 문자는 약 3500년 전 청동기시대의 페니키아 알파벳이 조상이다. 즉 현대 영어문자의 제작기원은 청동기시대이다. 제작자는 알 수 없으며, 당시 청동기인들은 소머리(A), 집(B), 하천(S) 등과 같이 인간 거주지 주변 사물의 형상을 본 따 문자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중국문자에서 유래한 일본어 문자인 가나는 소리글자 즉 알파벳이기는 하나 한글이나 영어처럼 순수한 알파벳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일본어 문자는 한글이나 영어문자와는 다르게 음절단위 알파벳이다. 즉, 한글이나 영어처럼 24~26개의 자모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기본 발음 약 50개로 한정되어 50음절 알파벳으로 구성된다. 그러다보니 분리와 조합이 언제나 가능하여 엄청난 수의 발음을 적는 한글이나 영어와 달리 사실상 100개 이상의 발음을 만들기가 어렵다. 따라서 표준 일본어에서는 100개의 표준발음을 정해 놓고 있다. “맥도날드”가 일본어에서는 “마끄도나르도”가 되며, “컴퓨터”가 일본어에서“콤퓨타”로 발음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일본어에 애, 으, 어와 같은 발음이 없어서 가장 가까운 발음으로 대체하여 그렇게 된다.

현대 한글이 아닌 세종대왕시대의 원래 훈민정음 자모의 경우는 160만개 이상의 발음을 적을 수 있다. 이는 컴퓨터 언어를 포함하여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및 지구상의 어떤 문자도 도저히 쫓아올 수 없는 숫자이다. 이처럼 인류의 문자 가운데 가장 위대한 유산인 우리글 한글을 마음껏 사용한다는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이것은 우리가 지금처럼 독립 국가를 갖고 있을 때만이 가능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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