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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빙하의 눈물

이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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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10.21 10:35
  • 기자명 By. 충청신문
피오르드. 처음 듣는 말이다. 솔직히 그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피오르드는 빙하가 깎아 만든 U자형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와 길고 좁은 만으로 형성된 곳이다. 바닷물 30퍼센트와 민물 70퍼센트가 섞여 있단다.

북유럽을 여행하기 시작한 첫 여행지는 노르웨이였다. 가는 곳마다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폭포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매우 길어서 인상 깊다. 폭포가 닿는 곳에는 어김없이 호수가 길게 이어져있다.

빙하가 쌓이고 쌓여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침식되어 피오르드를 만들었다는 말에 자연의 경이로움에 빠져든다. 지도에서만 보고 올 수 있으리란 생각은 못하고 멀게 느껴지던 북유럽. 이곳에서 자연의 신비에 빠져들었다.

요즘은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높아진다는 뉴스를 보았다. 거대한 빙하덩어리가 바다를 떠돌다가 어느 마을을 덮친 이야기도 들었다. 나는 빙하가 녹으면 겉 표면부터 녹는 줄 알았다. 빙하가 녹을 때는 내부부터 녹는단다. 산꼭대기에 거대한 호수가 있어 폭포가 생긴 줄 알았더니 빙하가 녹아 흘러내리는 것이 이곳의 폭포란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찬탄하던 폭포의 아름다움은 빙하가 흘린 눈물 때문이었던 것이다.

노르웨이에는 피오르드가 많단다. 오늘날 노르웨이의 남서 해안선이 복잡한 것은 약 200만 년 전부터 여러 번 빙하로 뒤덮이며 침식을 받아 형성된 피오르드가 발달했기 때문이란다. 송네 피오르드는 길이가 200km가 넘고, 수심이 가장 깊은 곳은 깊이가 1300m가 넘는다고 한다. 호수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깊고 푸른 물이 넘실거렸다.

피오르드를 크루즈가 다니며 관광객에게 짙은 코발트 빛 물과 양옆의 거대한 산과 산꼭대기에서 눈 녹은 물이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인 풍광을 눈앞에서 볼 수 있게 했다.

피오르드를 지나다 참으로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위에 있는 집을 보았다. 가이드의 말은 아이들의 허리에 줄을 매어 떨어지지 않게 키웠다고 한다. 만약 떨어졌다면 깊은 피오르드에 떨어져 살아남지 못했을 것 같다. 아마도 피오르드가 생기기 전에 선조가 지은 집에 후손이 살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빈 집이라고 했다.

점점 사라지는 빙하. 그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책임이다. 개발과 발전에 자연이 훼손되어 기온 상승으로 인해 빙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녹아내리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아프면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된다. 운다고 낫는 것은 아니지만 아픔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이상기온으로 버티지 못하고 우는 것이 이곳의 폭포다.

빙하 박물관에 가서 현재 남아있는 빙하를 촬영한 것을 보았다. 빙하 속에서 졸졸졸 흐르는 물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 빙하가 다 녹으면 일본은 바다 속에 묻힌다고 한다. 어디 일본 뿐 일까.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오래 전에 빙하 속에 묻혀있던 사람이 빙하가 녹으면서 미라가 되어 발견되었다고 한다. 앙상한 모습의 미라를 보면서 얼마나 깊은 빙하였기에 빠져 나오지 못하고 냉동 상태로 미라가 되었을까.

아주 오랜 옛날 공룡이 살았다는 화석이 발견되고 많은 공룡의 모습을 한 이름도 생소한 인형들이 아이들을 유혹한다. 지구에서 지금의 무엇이 소멸되어 훗날 아이들을 유혹할까. 물론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테지만 지금의 모습을 아닐 것이다.

맑고 깨끗한 공기 파란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이 어릴 적 보았던 가을 하늘같다. 살기는 불편했지만 가을만 되면 파란 하늘에 눈을 고정시키고 들판에 누워 나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폈었다. 지금은 미세먼지다 황사다 해서 문도 제대로 열지 못하는 산다는 게 서글프다.

이번 노르웨이 여행에서는 자연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가는 곳마다 맑고 깨끗한 자연에 매료되어서일 게다. 발전을 지향하면서도 자연을 되돌리기 위한 노력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유해 플라스틱 용기를 줄이고 친환경적인 것을 쓰자고 한다. 후대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주기 위한 노력이 노르웨이 자연 만큼이나 아름답게 느껴진다.

유럽을 다니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의 발전이다. 사회보장은 덜 할지라고 어딜 가나 편리한 시설이 즐비하다. 근래에 미세먼지로 걱정이 많지만 이것 또한 극복하리라 믿는다.

쌍무지개가 떴다. 자연 환경이 깨끗하다보니 무지개를 자주 본다. 가는 곳마다 수없이 많은 아름다운 폭포가 우리를 맞는다. 아름답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폭포의 눈물 소리를 들어야 할 것 같다. 폭포가 아파서 우는 아픔의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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