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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고3 교실 풍경을 보며…

김대열 부여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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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9.10.23 22:08
  • 기자명 By. 충청신문
김대열 부여고등학교 교사
김대열 부여고등학교 교사
2학기 정기고사 시험시간 고3 교실풍경은 정말 놀랍다. 예비종이 울리면 들어가 답지와 시험지를 나누어 주는데 학생들은 시작종이 울리면 시험지를 펴서 풀기 시작한다. 한데 많은 학생들이 시험지를 펴서 몇 문항 출제되었는지를 본 후 답안지에 그 문항까지 한 번호를 찍고는 바로 잠을 잔다. “문제를 읽고 답을 써야지!”하고 지적하는 것도 이제는 식상한 일이 되었다. “선생님 감독확인 도장 지금 찍어주면 안 돼요?” “왜?” “중간에 찍으면 잠에서 깨잖아요.” 이런 말도 이제는 서슴없이 한다. 3학년 1학기까지의 성적으로 수시 원서를 제출하고 합격하면 그것으로 끝이라 3학년 2학기 성적은 대학 합격 여부와 상관 없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다. 이런 비슷한 일의 사례는 중1부터 고3까지 비일비재하다.

대학 입시에서 최저등급을 맞추는 학교가 거의 없어졌으므로 이제는 수시에 합격하면 수능도 볼 필요가 없다. 선생님들은 제발 수능 좀 보라고 학생들에게 사정한다. 소수의 학생들이 수능 최저등급을 맞춰야 하고 또 정시로 가는 학생들은 좋은 등급을 받아야 한다. 이들을 위해 많은 수의 학생들이 수능을 보되 이들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으면 상대적으로 동료 학생들이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친구를 위해서 수능을 봐달라고 설득하기도 한다. 수능을 앞두고 모의고사를 치를 때도 많은 학생들이 거의 하루 종일 자는 것 같다.

대학진학에 반영이 되지 않는 과목이나 평가가 끝났다고 생각되는 과목은 수업시간에도 집중하지 않고 자거나 떠든다. 이런 학생들에 대해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꾸중하거나 체벌했다가는 직접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도 봉변당할 수가 있다. 요즘 학생들은 자기에게 꾸중하거나 지적하는 것에 대해 수용 능력이 떨어진다. 또 모든 학생들이 CCTV와 녹음기를 가지고 다닌다고 생각하면 된다. 맥락 없이 일부분만 오려내어 내보내면 모르는 사람들은 선생님이 일방적으로 잘못하는 줄 안다. 지금도 전국에 많은 선생님들이 학교폭력, 아동폭력, 성폭력, 아동성추행으로 어려움을 격고 있다. 물론 그중에는 문제가 많은 교사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교사들은 적극 교육활동에서 소극 교육활동으로 점점 변해갈 것이 뻔하기에 우리나라 교육이 심히 걱정 된다.

요즘 학생들은 뜨거운 감자다. 뜨거운 감자는 오른손은 왼손에다 던지고 왼손은 다시 오른손에다 던진다. 좋아하지만 뜨겁기 때문에 오래 잡고 있지 못한다. 야간자습 시키지 않고 집에 일찍 보내거나 방학 때 보충 수업하지 않으면 학부모가 이 학교는 공부 안 시킨다고 수근 댄다. 학부모는 학생이 집에 있으면 불편한 일이 많을 것이다. 선생님이 밤 10시까지 데리고 있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조용히 시키는 일밖에 없다. 그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학생이 집에서나 학교에서 늘 책을 읽거나 문제를 푸는 등 공부만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오른손이 학부모라면 왼손은 선생님인 것 같다. 학생을 놓고 학부모는 “선생님께서 혼내주십시오”하고 선생님은 “가정에서 혼 좀 내주세요”한다. 하지만 아무도 혼낼 수 없다. 요즘은 서로 이리 저리 던지면서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다. 걱정이다.

큰 틀에서 보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와 그것을 가르치는 과정과 얼마나 배웠는지에 대한 평가와 그 평가를 반영하는 방법이 따로따로 이기 때문이다. 교육에만 국한시켜 보면 교육의 목표 과정 평가 적용이 일치되고 일관성이 있을 때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할 일이 분명해지고, 분명할 때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데 이게 따로따로 논다는 것이다. 인문계고등학교는 국민 기본 소양 교육으로서의 교육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대학 진학을 위한 거점 교육 기관으로 생각하는 이가 많다. 교육 파행이라는 것은 입시부정과 관련한 것이 아니라 국민 기본 소양 교육에서 벗어나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하는 것 그 자체가 바로 교육 파행이다.

흐르는 물을 거스를 수는 없다. 하지만 잘 흐를 수 있도록 가꿔야한다. 다행인 것은 요즘 학생을 뜨거운 감자로 취급하지 않고 서로 보듬고 끌어안으려는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 입시에도 관심을 쏟지만 직업과 진로에 관심을 가지며 소양 교육에도 힘쓰는 진정한 교육이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교육은 학생을 서로에게 밀어내 듯 하는 방식으로는 이제 할 수 없다. 선생님이든 부모든 사회단체든 행정기관이든 서로 자기에게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만큼 학생들을 감싸 안고 가야 한다. 멀리서 불구경하듯 하는 걱정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며 학생을 대하면 여러 단위에서 할 일이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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